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지원병으로 선발된 느구르떼의 집들! (동북인도 마니푸르에서 온 11번째 서신)
최근 인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사진과 동영상이 너무 끔찍하여 가슴이 아파서 앓고 있다.
사악한 인간의 폭력! 악의 절정을 보는 듯하였다.
히틀러의 아우슈비츠 가스 살해가 선하게 느껴질 정도로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악이 너무 잔학무도하였다.
백주대낮에 길거리에서 크리스천 여성을 총으로 살해하는 동영상, 예배드리는 교회 안에 폭력배들이 들어가서 각목을 휘두르는 동영상, 청년 패거리들이 여성을 발가벗기고 뒤에서 사냥하듯이 몰아서 달리게 하고 있는 동영상 등이 나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뿐만 아니라 마니푸르 폭동 사진을 볼 때 마다 1920년 간도대학살이 떠올라서 치를 떨곤 한다.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들이 또 있다. 미얀마의 내전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파괴적인 전쟁, 인류의 공동자원인 바다에 원자력발전소 핵 오염수를 버리겠다는 일본의 이기적인 국가주의!
이 거대한 탐욕과 폭력 앞에서 나는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으리라. 울고 기도하며 고난을 나누기 위하여 발버둥을 쳐도 악하고 이기적이고 교만한 정치인들은 꿈쩍도 않는다. 모든 폭동과 내전과 전쟁과 핵 오염수 방류와 유튜브의 극단적인 거짓 비디오 유포가 사라지는 세상이 언제 올 것인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며 눈물로 기도한다.
마니푸르폭동 건으로 불에 탄 교회와 집들의 재건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 폭동이 언제 끝날 것인지? 난민들이 언제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등을 생각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렸다.
1994년 방문한 이래로 면면연연이 이어진 관계가 이토록 큰 아픔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마니푸르에서 60km 떨어진 추루찬드푸르에 사는 자매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아래는 자매님이 보내준 카톡을 정리한 것이다.
선생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최전방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우리 지원병들을 배려해주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제가 여신도회에 선생님의 의견을 전달해서 그 금액이 튜링에 있는 지원병들 식사에 사용되도록 하겠습니다. 영수증은 회계가 가지고 있는데 내일 제가 받아서 보내겠습니다.
오늘 우리 여신도회원들은 영양실조에 직면한 난민들에게 고기 식단을 제공하기 위하여 건강하고 좋은 돼지를 구입하고자 찾는 중에 있습니다. 아마 오늘 안으로 찾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선생님!
그 동안 우리 여신도회원들이 금식한 돈을 모아서 쌀을 샀습니다.
지원병들의 가족에게 50kg 한 포씩 나누어 드렸습니다.
저는 그들의 가정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문안을 하였습니다.
우리 여신도회원들이 가장 많은 지원병이 있는 느구르떼 마을을 방문해서 쌀을 전달하고 함께 기도하며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
남편이 지원병으로 선발된 집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남편의 하루 노동이나 그의 노동으로 여러 가지 작물을 가꾸어 생계를 꾸렸던 가족들은 일손도 없고 폭동으로 일거리도 사라졌기 때문에 수입이 사라졌습니다. 4개월 째 계속되는 폭동으로 남편을 최전선으로 보낸 아내들 모두가 지쳐있습니다. 불안과 근심에 잠겨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대신해서 보초를 서는 그 분들의 남편이 무사히 귀환하는 날을 기도하며 함께 울었습니다.
선생님!
그 동안 우리는 기도와 각종 시위, 식당 조 자원봉사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물가가 폭동하고 물자가 딸리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에 빠집니다. 폭동이 평화적으로 잘 해결되고 우리 아디바시의 존엄과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으며 우리의 일상이 회복될 때까지 살아나야겠습니다. 병들지 않고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남아야겠습니다. 폭동으로 고난을 당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건강을 챙기고 지켜야겠습니다.
선생님!
우리보다 먼저 우리 문제를 아시고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와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8월 24일 해시
우담초라하니
부기
느구르떼에는 우리가 건축비의 일부를 후원해서 세운 교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목사가 되고 선교사가 되겠다고 서원한 아이들 16명이 있습니다.
저는 작은 산 아래 있는 그 마을을 좋아합니다.
추르찬드푸르에서 논길을 따라 북쪽으로 40분 정도 짚을 타고 달리면 조금 큰 개천이 흐르고
개천의 다리를 넘어 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경사가 완만한 언덕길이 나옵니다.
언덕길 양쪽에는 빨간 히비스커스 꽃과 포인세티아가 반겨주고 파파야와 망고 등의 열대과일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조금 걸어가면 아담하게 잘 지어진 교회가 보입니다. 교회 마당 구석에는 창고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3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3칸으로 된 나락 창고 입니다. 나락 창고는 여신도회 창고, 남신도회 창고, 어린이와 학생들의 창고로 나뉘어 있습니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어린이와 학생들의 나락 창고였습니다. 어린이와 학생들이 가을에 이삭을 주어서 창고를 가득채운다고 합니다. 나락이 창고에 가득 채워지면 정미소에 보내 쌀을 만듭니다. 아이들은 쌀을 판매한 돈으로 도시 빈민가에서 사역하고 있는 어려운 선교사에게 후원금으로 보낸다고 하였습니다. 나락이 없는 계절에는 주일에 교회에 오면서 쌀 한 주먹씩 가지고 와서 모은다고 합니다. 그 쌀 역시 팔아서 빈민가의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어려운데 왜 나누느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착하게 사는 것이라고!
이삭을 줍는 것은 힘들지 않다고!
이삭줍기는 마음과 정성으로 하는 것이라고!
자기들이 하는 일은 아주 작은 것이라고!
수줍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들이 다 천사로 보였습니다.
작은 것으로 큰일을 하는 아이들 모두가 각자 십자가를 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맑고 곱고 선한 사랑스러운 대답을 들으면서 속울음 울었습니다.
감동으로 벅차서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들은 실로 하나님께서 산골짜기 숨겨둔 보배요, 천사들이었습니다.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 아이들이 지금쯤 26세 ~ 15세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아이들이 폭동으로 상처를 입지 않기를 빕니다.
그들이 그 땅의 평화의 일꾼이 되길 기도합니다.
자매님의 카톡을 읽고 느구르떼의 나락 창고와 어린이들을 생각하였습니다.
그 천사같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새로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천사들을 위하여,
지원병으로 최전선에 간 천사들의 아버지를 위하여
악의 기운에 눌리지 않고 일어 서기로 하였습니다.
폭동이 종식되면 그들을 보러 느구르떼 마을에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