|
한 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엊그제 새 달력을 걸었는 데 달랑 한 장이 붙어 있네요.
요즘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쳤더니 낮에는 조금 피곤합니다.
아침에 테니스 장에서 신나게 게임을 하고 라면에 막걸리 한 잔을 걸치는 것도 오전 시간을 피곤하게 합니다.
그런데 기분 좋은 피로 입니다.
오늘은 나보다 3~4년 후배, 특히 농협의 후배 은퇴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을 미리 정리 해 봤습니다.
보잘 것 없는 내 은퇴 생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네요.
누구나 은퇴 후 건강하고 멋지게 오래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저같이 기독교 신자들은 부활을 믿으니 죽음이 크게 두렵지 않습니다만.
최근 평균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은퇴 후 적어도 20~30년은 더 살아내야 합니다.
내 어렸을때는 회갑이 되면 동네잔치를 크게 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 땐 은퇴가 곧 죽음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이젠 아닙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8, 90은 기본이고 간혹 100살을 넘긴 분들을 심심찮게 보고 있습니다.
요즘 멋지게 살아가는 젊은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우리도 조금만 노력하면 북유럽의 노인들처럼 은퇴가 곧 행복이 될 수 있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조곤조곤 하고 싶습니다.
은퇴자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 돈, 고독 등 입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55년~63년 출생자) 약 700만명은 이제 다들 은퇴하고 인생2모작을 시작했습니다.
이 나라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돈도 좀 벌었습니다.
하지만 위로는 부모님을 모셨고 아래로는 자녀교육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았습니다.
소위 낀 세대 입니다.
은퇴하고 보니 달랑 집 한 채가 남았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쥐꼬리만한 국민연금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OECD 선진국 가운데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최고가 된 지 오래입니다.
참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나하나 얘기해 봅시다.
첫째, 건강 입니다.
"건강에 들어간 돈은 계산기로 두드리지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보통 이상 건강하게 지내는 제 모습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저는 아침을 힘차게 엽니다.
수십년 째 내 시계의 알람은 아침 5시에 맞춰져 있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하루를 보람있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표현 입니다.
간단히 면도와 방 청소를 끝내고 곧 이어 국선도 체조를 합니다. 10~15분 정도 걸립니다.
몸을 충분히 이완시키고 미지근한 물을 마시며 맛사지를 하면 쾌변으로 이어 집니다.
소주(25도 짜리)한 컵을 물고 가글을 꼭 합니다. 잇몸에 그렇게 좋다네요.
배변기에서 꼭 하는 게 있습니다. 양 손가락을 치는 손가락치기를 백 번 이상 합니다.
국선도체조 시 양 발바닥을 마주치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아침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몸을 푼 이후 자전거를 타고 테니스장으로 향합니다.
테니스장에 도착하면 또 간단히 몸을 풀고 헬스기구로 근육운동을 합니다.
이어서 테니스 게임이 시작됩니다. 아직도 3, 40대 젊은 친구들과 게임을 해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웬만한 날씨에도 쉬지 않습니다.
근 사십년이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갖은 스트레스를 이기고
건강을 지켜온데에는 테니스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
골프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운동량으로 보면 테니스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또한 자전거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네에서 이동할 때에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장거리는 로드용 자전거를 탑니다.
덕분에 하체가 튼튼합니다.
이외에도 건강유지를 위해 등산이나 텃밭 가꾸기, 댄싱 등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와 세월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몇 해 전부터 가장 낮은 수준의 고혈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저런 병이 찾아올 것입니다.
오는 병은 친구로 삼으라고 합니다.
그래야 잘 이겨낼 수 있다고 하니까요.
하여튼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정도 앓고 4일 만에 죽자)라는 호사는 누리지 못할 망정
요양병원 신세는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두 번째 돈에 관한 얘기입니다.
참으로 돈이란게 요상합니다. 지갑에 넣어 놓으면 어떻게든지 나가려고 발부둥을 칩니다.
잘 나가던 시절을 빨리 잊고 근검절약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됩니다.
북유럽의 은퇴노인들이 행복한 이유 중의 하나가 충분한 연금에 있다고 합니다.
평균 4~5백 만원의 연금이 나오니 돈 걱정이 크게 없습니다.
은퇴가 곧 행복입니다.
저도 금년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하여 명색이 3층 연금으로 쌓았습니다.
이를테면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입니다.
오래전 여의도에 사놓은 오피스텔 임대료까지 합하면 북유럽 노인 수준의 근처까지는 갔다고 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곳 고촌으로 이사와 이십년이 넘게 대우아파트 (50평)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 역이나 김포공항, 인천공항이 가깝고 살기가 너무 좋아 아예 눌러 앉았습니다.
시세도 7억에 못미쳐 주택연금에 가입하니 부부가 죽을 때까지 살고 월 약 160만원 정도 나오니 살림에 큰 보탬이 됩니다.
자식들은 섭섭해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이들어 자식들에게 괄시를 당하지 않으려면 연금자식을 셋은 낳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주택연금은 빨리 가입하라고 각종 강의 시마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살다가 보니 우리의 미래가 훤히 보였습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우리도 그런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과 관련하여 한 가지 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쓰죽회' 얘기입니다.
'쓰죽회'는 죽기 전에 다 쓰고 죽자는 모임입니다.
황창연 신부는 장례비 5백만 원만 남기고 다 쓰고 죽으라고 강권하는데 그 말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과감히 지갑을 열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동호인 모임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좀 손해보고 밥도 삽니다.
