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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상의 주차장 → 상의탐방지원센터 → 대전사 → 기암교 → 전망대 → 주봉 → 칼등고개 → 후리메기 삼거리 → 용연폭포(왕복) → 절구폭포(왕복) → 용추폭포 → 시루봉 → 주왕암, 주왕굴 → 기암교 → 대전사 → 상의 주차장'의 12.2km 코스를 5시간 30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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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106.114㎢이다. 보는 이를 한눈에 사로잡는 암봉과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을 간직한 영남 제1의 명승지이다. 주왕산(720.6m)을 중심으로 태행산(933.1m), 대둔산(905m), 명동재(875m), 왕거암(907.4m) 등의 산들이 말발굽형으로 자연 성곽 같은 멋진 산세를 이루고 있으며, 7천만 년 전의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은 용결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특색 있는 경관을 이루고 있어 우리나라의 3대 암산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주왕산국립공원은 2019년 5월 4일 처음 방문해 일반적인 등산객과 인증꾼이 탐방하는 코스가 아니라, 주봉을 버리고 '절골 주산지 갈림길 → 절골 통제소 → 대문다리 → 가메봉 → 후리메기 → 3 폭포 → 2 폭포 → 1 폭포 → 학소대 → 시루봉 → 대전사 → 주차장'의 14.6km(트랭글 기준) 코스를 5시간 40분 동안 달렸었다[산행기]. 그런데, 주왕산 최고 조망처라는 가메봉에 오른 건 좋았지만, 명색이 국립공원의 정상 중 하나인 주봉에 오르지 않은 게 늘 마음에 걸렸다. 해서 산행을 다녀온 지 나흘 후인 5월 8일 바로 주왕산행 계획을 다시 만들었다. 그런데, 주봉도 주봉이나, 장군봉도 빼놓으면 안 되는 봉우리라는 생각이 들어 한꺼번에 그 둘을 다 도는 방법은 없을지 온갖 구상을 다해 봤으나, 내 체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로 주봉과 장군봉에 다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두 번을 더 방문해야 한다는 건 기정사실이 됐다. 그리고 주봉은 인증꾼을 위한 코스 계획에 따라 움직이면 되고, 장군봉은 갈림길에서 반대로 가면 된다.
비록 최고의 경치라고는 하나, 주왕계곡을 따라 세 번이나 내려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말인즉 힘들게 다시 방문한 거 가능하면 새로운 코스로 달리고 싶었다. 해서 무슨 방법이 없을지 여기저기 뒤적이다가, 우연히 대기업 안내산악회에서 진행 중인 외씨버선길 산행을 구경하다가, 그 시작이 일반적인 주왕산행과 같은 ‘대전사’로, 주왕계곡을 띠라오른 후 ‘금은광이 삼거리’에서 달기폭포와 약수를 거쳐 청송 객주에서 1구간이 끝난다는 걸 알았다. 그럼, 주왕계곡을 버리고, 장군봉으로 돌아, 금은광이 삼거리로 가면 된다. 금은광이도 궁금했던 차라 내게 딱 맞는 계획이다. 주왕산 장군봉은, 천고지 어래산에 오르기 위해 외씨버선길 '마루금길'을 따라나선 것[산행기]과 같이, 외씨버선길 '주왕산•달기약수탕길'을 따라나서기로 했다. 장군봉이야 현재 진행 중인 외씨버선길 5차가 종료되고, 6차를 시작해야 갈 수 있으나, 주왕산 주봉은 언제든지 출발하면 되는 상황이라, 안내산악회에 몇 번 신청했다. 하지만 번번이 다른 산행에 밀려 취소해, 대여섯 번은 취소했을 정도라, 졸지에 주왕산 주봉이 비운의 봉우리가 됐다!
2024년 광복절은 3주 차 목요일로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방 산행은 구룡령에서 시작해 통마름골로 하산하는 코스로, 구룡령부터 만월봉까지는 백두대간이다. 대개 백두대간 산행은 오대산 구간 중 두로봉 이후는 비탐이라 무박으로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달려, 무박 산행을 싫어하거나, 비탐 구역에 들어가는 걸 꺼리는 대간꾼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구간 중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산행이 공지되자마자 성원을 채우는 것도 모자라, 2호 차까지 만원이 되고도 대기자가 열 명이 넘을 정도로 호황이었다. 아마 광복절 휴일이라는 것도 한몫했을 거다. 본인이야 당연히 천고지 산행이자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2023년 5월 무박으로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달려 그 구간 산행한 지 1년을 약간 넘겼을 뿐이라. 아예 신청하지 않았다. 그 코스에 재미난 암릉이나, 조망이 특별히 좋은 곳이 있다면, 다시 갈 수도 있으나, 천고지이자 백두대간이라 찾는 산일뿐이다. 당연히 나뿐만 아니라, 이미 대간을 종주한, 대부분 목요방 선수들이 그 산행에 불참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안이 필요했다. 와중에 토요일은 등산방 정기산행이다. 그런데, 정기산행을 광복절 휴일에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그렇게 했다. 고로 선택지가 토·일까지 넓어졌다. 하지만, 그나마 초행인 18일 일요일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두류산행은 신청자가 10명을 넘지 못했고, 가격으로 승부하는 안내산악회의 52년 만의 개방이라는 가야산 칠불능선 코스는 신청자는 성원에 가까웠으나, 막상 입금자가 소수에 불과해 역시 취소됐다. 두류산이야 좀 번거로워서 그렇지 대중교통으로 갈 수도 있으나, 가야산 칠불능선은 그렇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사실 가야산에 오른 지도 오래됐고 해서, 단풍철에 한 번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마침 처음 듣는 칠불능선 코스 산행이라 더욱 기대가 컸었다. 어쨌든 가야산은 단풍철에 칠불능선 산행을 다녀오면 된다. 그런데, 당장 갈 수 있는 산이 사라져, 내가 아는 모든 안내산악회를 뒤졌으나, 눈에 띄는 건 대기업 안내산악회의 주왕산행이었다. 와중에 28인승을 넘어, 31인을 꽉 채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대기자에 이름을 올렸다.
