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산 수국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국은 꽃이 오래 가고 있었다. 지난 6월 20일 만개한 해운대 송림 수국화원 꽃을 이곳 카페에 소개한 적이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색깔 꽃들이 어우러져 피는 그곳 수국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로부터 한 달 보름이 지난 때에 영도 봉래산을 내려서다 만난 수국화원. 해운대만큼 규모가 크질 않아 약간 아쉬웠지만 오르내리는 등산객에게 꽃의 정취를 안겨주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없어서 혼자 꽃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봉래산 수국은 가까운 태종사 수국이 워낙 유명하여 매년 축제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고무되어 심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태종사 수국은 태종사로 오르며 꽃을 감상하게 되니 서향인데 반해 봉래산은 청학동 쪽 산비탈인지라 동향이다. 태종사 주지 스님이 40여 년 간 정성들여 수국을 가꾸면서 다양한 품종을 구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다닌 덕분에 30여종 5천여 그루에 달한다니 그 열정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2006년부터 축제까지 시작했으니 더욱 존경심이 드는 것이다.
총천연색으로 은은하게 피어있는 수국이지만 봉래산 산길엔 인적이 없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꽃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주길 바라지 않을까 싶다. 마치 스스로를 꽃들에게 환영을 받는 것처럼 꾸미는 것 같아 부끄럽다. 태종사 수국축제는 6월말에서 7월초까지 끝나는데 꽃은 8월초에도 이처럼 건강하게 피어있으니 축제기간도 다시 조정해야 할 것 같다. 분홍색과 보라색 그리고 청색과 흰색 노란색으로 구분해 ‘진심’이니 ‘처녀의 마음’ ‘냉정’ ‘변덕’ ‘짝사랑’등으로 제멋대로 만든 꽃말을 꽃들은 알고나 있을까.
처음 수국 이름은 수구화繡毬花였다.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뜻이다. 수구화는 모란처럼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잔잔하고 편안함을 주는 꽃이다. 꽃 이름은 수구화에서 수국화 수국으로 변했다. 학명에 일본 냄새가 나는 otaksa가 붙어 있다. 18세기 초 서양에서 약용식물에 관심이 많은 의사 겸 식물학자들이 다투어 동양으로 진출했다. 오늘날 학명에 식물이름을 붙인 명명자로 흔히 만나게 되는 네덜란드인 주카르느Zucarnii는 당시 28세 나이에 식물조사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와 있다가 오타키라는 기생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변심한 오타키는 다른 남자에게 가버렸다. 가슴앓이를 하던 주카르느는 수국의 학명에 오타키의 높임말을 서양식으로 표기한 otaksa를 넣어 변심한 여자의 이름이 전해지게 했다. 변심한 애인처럼 수국 꽃은 처음 필 때는 연한 보라색이던 것이 푸른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연분홍빛으로, 피는 시기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기 때문이리라. 수국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무엇이든 주물러 만드는데 소질이 있는 일본인들은 중국 수국을 가져다 이리저리 교배시켜 오늘날 우리가 키우는 원예품종 수국을 만들어냈다.
봉래산 수국은 등산로이긴 하지만 비탈진 도로변을 따라 제법 길게 조성된 꽃밭에 심어져 있다. 조내기 고구마기념관에서 방송국 송신소를 오르는 길 옆이다. 차로 오를 수도 있지만 주차공간이 없으니 걸어서 올라야 한다. 봉래산 산행 후 영도의 동쪽 부산항대교를 비롯한 바다 비경도 조망하면서 걷는다면 일석삼조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보듯 이미 시들기 시작한 꽃들도 있는지라 서둘러야 한다. 부산 사람들은 특히 영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척에 이런 자연을 품고 있으니 그만큼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산책 "해운대 수국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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