그러다보니 가계부의 기록이 넘쳐서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늘 넉넉합니다.
세번째로 고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이가 칠십 문턱에 오다 보니 정말 고독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루 놀고 하루 쉬는 백수가 되다 보니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개발한 것이 "혼자서도 고물고물 잘 놀자"입니다.
지금부터 제 노하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는 심심할 새가 없습니다. 한 마디로 고독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 비결은
공부와 다양한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것입니다.
우선 공부 얘기입니다.
저는 상고를 졸업하고 농협에 입사하여 근 사십년 이상을 근무하고 은퇴 했습니다.
입사 이후 주경야독으로 야간대학(경기대학)을 거쳐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고 모교(경기대학)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 이후 농협은행 지점장을 거쳐 농협대학에서 금융론과 경영학을 강의해 오면서 늘 책과 함께하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다보니 일본 현지 대학(東京學藝大學)의 초청을 받아 연구교수로서의 경험도 쌓았습니다.
지금도 일본어 공부를 비롯하여 늘 책과 글쓰기를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같습니다.
비록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인생대학에서는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말그대로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입니다.
저는 시니어 대상 강의 시에 늘 공부를 강조합니다. 치매도 방지하고 배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취미생활 얘기입니다.
옛말에 "잡기에 능하면 집안이 망한다"라고 했습니다.
이젠 아닙니다. 잡기에 능해야 노후가 풍요로워 집니다.
제가 보증합니다.
지금 즐기고 있는 취미 입니다.
댄스스포츠, 민요와 장구, 색소폰 기타 오카리나 연주, 골프, 테니스, 텃밭 농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 수십 년 동안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늘 하고 있는 순서대로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우선 댄스 입니다.
지루박, 부루스, 토로토 등 사교댄스와 왈츠, 탱고, 자이브, 룸바 등 댄스 스포츠로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배우기가 좀 힘들지만 노년에 이만한 스포츠가 없습니다. 팔십이 된 할머니도 멋지게 춥니다. 건강은 덤 입니다.
그래서 동사무소나 복지관, 문화센터에서는 댄스교실이 늘 만원 사례 입니다.
최근 민요와 장구에 푹 빠져있습니다.
우리가락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서도소리의 성정숙 전수자 로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장구를 치며 민요를 부르면 흥이 절로 납니다.
은퇴하면 악기 하나를 꼭 배워보고 싶은 소망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악기 가운데 색소폰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십이 년 전부터 연주해오고 있는데 시작이 참 어렵습니다.
일단 발동이 걸리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즐길 수 있습니다.
자동적으로 복식호흡이 되어 폐활량이 좋아져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운동 얘기를 좀더 해보십시다.
저는 테니스와 골프를 오랫동안 함께 해왔습니다.
테니스는 비용도 크게 들지 않고 재미도 있습니다. 월 회비 3만 원이면 족합니다.
가끔 자체대회가 열리면 약간의 찬조를 매번 합니다. 그래도 참 저렴합니다.
우리 고촌테니스회에 올해 86세 되시는 백고문님이 계십니다.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게 운동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골프도 30대 후반부터 시작했으니 근 30년이 넘었습니다. 당시 골프는 일부 부유층이나 하는 운동으로 여겼고 공직자는 아예 금지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원없이 골프를 쳤습니다.
싱글, 이글에 이어 홀인원까지 해서 3박자를 다 갖추었습니다.
아직도 싱글 스코어를 기록할 때가 있을 정도로 실력이 녹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코로나가 3년이나 지구촌을 덮치다보니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골프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웬만한 골프장은 주중에도 3십만 원이 들어가니 은퇴자로서 보통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달에 2~3회 필드에 나가고 한 주간에 한 두 번 스크린골프를 치고 있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니할말로 골프가 은퇴자금을 갉아먹는 괴물(?)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테니스와 골프는 당분간 함께 가야할 것같습니다.
둘 다 너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철을 제외하고 텃밭 농사도 재미있고 보람이 있습니다. 동네에서 20평을 빌려 십수년 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상추, 쑥갓, 고추, 콩, 가지, 고구마, 배추, 무 등 종류도 많습니다.
생산된 야채는 우리 집에서 먹고 섬기는 교회나 가까운 친지들과 나눠 먹습니다.
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점장 시절에는 단골고객에게 직접 전달하여 고객감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런 노력이
업적 1위를 달성하는 밑거름이 되곤 했습니다.
고향에 있는 과수원 밭에도 옥수수, 땅콩, 고구마를 심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제 반 농사꾼이 되었습니다.
지난 해 발간한 졸저 [혼자서도 고물고물 잘 놀자] 에세이가 <YES24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세 번이나 소개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결론 겸 제 꿈입니다.
은퇴 이후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다보니
간혹 시기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웃과 더불어 잘 놀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제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같이 멋진 은퇴 생활을 즐기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어를 계속 공부하여 한일간의 우호증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일본인을 상대로 유창한 일본어로 연설해 보는 것도 작은 꿈입니다. 실현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첫댓글 꽤나 장문의 글이 되었습니다.
오는 토요일 농협대학 강당에서 본 대학을 졸업한 후 42년이 지나 홈커밍데이 날에 제 얘기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하루를 생각하다가 승낙을 하고 제 얘기를 미리 해봤습니다.
하고 보니 내가 봐도 욕심쟁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 많은 것을 언제 다 하느냐고 묻습니다만 차근차근 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제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김용태 회장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