광복절인 목요일 관악산 무너미계곡 정기산행의 후유증으로 금요일 평소보다 늦게 기상해 볼일을 보며, 밤사이 변동이 있나 살펴보니, 주왕산행 신청자 중 한 명이 빠져나가, 그 자리에 나를 배정했으니, 입금하라는 문자가 있다. 당연히 바로 입금해 주고 31인승 버스의 단독 석은 아니나, 그나마 괜찮은 1번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번 주 일요일인 8월 18일 몇 번이나 취소당했던 주왕산 정상인 주봉에 오른다! 대전사에서 후리메기 삼거리까지는 초행이고, 후리메기 삼거리부터 주왕계곡은 2019년 5월에 지났던 코스다. 해서 시간이 남아돌면 폭포도 신경을 쓰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당시 지나쳤던 주왕암과 주왕굴에 집중할 생각이다. 산행 준비는 사당역표 김밥, 그리고 최근 몇 번의 실험으로 마음에 쏙 든 슬링백과 물가방 조합에, 주왕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당일 기온이 영상 27℃~29℃ 사이라, 언제든 계곡으로 뛰어들 수 있는 아큐아 슈즈를 신을 예정이다. 하산주야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의 즐비한 식당 중 하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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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45분 알람에 놀라 잠이 깬 후 아지트로 나와 볼일을 보며 밤새 산행 일정에 변함이 있는지 확인했다. 대기업 안내산악회는 변동이 없고, 기상청 날씨 예보는 주왕산의 초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좋음'으로 날씨만 받쳐준다면, 조망은 좋을 듯하다. 그리고 기온은 어제 예보보다, 전체적으로 1℃가량 높아져 산행 시간 동안에는 29℃~30℃, 바람은 약간 강해져 2m/s~3m/s, 예상 기온과 체감 온도가 같은 거로 봐서, 특별히 외부적 요인에 의해 더 덥지는 않을 듯하다. 그래봐야 폭염 특보 발효 중이지만!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구산역 기준 첫 열차를 타기 위해 5시 28분경 미리 준비한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구산역에서 봉화산행 첫차를 타고, 삼각지에서 사당행으로 갈아탄 다음 6시 18분경 사당역에 도착했다. 안내산악회 버스가 공영주차장에서 대기하는 평일이라면 20분이 넘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 없지만, 도롯가에 정차하는 토요일과 휴일에는 버스를 찾아 헤맬 확률이 높아 충분한 시간 여유가 필요해 서둘렀다.
사당역에 내려, 승차장 종합 판매대로 가서 보니, 김밥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인장에게 야채김밥 하나 달라고 하자, 몇 주 전부터 일요일에는 김밥 공장이 공급을 안 한단다. 말인즉 '애란네 김밥'이 일요일 쉰다. 토요일 쉬는 건가? 사실 열차를 타고 사당으로 오면서, 일요일 이른 시간에 개찰구 밖 가게가 정상 영업할지 의심스러웠다. 해서 요일에 무관하게 늘 문을 여는 종합 판매대에서 먼저 김밥을 찾았다. 예상대로 위층의 개찰구 밖 가게가 휴일이라 쉰다면, 낭패다! 집에서 출발할 때 일요일이란 걸 고려하지 않은 게 실수다. 그나마 다행은 아래와 위의 김밥 공급처가 다르다는 거! 승차장을 떠나, 계단을 올라, 개찰구를 통과하며 오른쪽 즉석 빵집이 영업 중인지 확인했다. 다행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늘 있는 곳에 김밥도 보여, 즐거운 마음으로 개찰구를 빠져나갔다.
이후 즉석 빵집으로 직행해 야채김밥 하나를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1번 출구로 나가, 정차해 있는 관광버스의 목적지를 확인하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거의 끝에서 주왕산행 전세버스를 발견하고, 배낭을 멘 채 버스에 탔다. 정상적이라면, 짐칸에 배낭을 두고, 슬링백과 물가방만 들고 타겠지만, 지난주 배낭 분실에 관한 대기업 안내산악회의 이후 조치를 확인하기 위해, 31인승이라 앞뒤 간격이 좁은 버스임에도 들고 타, 배낭을 의자, 앞좌석과의 사이에 뒀다. 고로 상·하행 이동 내내 겪은 불편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어쨌든 자리를 잡고 앉은 후 배낭에서 슬링백과 물가방을 꺼내, 손잡이에 걸고, 그나마 가장 편한 자세로, 패드로 책을 봤다. 그리고 버스가 예정 시각인 6시 40분 출발하는 걸 보고 잠이 들어 깨어보니, 익숙지 않은 고속도로라, 지도를 확인하니, 서산영덕고속도로다. 이 도로도 달려봤나? 2019년 첫 주왕산행 때? 그리고 조금 있으니,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간다.
