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확행의 의미 1
*소소한 행복을 무기력한 것으로 간주하지 말자.
행복은 누구나 바라는 희망이다. 하지만 갈수록 험악한 세상에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는 것만 같다. 흔히 말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라는 ‘소확행’(小確幸). 요즘 TV매체의 최대 흥행 먹거리는 다름 아닌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 또는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에 대한 것들이다. 요 몇 년 사이에 쿡방 먹방이 유행이고 나 홀로 여행유람에 혼자 산다는 것이 아주 자연스런 삶의 배경이 되었다. 이는 비단 우리만은 아니다싶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채널 J라는 곳에서 "고독한 미식가"라는 제목의 이색적인 일본 먹방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대개 여러 명이 왁자지껄 소란스런 말과 행동 표정으로 보는 사람들을 압도하기 마련인데 그러나 이 먹방 드라마는 오로지 주인공이 하나로 시대가 만든 새로운 단어 "혼밥"의 의미를 적나라하게 펼친다. 일본의 만화를 드라마 한 것이라는 데 주인공은 결혼에 대한 중압감에 결혼도 안하고 사무실도 없이 전국 이곳저곳을 다니며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인물로 길 따라 일 따라 자연 각 지역의 유명하지 않은 소박한 식당을 찾으면서 혼밥을 즐긴다. 나레이터가 주인공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형식으로 그의 대사라곤 오로지 주문할 때뿐이다. 주인공은 눈과 입으로 맛을 표현하는데 그의 눈과 입에 집중하다보니 지극히 단순한 행태인데도 중독성이 생긴다. 그런데 그 프로의 시작에는 꼭 이런 대사가 나온다. "시간이나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동안 그는 이기적으로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포상이라 할 수 있다."
중독성 때문인지 이 말을 나는 순순히 수납하고 있다. 어느새 나도 그 대열에 서 행복에 대해 다시 헤아려 보고도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소소한 행복을 무기력한 것으로 간주하지 말자는 일념도 생긴다. 소확행의 일상적 파급효과는 실로 크다 아니할 수 없다. 이 말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이는 1986년에 발행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맨 처음 쓰인 말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 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이다. 그의 소설 속 등장하는 ‘소확행’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등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심신이 편안한 상태. 또는 그러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으로써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라는 뜻으로 주로 소박한 일상에서의 행복감을 찾는 것을 말한다.
2018년 최고의 유행어는 바로 그 ‘소확행’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설문조사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성인 2917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진행했던 ‘2018 유행어 설문조사’ 결과를 14일 밝혔다. 설문 조사 결과 소확행을 비롯해 ‘갑분싸’, ‘인싸’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신조어들이 대거 순위에 올랐다. 의미를 알지 못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신조어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표준어 저해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확행의 1위 등극은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트렌드의 확산을 엿보게 하는 점이다. 지난해는 ‘한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뜻의 ‘욜로’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행복과 기쁨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이면에는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즉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 등 미래에 대한 추구보다 지금 당장의 소소한 행복 추구로 위안을 삼는 젊은 세대의 어려움을 꼬집고 있다는 해석이다. 2위는 ‘갑분싸’가 차지했다. 갑분싸는 ‘갑자기 분위기 싸늘해지다’의 준말이다. 시초는 인터넷 방송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갑분싸를 응용해 ‘갑자기 분위기 OO해지다’로 의미가 확장되기도 했다.
이어 ‘인싸’가 3위에 꼽혔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뜻한다.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아웃사이더’(Outsider)와 대조된다. 최근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고, 극단적인 사건 등을 저지른 이들이 사회부적응자로 나타나면서 인사이더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인사이더가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주변인이 많은 사람을 비꼬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4위는 ‘영미’다. 영미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대표팀의 스킵 김은정 선수가 동료 김영미 선수에게 비질을 지시할 때 쓰던 말이다. 특히 김은정 선수가 영미의 강세만을 조절해 여러 가지 지시가 가능했던 것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다.
