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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은 이후에도 작곡자로서 이 대회 3회 연속 입상의 기록을 남겨 다시금 가요 관계자들의 감탄을 불렀다. 국제 가요제 이후 현이와 덕이의 히트와 함께 장덕의 행보는 그처럼 순조로운 듯했다. 더욱이 일본 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외모 덕분에 장덕은 여러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하이틴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만능 엔터테이너’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헝클어진 가정환경은 그에게 안정을 빼앗았다. 아버지의 재혼에 따른 갈등, 자살 소동 그리고 1979년 갑작스러운 도미(渡美)가 이어졌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테네시 주립 대학에서 작곡 공부를 했고 1981년 결혼, 남편과 함께 그룹 활동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고 1983년 귀국해 음악적 재기를 꾀했다. 1985년 오빠 장현과 함께 현이와 덕이를 재결성해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의 히트로 그나마 숨통을 트기 시작했다.
다시 솔로로 독립해 1986년에 발표한 앨범에서 「님 떠난 후」가 <가요 톱10>에서 5주간 1위를 차지하는 대박을 치고 후속타 「어른이 된 후에 사랑은 너무 어려워」도 호응을 얻으면서 마침내 날개를 활짝 폈다. 당대 이선희, 정수라와 더불어 여성 트로이카 가수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이 나왔을 정도의 큰 스포이트라이트였고 아마도 이때가 스물여덟 짧은 인생에서 장덕이 유일하게 환하게 웃어 본 시기였을 것이다.
이 무렵 가수 활동뿐 아니라 다시 한번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을 발휘해 많은 동료 가수들에게 곡을 써줘 히트를 안겨 주었으며 그들의 음반 제작에도 참여해 작사, 작곡자를 넘어 프로듀서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녀는 사실상 한국 최초의 여성 ‘가수 겸 작·편곡자 겸 프로듀서’였다.
여기서 잊을 수 없는 곡은 1986년 이은하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친 「미소를 띠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다. 당대에도 세련된 선율과 고급스러운 진행으로 천재적 역량의 분출이라는 미디어의 칭송을 받았고 훗날 조성모와 왁스 등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면서 이 곡은 이제 가요사의 명곡 반열에 올라 있다. 2004년 드라마 <천생연분>에서 주인공 황신혜가 불러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성공의 즐거움은 그러나 우울증과 자폐증을 부르며 더욱 장덕을 짓눌렀다. 가장 성공한 「님 떠난 후」 앨범의 상당수 수록곡에 이미 극단의 비탄 정서가 흐르고 있었다. 기획사를 만들고 전국에 팬클럽을 조성하려는 의욕에 비례해 그녀의 삶에 대한 회의와 절망도 깊어졌고 안타깝게 약물 의존도도 높아만 갔다. 게다가 1989년 발표한 앨범 <예정된 시간을 위하여>는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불길한 제목처럼 그녀는 정말로 예정된 시간을 향해 치달려 갔고 결국 이 앨범은 그녀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장덕이 죽은 뒤 4개월 후인 1990년 6월, 전영록, 이선희, 김범룡, 임지훈, 최성수, 위일청 등 동료 가수가 참여한 장덕의 추모 앨범이 발표되었다. 타이틀도 유작을 따 <예정된 시간을 위하여>로 붙여졌다. 그러나 장덕 사망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 몇 개월 후인 1990년 8월 16일에는 오빠 장현마저 설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서른네 살이었다. 남매의 연이은 요절에 대중들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망자에 대한 예우’ 문화가 확립되지 않은 우리 음악계와 팬들은 곧 이 천재의 죽음을 잊었다.