영덕 방향 의성휴게소다. 초면인 듯한데, 궁금해 산행기를 찾아봤다. 올해 두 번 의성휴게소에 들렀으나, 둘 다 낙동강 의성으로 상주영천고속도로의 휴게소로, 서산영덕고소도로의 의성휴게소와는 다른 곳이다. 말인즉 이 휴게소는 초면이 맞다. 의자 사이가 좁고, 와중에 배낭까지 한자리를 차지해 무릎이 아플 정도라, 딱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니나, 버스에서 내려, 스트레칭으로 다리 근육을 풀어주고 화장실에 들른 후, 여기도 소공원이 있는지 둘러봤다. 있기는 있는데, 주제가 뭔지 모르겠다. 고속도로 준공 기념물이 둘러싼 중앙에 유학자의 동상이 서 있다. 그럼, 이 동네 출신 유명 학자일 확률이 높아, 안내문(?), 소개문을 찾아봤으나, 없다! 대신, '동서 선비의 만남이….'로 시작하는 고속도로 홍보 글이 있을 뿐이다. 고로 동상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의성이 유학의 고장이라는 얘기다. 내세울 유명인은 하나도 없지만! 그걸 확인하고, 땡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주차장을 떠나, 시원한 버스로 돌아갔다.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늘 그렇듯이 인솔 대장이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먼저 코스 설명 전 산행이 아니라, 주왕계곡 관광이 목적인 사람을 파악했다. 제일 앞자리라, 보지는 못했지만, 꽤 있는 듯했다. 이후 코스 소개를 하는데, 거리는 12km가 약간 넘지만, 주봉에 오르는 2km, 그리고 하산하는 2km, 총 4km 정도를 뺀 나머지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어, 빠른 사람은 4시간 내에 주파하는 산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상의 높이가, 700m가 넘어, 600m가량을 올려야 해, 쉽지 않은 산행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응? 그럼, 들머리의 높이가 100m 내외라는 건데, 그렇게 낮았나? 와중에 왕복해야 하는 폭포가 몇 개 있는데, 그건 각자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어쨌든 책정된 소요 시간은 5시간 30분으로 시간을 정확히 지켜달라고 했다. 그리고 국립공원이라 이정표나 등산로는 잘 되어 있지만, 혹시 길이 헷갈릴 때는 대장에게 바로 연락하란다. 차분하고 설명을 잘한다. 다만, 원칙에 철저해, 1분만 늦어도 버리고 갈 분위기다.
설명이 끝나고, 실내등이 꺼지며 취침 상태로 돌아갔으나, 이미 충분히 잔 후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22일 목요방 산행인 구만산행의 신청자 상황을 찾아봤다. 대기자까지 있던 산행이 며칠 전부터 취소자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확인했을 때는 세 자리가 비었다. 그런데, 그 사이 또 취소자가 발생해 빈 자라기 여섯이다. 이건 기상에 문제가 있는 거다. 아직 단기 예보가 나올 시기가 아니라, 중기예보를 확인했다. 수·목 전국적인 비다. 이전 취소자도 비 때문인 듯하다. 중기예보라 내리는 정도는 알 수 없으나, 전국적인 비는 확실하다. 물론 기상청을 믿을 수도 없지만! 그런데, 계속된 불볕더위 산행에 지쳐 오히려 폭우의 우중 산행을 그리던 인간이라, 비 소식이 반갑다! 어쨌든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순간 지하철역에서 벗었던 양말을 다시 신고, 아큐아 슈즈의 끈을 조였다. 그리고 바람막이를 벗어, 슬링백에 넣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이후 예정보다 50분이나 이른 10시 11분 상의주차장에 도착했다. 고로 삼행 마감은 15시 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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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상의 주차장은 2019년 5월 4일 안내산악회와 함께한 게 처음이니, 2024년 8월인 오늘은 5년이 지나 두 번째 방문이다. 와중에 당시는 절골 입구가 들머리, 상의 주차장은 날머리였다[산행기]. 해서 주변을 자세히 둘러볼 여유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상의 주차장을 기점으로 한 환 종주에 코스도 짧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등산 앱의 '기록 시작'을 누른 후 주변을 둘러봤다. 먼저 눈에 띄는 게 탐방센터 뒤로 보이는 바위 군락이다. 비록 두 번째 보는 거지만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난다.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두 등산 앱으로 현 위치, 즉 상의 주차장의 고도를 확인했다. 239m~262m로 대장이 얘기한 100m대가 아니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726m에 불과한 주봉이라, 고도차는 464m~487m로 인솔 대장이 언급한 600m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내 핸드폰은 여러 번 GPS를 수신한 데이터를 평균해야 어느 정도 실제와 부합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현재는 어느 게 맞다고 자신할 수 없다.
정확하든 아니든 올려야 할 높이를 확인하고, 벌써 저만큼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이정표가 가리키는 '주왕계곡 탐방로'를 향해 갔다. 그런데, 2019년에는 대전사에서 내려오는 거라 뒤의 우뚝 솟은 바위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절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라, 정면으로 바위를 보며 가고 있다. 당연히 가면 갈수록 가까워지고 자세히 볼 수 있어, 가던 길을 멈추고 수시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사진이야 많지만, 보이는 건 다 비슷하다, 아마 필름 카메라였다면 이렇게 막 찍지는 못했을 거다. 문명의 발전이 필름의 낭비 대신 전력의 낭비를 가져왔다. 물론 산행 초반이라 사진 중에는 등장이 반갑지 않은 그 문명을 만든 기반도 찍혔다. 그래서 그런지, 초입에 관광객을 위한 거로 보이는 그 기반이 나오지 않는 포토 존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약간 가리기는 했어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런 비교를 하며 가, 10시 24분 대전사에 도착하니, 이정표처럼 앞에 두고 왔던 그 바위가 보광전 뒤에 버티고 있다. 이 모습이야 5년 전에도 찍은 거다.
처음 계획은 5년 전에는 하산주 시간에 쫓겨 대충 훑어보고 지나쳤던 대전사를 오를 때가 아니라, 내려올 때 샅샅이 훑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미처 알지 못했는데, 주왕계곡이든 주봉이든 대전사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물론 우회로도 있지만. 이에 반해, 다음에 갈 장군봉은 대전사를 가로지를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이왕 들어온 거 5년 전 하지 못한 대전사 본존불과 산신에게 신고하기로 하고, 대웅전 아니 대전사는, 보광전은 불자로 붐비고 있어, 보광전과 명부전 사이로 보이는 작은 전각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산신각, 아니 산령각이다. 산령도 계속되는 불볕더위는 견디지 못하는지, 활짝 열린 문으로 산령에게 무사 산행을 기원했다. 이후 뒤로 돌아 나오다가, 그 사이 사람이 줄어든 마당 가운데 은행나무도 찍었다. 역시 은행나무는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에 봐야 한다! 그리고 오른쪽 절집, 즉 보광전으로 갔다. 그런데, 안에서 스님이 예불 중이라, 방해할 수가 없어, 박에서 본존불에게 신고하고, 기념사진만 찍고 물러 나와,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뒤에 버티고 있는 바위도 같이 찍혔다.