유행어는 다분히 사회현실을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확행은 현대 사회에서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 각박한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에라도 만족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욕구가 드러난 용어라 할 것이다. 소확행의 사례는 개인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바쁜 오후 시간의 차 한 잔, 동료나 친구와 주고받는 작은 선물, 퇴근 후 맥주 한 잔 같은 잔 부스러기 같은 존재들이다. 공부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미래에 부와 성공보다 일상에서 얻어지는 소소한 행복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편의점 맥주를 마시는 일, 바쁜 시간에 짬을 내서 즐기는 한 잔의 커피, 집 주변에서 즐기는 산책, 동네 맛 집을 찾는 작은 행복, 가까운 친구와 수다를 나누는 시간에서 행복을 찾는다. 이는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삶 속에서의 편안함과 안락함, 달콤한 휴식으로서의 덴마크의 휘게(Hygge), 스웨덴의 라곰(lagom)이 바로 그것이다. ‘휘게 라이프’에서의 행복은 일상생활 속에서 누리는 ‘웰빙’이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이를 보면 행복은 마음의 옹달샘 마냥 마구 솟구치는 빈도와 지속성에 치중을 하고 있다. 그러한 행복은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고,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자신의 주관적 경험이 더 중요하다.
오늘의 행복 추구가 어디 일상뿐이랴. 나는 제일 시급한 것이 우리의 교육의 행복 추구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한 시대가 다 갔지만 여전히 교육에 있어서 행복에 대한 인식에는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학부모는 자녀의 행복이 학력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학부모는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갖고 자녀의 학력에 집착한다. 학부모에게 자녀의 현재의 행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길 바랄 뿐이다.교육의 본질은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 정말 동떨어진 것이 우리교육 현실이다.
물질적 풍요와 출세가 행복에 이르는 첩경은 아니다. 이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성공을 불러오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행복은 현재의 자신의 삶을 중시하고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한다. 현재를 즐기고, 원하는 길을 개척하며, 행복을 많이 체험한 아이가 미래에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자녀가 행복감을 자주 느낄 수 있도록 부모는 자녀가 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스스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생이 가진 재능과 끼를 찾아내 교육이라는 적절한 자극을 통해 꿈을 이루게 하는 교육이 행복 교육이 아닐까. 무확행이란 말. 무모하지만 확실한 행복 ...신체적 성장, 지적 성장, 정서적 발달, 사회성의 발달 등을 조화롭게 하여 넓은 교양과 건전한 인격을 갖춘 인간을 육성하려는 전인교육을 말한다면 아마 이것이 무확행이라고 말을 하는 사회가 우리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소소하다지만 행복이 사람들 마음마다 곳곳에 퍼진다면 나는 그것으로도 이 세상은 보다 윤택해지고 밝아지리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소확행이라 하니 소고기를 확실하게 먹는 행복감이라 하더니만 그것도 행복하다면 그저 괜찮다.
아무렴 어떤가. 자주 행복을 접하고 살겠다는데. 무릇 생각해보자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 왜소하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소박한 웃음소리를 기억해두는 것, 작은 소국을 세심히 들여다보며 삶의 가치에 대해 흐뭇해하는 것 등등 이런 마음이 일상 속에서 일탈을 이루는 첩경이 아닐까. 이름 모를 산을 찾아 그 누군가 올려놓은 돌탑이라는 공적위에 내 돌 하나를 모르는 척 선사하는 것도 소확행의 한 일원일 수 있겠다 싶기도 한 요즘이다. 그리하자 한 것도 아닌데 자연 그쪽으로 발길이 닿는다. 기력이 쇠한 만큼 의욕이 떨어진 이 나이쯤은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거나 세상 한 복판에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무명으로서 그저 오늘이 행복하다면 그뿐이다. 이는 나의 작게 사는 희망이기도 하다.
첫댓글 한가한 시간에 커피를 마시고 책을 뒤적이며 토욜 어디를 가야할까? 자료를 찾아보는 도총~~늘 어딘가 가고 싶은 욕구는 타고난 것 같다.............나의 소확행을 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