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행시초 1
--귀향 김수영
자, 빈 갯벌도 한잔 받지집 떠난 지 칠년만이다늙은 노동자의 잔등 같은 녹슨 배의 철골이나산비알 붉은 고구마밭에서 굴러내리는살집좋은 바람 모두 한잔 들지냉기처럼 다가서는 끝물의 바다늘 돌아올 만큼씩은 비어서망망대해에 있으면 그렁그렁하니 가슴팍을 비집는 마을의 불빛눈알 뒤집으며 주먹다짐하기도 하면서파도가 높음, 파도가 높음, 긴급구조 요망 긴급구조깜박깜박 이 많은 골짜기를 감춘 세파에 자물쳐도기다려라, 또 계속 가라바람없는 낮엔 뜬 구름만 쇠주병에 담아 띄우기도 했어때로는 잊혀지기도 해야할 젊은 날들처럼요아버지에게도 바다는 길흉을 알 수 없는 심연이었을까이미 예정된 깊이가 보이는 여정이었을까하루 필요한 물과 기름을 받으면서할망구짝난 바테리로 둘둘거리는 배가언제 덜컹 무심한 돌섬에 묻힐지 모르는 일나는 같이 늙어가는 박씨의 사투리가 좋다살아갈 날이 아침 안개속 첩첩으로 걸리믄달포씩 밭그늘에 묵었던 지게가 낙락장송으로 뵈이고지겟다리에 걸쳐둔 호멩이도 학모가지로 보이능거아버지의 그리움도 갈수록 바람의 주먹이 매운물주름으로 되돌아 왔었을까한순간 바라다보고 있던 황량한 벌이손바닥을 펴서 보여준풀씨들의 집만 무수히 뚫린 외길로 통한 끝없는 황혼담배만 되새김질하던 염소새끼까지도흙먼지에 섞여 놓여나기만 하면같은 피붙이를 기막히게도 찾아가는떠도는 것만이 제 몫인 뿌리들은이제 모두 하나로 보입니다
행과 연 구분이 잘 안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