감로수만 마시면, 절에서 해야 하는 일은 다하는 거라, 감로수를 찾았다. 절의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도관이다. 그것도 폭염이 감로수도 말렸는지 잠겨 있어, 수도를 열자, 감로수가 시원하게가 아니라 졸졸 흐른다. 그래도 맛볼 건 맛을 봐야 해 수도관에 고여있던 감로수가 폭염에 데워진 물이 다 나오기를 기다린 후 플라스틱 바가지로 감로수를 받아 마셨다. 그런데, 여전히 따뜻해, 맛을 평할 수 없을 수준이다. 서울 수도만 따뜻한 물이 나오는 줄 알았더니, 주왕산 산골짜기 대전사도 다름이 없다. 어쨌든 절집에서 해야 할 걸 다 했으니, 후련한 기분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주왕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로 갔다. 그래봐야 차량이 다니는 포장도로지만. 그리고 조금 올라가자, 갈림길이다. 용추폭포는 왼쪽의 기암교로 주왕계곡을 건너고, 주봉은 직진해 나뭇가지로 만든 아치를 지나 바로 등산로로 들어선다. 직진하기 전 그 갈림길 한쪽에 있는 '주왕산 상의지구 세부 안내도'로 가야 할 코스를 대충 훑어보다가, 지금까지 바위라고 부른 것도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다. 기암(奇岩)이다! 해서 다리 이름이 기암교(奇岩橋)다!
이번 산행의 목표인 주봉은 어디로 돌아도 정상이라, 계곡으로 올라 능선으로 하산하는 것도 잠깐 고민했으나, 역시 폭염 특보 발효 중 산행이라, 하산 때 씻는 게 좋아, 예정대로 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돌기로 했다. 그리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등산로 입구에 있는 '탐방로 안내도'로 현 위치의 높이와 주봉까지의 경사도를 확인했다. 현 위치는 숫자로 높이가 나오지 않으나, 그림으로 표현된 걸 보면, 해발 200m가 넘는다. 그럼, 앱의 GPS가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돌아버린다! 뭐가 진실이든 10시 30분 '주봉(主峰) 마루길' 입구의 아치를 지나, 본격적인 주봉 산행을 시작했다. 주봉까지 남은 거리는 2.0km, 인솔 대장의 설명에 의하면 2시간 거리다! 고작 2km에 2시간이라면 설악산 공룡보다 험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험한 건 올라보면 알겠지만, 그보다는 폭염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등산로로 접어들어 50여 미터를 간 후 앱으로 다시 고도를 확인했다. 상의 주차장보다 낮다. 예상했던 바다! 그런데, 산경표에는 네이버 지도에는 없는 '전망'이 갈림길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갑판 등산로로 위로 향하며, 폭염에 바짝 마른 오른쪽 작은 계곡을 보니, 주 계곡인 주왕계곡도 마르기는 마찬가지고, 산행 후 계곡에서 씻을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걱정은 급경사를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폭우처럼 쏟아지는 땀 덕에 심해졌다. 더위야 어쨌든 등산객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찾는 국립공원답 등산로와 이정표, 쉼터는 잘 갖춰져 있어, 길을 잃고 헤매거나, 가쁜 숨을 바닥에 앉아 고르는 일은 없을 듯했다. 맨땅보다 나무를 땅에 박아 만든 계단이 더 많다는 게 문제지만! 10시 40분 주봉 1.5km 이정표를 지나, 즉 500m를 오는 데 10분이 걸렸으니, 아직은 다른 산보다 특별히 험하지는 않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땀은 산 때문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 덕이다. 그리고 4분 후 첫 갑판 쉼터이자 전망대에 도착했다. 탈진할 정도가 아니면 앉아서 쉬는 인간이 아니라, 가쁜 숨을 잠깐 고른 후 바로 전망대로 가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그래봐야 '기암'이 주 촬영 대상이다. 이후 갈증과 허기를 해소하기 위해 물가방에서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다시 길을 재촉했다.
인솔 대장의 경고와는 달리 주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가 교대로 나타나, 급경사를 오르느라 가빠진 숨을 완경사에서 고를 수 있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길이었다. 물론 마지막 깔딱은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볼 때 만만하지는 않을 거다. 10시 53분 주봉까지 1.3km, 해발 462m의 이정표를 통과해, 3분가량 가자, 다시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이다. 조금만 경사가 급하면 무조건 계단이다. 그 계단을 따라, 위로 가니, 갑판 전망대다. 아래 쉼터와는 달리 기암이 작게 보인다. 그리고 기암이 의지하고 있는 능선, 즉 장군봉이 있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측건대 저 중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장군봉이 아닐까? 그런데, 기암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마을이 아니라 절이겠지? 그 전경을 파노라마와 동영상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7분 주봉 능선에 올라섰다. 주봉 반대편은 낭떠러지 수준의 급경사라 금줄과 경고문으로 출입을 막고 있고, 그 앞에는 의자가 놓인 쉼터로 역시 국립공원이다. 그 의자에는 일행 중 여성 등산객이 앉아 숨을 쉬고 있었다.