유재하, 김현식, 듀스의 김성재 그리고 김광석은 죽은 뒤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에 의해 전설의 위상이 부여되는 응당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탁월한 음악을 선사하면서 늘 천재라는 수식이 따라다닌 장덕은 죽은 해, 그때 잠깐이었을 뿐 뚜렷한 추모 행사가 이어지질 않았다. 생전에도 비운, 사후도 비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님 떠난 후」와 「미소를 띠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만으로도 우리에게 이러한 크기의 여성 뮤지션이 존재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가 일찍 떠난 것이 음악 역사의 거대한 손실임을 슬퍼하고, 우리가 그를 쉬 잊는 것도 비극이라는 점을 깨쳐야 할 것이다. 마침 올해는 장덕 사후 20년이다. 요란한 TV 스페셜 프로그램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후대가 그의 음악 세계를 기릴 수 있는 베스트 앨범은 출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린 너무 현재에만 골몰한다.
노래 모음
01.소녀와 가로등
02.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03.님 떠난후
04.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05.이젠 안녕
06.이별인줄 알았어요
07.예정된 시간을 위하여
08.어느 소녀이 사랑 이야기
09.뒤늦은 후회
10.가을에 만난소녀
11.귀여운 사랑
너나 좋아해 나너좋아해
님 떠난 후
소녀와 가로등
예정되 시간을 위해
첫댓글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 했을때가 생각나네요 그때 오빠와 행복해하던 ...벌써 몇년이 흘렀나요 ...가사가 은근 부정적인 성향이었죠..가요계에서 손꼽을 수 있는 비극의 주인공...좋은곳에서 행복하길 바래봅니다...
데미안님,,근데
혹 보이시나요?
장덕 얼굴 어디에 그런 불운이 있는지,,,,
얼마나 본 얼굴인데 전 아직 모르겠어요.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런 얼굴이란 생각만 드는데.....
물론 오빠도 그렇구요.
이 남매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요 ㅠ.ㅠ
보이진 않구요^^ 당시에 웃고 있을 때나 무표정일때나 슬퍼 보였어요.. 어린시절 봤는데도 느꼈다면 ...아마 기운이 않좋았던거 같네요 ...
흔히 예술가들이 에너지를 폭풍소진하죠...
일반인인 저도 기조절이 힘든데,,,
기가 안 좋았군요.............................
평 감사합니다.데미안님~
지금 사진 봤는데요 눈이 문제가 있네요
아.......
어느덧 24년이 흘렀네여.
예정된 시간을 위해 이 곡의 동영상을 보고 느꼈네여.
그늘진 누님의 얼굴에 이상 징후가 보였다는걸.
나그네님처럼 알아채시는 분들이 계시는군요....ㅠ.
@박차오름~* 오름님도 일찍? ㅎ...요즘은 주위에 슬픈 일이 많아선지 옛날 생각들이 나네요...즐겁게 연휴 마무리 하시길~~^^*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군요....재능도 그렇고 미모도 있는... ㅠㅠ. 일찍? 일어나셨네요~~^^* 연휴 마지막날 즐겁게 보내세요 ㅎ
@데미안 말씀 듣고 다시 들어보니 가사가 .아우....ㅠㅠㅠ.
그러네요..정말 그러네요.....
희생자 분들을 어찌 잊겠나요......
데미안님 덕분에 마구 슬퍼지네요^^
@데미안 난 이제는 너를 잊으려 하네
아직 못다한 사랑을
여기에 남긴채
나 이제는 나의 길을
가야만 하네
아직 모르는 곳이지만
너를 두고 가려하네
수많은 별들이 가득한 이밤
창가에 스치는 얼굴들
모든것이 여기에 있는데
내가정말 떠나야 하는지
잊지 말아요 우리의 사랑을
잊지 말아요 그날의 기억들을
잊지 말아요 우리의 사랑을
잊지 말아요 그날의 기억들을
이제는 시간이 됐어요
그대여 안녕
수많은 별들이 가득한 이밤
창가에 스치는 얼굴들
모든것이 여기에 있는데
내가정말 떠나야 하는지 ㅠ.
예수님 부처님,,,모든 신들께서 그 분들의 영령을 위로해주시길 바랄 뿐 입니다..
데미안님 연휴 조심히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