쉼터라고 쉬는 인간이 아니라, 가끔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는 숲이 없는 구간을 빠르게 지나며, 좌우를 둘러보다가 오른쪽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주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발견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감상도 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동안, 쉼터에서 쉬던 일행이 추월해 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니, 이제는 나무를 땅에 박는 수준을 넘어선 바위 능선이라 그런지 갑판 계단이다. 그리고 그 계단 끝에 올라서자, 능선을 아래로 우회하는 흙길 등산로지만, 왼쪽 능선을 두고 우회로로 가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과거 정규 등산로로 생각되는 희미한 길로, 능선으로 치고 올라갔다. 능선에 올라서자, 반대쪽은 낭떠러지라, 안전 목책을 설치했고, 그 끝에는 금줄을 걸고 '탐방로 아님' 경고문을 매달았다. 그런데, 거기가 주봉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망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20여 미터를 가자 반대쪽으로 갑판 전망대 겸 쉼터다. 보이는 건 아래 전망대와 비슷하나, 다만 고도가 높아져, 장군봉 능선뿐만 아니라, 그 뒤와 오른쪽으로 뻗어가는 능선도 한눈에 들어와, 전경을 파노라마로 기록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갑판 전망대에서 완만한 능선으로 50여 미터를 가니, 암릉이 나타나고 능선은 아래로 내려간다. 그런데, 암릉답게 주변에 시야를 방해하는 숲이 없어 전면의 주봉과 그에 딸린 봉우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당연히 아래로 내려가는 갑판 계단 오른쪽 옆 바위 전망대로 가,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계단으로 내려가려다 왼쪽을 보니,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경치가 보여, 유심히 살펴봤다. 주봉 바로 왼쪽이 2019년 5월 올랐던 가메봉이라 생각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현재 시각 11시 13분, 주봉이 멀지 않았다. 고개로 내려간 후 마지막 깔딱을 올라가면 주봉이다. 해서 일단 11시 30분 주봉 도착을 목표로 갑판 계단을 내려갔다. 이후 완만한 경사의 암릉을 50여 미터를 가자, 다시 갑판 계단이다. 그런데, 그 계단 끝이 안 보인다. 그리고 역시 여성에게는 계단이 힘든지 나를 추월했던 일행이 계단 중간 멈춰 서 있다. 그를 추월해 끝없는 계단을 오르다가, 도대체 계단이 어디까지 이어지는 궁금해, 11시 20분경 두 등산 앱을 확인했다.
GPS 고도는 560m대지만, 등고선으로 본 고도는 600m대다. 그래도 수직으로 120m 이상, 능선으로는 300m 이상 가야 한다. 수직 120에 경사로 300이니 삼각함수로 경사도를 알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값이 아니라 가파르다는 사실이다. 계단 중간, ‘주봉 0.3km’ 이정표를 지나, 300m가 왜 이렇게 먼지 투덜거리며 오르다가, 목표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11시 26분 올려야 할 고도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앱을 확인했다. 최소 60m, 최대 70m를 수직으로 올려야 한다. 좀 전 확인 기준 높이나 거리나 반 왔다. 어쨌든 정상이 멀지 않아,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거의 목표와 비슷한 11시 29분 주봉 정상이자 주왕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과거 헬기장으로 사용했는지 꽤 넓은 평지고 그 왼쪽 끝에 정상석이 반대편에는 긴 의자가 있는 쉼터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많은 등산객을 추월하는 바람에 정상에 혼자라, 슬링백에서 삼각대를 꺼내 인증을 남겼다. 이후 정상 주변의 이정표나 등산 안내도 등을 확인하고 정상을 떠나려는 데, 등산객 한 명이 도착해 인증을 부탁해 찍어주고 떠났다.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30분, 목표 하산 시간이 2시, 고로 2시쯤 늦은 점심을 먹는다는 얘기다. 그럼, 사당역표 김밥은, 해서 정상을 떠날 때, 슬링백에서 김밥을 꺼냈다. 그리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김밥을 먹으며, 정상 쌍봉 중 다음 봉우리로 향했다. 당연히 정상의 쌍둥이 봉우리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41분경 그 아래에 도착했으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은 목책을 차단하고, 그 앞에 '탐방로 아님' 경고문이 붙어 있다. 중요한 봉우리라면 월담해 정상을 다녀왔겠지만, 주봉 정상은 이미 밟은 후라 미련 없이 좌회전해 칼등고개 갈림길로 향해, 11시 45분경 도착했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가메봉으로 향한다. 직전의 탐방로 안내에 의하면 여기서부터 칼등고개까지 1.3km는 주왕산에서는 보기 힘든 난이도가 '어려움'이다. 말인즉 국립공원 주왕산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조금 전에 지나친 탐방로 안내를 찍지 않은 거 같아, 돌아가 다시 찍었다. 조금 전에 한 일도 기억을 못 하니, 치매도 심각한 치매다.
이후 갈림길로 돌아와 가메봉 쪽으로 약간 들어가 있는 '우천 시 탐방로 우회 안내'를 보고 있으려니, 뒤를 따라온 등산객이 직진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길을 혼동하고 있는 거로 생각하고 도와준 거라 감사할 뿐이다. 어쨌든 2019년 산행 때 땀을 씻었던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가메봉 갈림길 구간, 즉 사창골은 비가 조금만 내려도 위험하다는 얘기다. 당시 인솔 대장이 그린 안내도도 사창골이 아니라, 가메봉에서 주봉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고, 코스 소개 때도 사창골은 등산로도 희미하고 위험하니, 자신 있는 사람만 가라고 얘기했었다. 당시와 비교하며 안내도를 검토하고 직진해 칼등고개를 향해 갔다. 일단 갈림길에서 진진해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우회하는 등산로는 완만한 경사의 흙길이라 저절로 빠른 속도로 났다. 그리고 11시 54분 '후리메기 삼거리, 1.4km'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 능선은 급경사로 바뀐다. 급경사라 등산로는 당연히 계단으로 한국 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계단이 다 있는 듯했다. 아, 암릉에 박힌 디귿형, 또는 스테플러형 철봉만 빼고! 암릉이 없으니 당연한가?
와중에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인사를 나누며 지나친 후 갑자기 반대편에서 오는 게 궁금했다. 혹시 산행 전 나와 같은 생각으로?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아 기억을 떠올려 보니, 낙동정맥이 주왕산을 지나고 있다는 게 기억났다. 해서 애초 대간, 정맥, 지맥의 산경표를 상징하는 앱인 ‘e-산경표’의 지도에서 낙동정맥을 찾아봤다. 주왕산 최고봉인 왕거암 옆으로 낙동정맥이 지나고 있을 뿐이다. 고로 대간꾼은 아니다. 그렇다고 외씨버선길 또한 주봉을 거치지는 않는다. 고로 그냥 나와는 반대로 돌고 있는 등산객일 뿐이다. 괜히 나와는 다를 거로 추측한 게 바보짓이었다. 산행 중 낙동정맥 지도를 뒤적이는 뻘짓을 하며, 급경사를 내려가다 보니, 암릉 끝에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이고, 그 끝이 후리메기 삼거리로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아니다. 후리메기 삼거리가 아니라, 칼등고개다! 그리고 후리메기 삼거리까지는 계곡 옆으로 난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다. 급경사를 내려오지 않았다면, 대도시 근교의 산책로로 착각할 정도 상태가 좋다! 그리고 그 산책로로 12시 19분 후리메기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상의 주차장까지는 2019년 달린 구간이다.
칼등고개에서 후리메기 삼거리까지 오면서 나란히 달리는 작은 계곡의 그나마 흐르는 물이 좀 고인 소에는 등산객이 홀로 또는 두셋이 모여 씻는 걸 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비록 물은 적을 망정 그나마 씻을 수 있는 계곡은 여기가 유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보는 눈이 많은 그 유명한 주왕계곡에서 씻는 건 물이 넘쳐흐를 때도 쉽지 않았는데,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는 두말햐면, 잔소리다. 해서 나도 여기서 씻고 가기로 했다. 다만, 2019년과 같이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가메봉 갈림길방향으로 사창골 상류로 향하다 적당한 소를 찾기로 했다 물론 당시에는 가메봉 갈림길에서 후리메기 삼거리로 사창골 하류로 내려오다가 세족과 세수만 했다. 무엇보다 사창골에서는 등산객 구경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 방해받지 않고 씻을 수 있어, 비록 왕복해야 하나, 우회전해 씻을만한 소를 찾으며 상류로 올라갔다. 그런데, 사창골이라고 다른 계곡과 다르지 않아, 역시 마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상류로 갈수록 더! 해서 그나마 물이 흐르는 소에 자리를 잡고 늘 하는 방식으로 씻었다.
다 씻은 후 남은 한 조각의 오이를 꺼내 먹으며, 후리메기 삼거리로 돌아가,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5년 전 갔던 길임에도 주변 경치나 길이 전혀 생각 안 난다. 하긴 방금 전에 찍은 사진도 기억을 못 하는데, 5년 전 산행을 기억하는 게 이상한가? 가끔 고도가 궁금해 앱의 GPS로 확인하기도 했지만, 불통 지역이라, 네이버 지도는 쓸모가 없다. 그나마 GPS는 통신과는 무관해 확인할 수 있다. 어쨌든 계곡을 우회하기 위해 작은 언덕을 넘기도 하며, 후리메기 입구로 향하다가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2시 57분 도착했다. 후리메기 입구는 삼거리로 좌회전해 내려가면 들머리인 대전사, 직진해 올라가면 용연폭포와 금은광이 갈림길로 향한다. 용연폭포까지는 0.3km, 왕복 600m다. 2019년 감상하고 촬영한 동영상도 있어 왕복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왕복해야 하는 폭포가 또 있으니, 아예 용연폭포에 들러 계속된 폭염으로 폭포도 말랐다는 걸 확인하는 게, 다른 폭포를 왕복하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고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 상류로 갔다. 결과적인 얘기로 이후 하산 중 길목의 폭포는 미련없이 다 무시했다.
산책로 수준의 잗다듬어진 길로 폭포를 향해 가는데, 일단 요란한 물소리가 안 들린다. 그리고 1시 정각 폭포가 보이는 곳에 도착해 위를 보니, 예상대로 '졸졸'이다. 해서 거기서 돌아가는 걸 잠깐 고민했으나,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계속 갔다. 그리고 1시 2분 용연폭포 전망대에 도착했다. 주왕산에서 용연폭포를 찾는 관광객이 얼마나 많으면, 폭포를 보러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별도로 있고, 일방통행이다. 물론 한글을 못 읽는 검은 머리 외국인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1시 9분 후리메기 입구 즉 용연폭포 갈림길에 도착해, 아까는 정신이 없어, 그냥 지나쳤던, '우천 시 우회 안내' 플래카드를 자세히 살펴봤다. 이 또한 비가 오면 후리메기, 즉 가메봉 방향으로 가지 말라는 경고다! 그리고 이정표의 '외씨버선길' 방향 지시를 보고, 조금 전 따라간 용연폭포까지도 외씨버선길이라는 걸 깨달았다. 고로 여기서 대전사까지도 외씨버선길이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앞에서 무언가 엉금엉금 기어간다. 깜짝 놀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랜만에 보는 두꺼비다.
1시 23분 도착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협곡을 지나 학소대로 향했다. 폭염 덕에 계곡도 바짝 마르고, 더위도 감당 못 할 정도로 먹었지만, 관광객이나 등산객이 거의 없어, 2019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가하지만 빠르게 지나갈 수 있었다. 물론 원하는 사진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기다리지도 않고 찍었다. 그게 학소대고, 다른 산이라면 선바위라고 불렸을 시루봉이다. 협곡 입구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기고 계속 내려가, 1시 29분 주왕굴 갈림길에 도착했다. 2019년에는 시간에 쫓겨 지나쳤던 암굴이다. 전설 따위는 믿지도 않고, 관심도 없으나, 석굴은 확인해야 하는데, 800m를 왕복하면, 1.6km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현재 시각 1시 29분으로 마감인 3시 40분까지는 2시간이 넘게 남았다. 1.6km 왕복에 대전사까지 2.0km, 합 3.6km는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라, 하산주 마실 시간도 충분하다. 물론 초행인 주왕굴까지 등산로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주왕산 등산로 상태로 봐선 대충 예측이 된다.
갈림길에서 널찍한 도로가 아니라, 위쪽의 등산로를 선택해 하산이 아니라 다시 등산하며 숲으로 들어가자, 낙석으로 폐쇄된 과거 등산로를 우회하는 새로운 등산로다. 그중 하나가 작은 계곡을 건너는 구름다리로, 과거에는 암벽에 붙어서 계곡을 지났으나, 지금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한 높이의 계곡을 다리로 건넌다. 그 구름다리 위에서 계곡 상류의 과거 등산로가 있는 암벽을 보니, 작은 굴이 보인다. 아래에서 이정표를 보지 않았다면 그 굴을 주왕굴로 착각했을 거다. 물론 낙석으로 폐쇄된 등산로와 굴이지만, 정체가 궁금해 주왕굴을 보고 돌아 나올 때 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반대편의 아찔한 높이의 계곡 아래도 기록으로 남겼으나, 역시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과는 차이가 크다. 요즘은 눈이 실제를 과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구름다리를 건너, 주왕굴로 향하며 남은 거리가 궁금해 앱의 지도를 봤다. 그리고 깜짝 놀라 다른 앱의 지도도 확인했다. 주왕굴이 왕복해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굴에서 주왕계곡으로 내려가는 지름길이 있다! 왜? 난 왕복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을까? 혹시 2019년 이후 만든 길인가? 해서 당시 산행기에 있는 지도를 찾아보니, 그때도 있다. 귀신에게 홀렸나?
어쨌든 산행에서 가장 싫어하는 왕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석굴을 향해 가는데, 오른쪽 울창한 숲 사이로 암봉이 보여 사진으로 남기도 했다. 그런데, 저 앞 길목에, 등산로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가 있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갑판 계단이 보인다. 전망대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시 37분 바위 정상 갑판 전망대에 도착했다. 와중에 주변 절경은 전망대 난간 밖이 더 잘 보이는 듯해 난간을 넘어 바위 끝으로 가, 말 그대로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중에는 그동안 위치가 궁금했던 바위와 봉우리 등도 있다. 세 번째 사진의 오른쪽 끝에서 가운데로 약간 튀어 나간 바위가 학소대다. 그렇게 원하는 사진을 찍은 후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석굴로 향해, 1시 42분 주왕암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암자 입구 안내문에 의하면, 석굴을 산신각으로 사용 중이다. 해서 암자로 들어가자마자 이정표 지시대로 무조건 산신각을 향해 위로 올라가, 1시 44분 도착했다. 그런데, 이 전각에는 문은 없으나 암굴은 아니다. 무언가 이상하다.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왼쪽 위로 칠성각이 보여 그곳으로 갔다. 역시 아니다. 하지만, 일단 산신과 칠성에게 신고했다.
석굴을 찾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려고 방향을 틀자, 앞에 기암이라, 역광이라 잘 보이지는 않으나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아래로 내려가서 보니, 정신없이 올라오느라 미처 보지 못한 주왕굴 이정표가 보인다. 절집 뒤의 좁을 협곡 사이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는데, 갑자기 절에 산신각이 두 개가 있어도 되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절이 여기 말고 또 있나? 어쨌든 갑판 길과 계단이 없으면 쉽게 닿기 힘든 주왕굴에 1시 49분 도착했다. 그런데, 굴 입구를 암자에서 시멘트로 꾸미는 바람에 굴의 자연미를 헤쳐, 오히려 초라해 보인다. 어쨌든 석굴의 산신에게도 무사 산행에 감사 인사하고, 암자를 떠나 지름길로 날머리인 상의 주차장으로 향해, 2시 16분 기암교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면 환 종주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폭염 아래,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만, 대단히 만족한 산행이라, 기분 좋게 다리를 건넌 후 환 종주를 인증하는 앱의 지도를 캡처했다. 이후 올라올 때 미처 보지 못한 걸 기록으로 남기며 날머리로 향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진은 장군봉 방향을 지시하는 이정표다. 대전사 앞을 지날 때는 마지막을 입구에서 기암을 배경으로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식당가 초입에 도착해, 내부의 상태를 보며 아래로 내려가다가 처음 계획과는 달리 주차장이 보이는 곳이 아닌 초입의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는 거로 사실상 산행을 마감했다. 그 시각이 14시 2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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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25분경 대전사와 상의 주차장 사이의 식당 중 하나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꽤 넓은 식당에는 우리 일행 네 팀이 식탁을 차지하고, 늦은 점심을 먹거나, 하산주를 마시고 있다. 해서 먼저, 차림표를 확인했다. 김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허기져, 하산주보다는 정식에 반주로 이슬이를 마시고 싶어서 안주가 아니라, 식사류를 봤다. 어차피 안주야 다른 곳과 다른 게 없다. 하긴 식사라고 다르겠냐만! 그런데, 내가 원하는 건 다 2인 이상이고, 혼밥이 가능한 메뉴는 산나물비빔밥과 된장찌개 둘이다. 뭐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라, 산나물비빔밥과, 소주는 이슬이와 참이 있다기에 지역 술, 참을 주문했다. 그러자, 특별한 사심은 없어 보이는 친정한 여사장이 된장찌개를 권한다. 해서 된장찌개를 달라고 했다. 이후 주인장이 가져온 차가운 물을 연거푸 석 잔을 들이켰다. 덥긴 덥다! 그리고 5분 정도 후에 밑반찬과 참이 나와 그걸 안주로 한잔하려는 데, 바로 된장찌개가 나온다.
찌개를 가져온 여사장이 그걸 식탁에 내려놓으며, 밥을 말아 먹으란다. 응? 순두부, 청국장은 자주 말아 먹지만, 된장은 그래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약간 놀랐으나, 청국장도 말아 먹는데, 된장이 안 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주인장이 시키는 대로 해봤다. 생각보다 괜찮다. 해서 된장에 말은 밥과 밑반찬을 안주로 참을 마시며, 슬링백을 정리하는데, 주인장이 시원한 곳에서 푹 쉬었다 가란다. 어차피 남아도는 시간이라 그럴 생각이었으나, 주인장이 권하니 괜히 고맙다. 어쨌든 그렇게 참, 한 병과 된장 뚝배기를 깨끗이 비운 다음 마감 35분 전인 3시 5분경 자리에서 일어나, 안주류까지 나온 차림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식당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식당의 위치가 대전사 직전의 식당 가 초입이라, 주차장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 주차장으로 향하며 다른 식당의 분위기가 어떤지 살폈다. 불볕더위 때문인지, 경기 때문인지 다들 열심히 파리 잡는 중이다. 그나마 초입의 식당들은 우리 일행 덕에 몇 팀의 손님을 받은 듯했다.
대전사로 향할 때는 시간에 쫓겨 유심히 보지 않았던 주변의 경치와 상가를 구경하며, 주차장으로 향해, 3시 18분경 도착했는데, 버스라고는 빨간 버스 한 대가 서 있고,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안 보인다. 내가 시간을 잘 못 알고 있는 건 분명 아니고, 주차장 내 그늘에 있을 확률이 높아 보여 주차장 여기저기를 훑어보며 화장실 쪽으로 가다가, 빨간 버스 옆 사각지대에 주차한 버스를 발견했다. 그걸 확인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일단 급하지는 않으나 만약에 대비해 볼일을 보고, 머리에 쓰고 있던 수건을 벗어 다시 물을 적셨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의자에 짐을 내려놓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발을 씻고, 수건도 다시 빨아 머리에 썼는데, 그사이에 다 말랐다. 계곡보다 차가운 수돗물을 흠뻑 적신 수건을 약간만 짠 다음 머리에 뒤집어쓰고 화장실을 나오자, 빨간 버스 옆에 있던 버스가 어디서나 잘 보이는 위치인 화장실 앞으로 온다.
슬링백과 물가방을 손에 들고, 버스에 타, 자리에 앉자, 인솔 대장이 배낭을 가리키며 짐칸에 넣으란다. 이건 배낭 분실 후에도 대기업 안내산악회가 바뀐 게 없다는 방증이다. 물론 예상했던 바다. 그게 기사나 평소 마음에 안 들던 인솔 대장이었다면 발작 버튼 작동에 반응해 짐칸에 넣었다가 분실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 한바탕했을 거다. 원래 그럴 생각으로 들고 탄 거고. 하지만, 연약한 여성을 울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 배낭을 가리키며 '얘는 차에서 내린 적이 없습니다!' 했다. 그러자, 슬링백을 가리키며 뭐든 메고 갔던 건 짐칸에 넣으란다. 2차 발작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또 참고, 배낭을 가리키며 '이건 여기에 넣을 겁니다!' 했다. 그러자 수긍의 고개를 끄떡인다. 다행히 3차 발작 버튼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배낭 문제는 넘어가고, 워낙 짧고 쉬운 코스의 산행이라 다들 일찍 도착해 씻은 후 하나둘 버스 타, 마감보다 조금 일찍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그런데, 산행이 힘들거나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바로 잠이 들어 휴게소에서 깼다. 아무래도 더위를 용량 이상으로 먹은 듯하다.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화장실에 들른 후 식당으로 가, 물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그리고 이 휴게소 소속은 아니지만 뒤쪽 아래에 절이 있었던 게 기억나 그리로 가봤다. 있다. 그런데, 기억하는 거보다 초라하다. 처음 봤을 때는 규모에 놀랐는데, 왜 초라해 보일까? 이것도 더위 때문? 어쨌든 땡볕에 계속 있을 건 아니라, 바로 버스로 돌아가 다시 잠을 청했으나, 배불리 먹은 더위가 소화됐는지 잠이 오지 않아, 유튜브를 보거나 창밖을 구경하는데, 왔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고 나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버스 전용차선! 전용차선으로 막힘없이 달린 버스는 먼저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생각보다 매우 이른 7시 5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했다. 버스에 같이 탄 배낭을 짊어지고 차에서 내려, 양재역으로 가, 열차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8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대기업 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상의 주차장 → 상의탐방지원센터 → 대전사 → 학소대 갈림길 → 전망대 → 주봉 → 칼등고개 → 후리메기 삼거리 → 후리메기 입구 → 용연폭포(왕복) → 용추폭포 → 학소대 → 시루봉 → 기암교 갈림길 → 전망대 → 주왕암, 주왕굴 → 기암교 → 대전사 → 상의 주차장'의 15.63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13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3시간 47분, 휴식 26분!
2019년 절골을 들머리로 가메봉에 오를 때 미처 보지 못한 주왕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산행이다. 다른 산은 몰라도, 국립공원은 공원에서 추천하는 코스의 경치가 제일 좋다는 걸 다시 확인한 산행이다.
폭염 특보 발효 중 달린 산행이라, 소나기 대시 땀으로 입고 있는 모든 걸 흠뻑 적신 산행이나, 계속된 불볕더위로 주왕계곡도 바짝 말라, 제대로 씻기가 힘든 산행이었다. 어떻게 고인 물로 씻기는 했지만, 지난 쉰움산행 때의 무릉계곡처럼 개운하지 않았다.
견디기 힘든 더위라, 충분히 목을 축여, 당시에는 별문제를 느끼지 못했는데, 다음 날 목이 따가운 걸 보니, 갈증이 생각보다 심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