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 작곡가 발페의 오페라 <보헤미안 걸>에 나오는 아리아 <나는 대리석 궁전에서 사는 꿈을 꾸었네>,
아일랜드 가수 엔야가 부릅니다
[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의 탄생지를 찾아 ]
박인환의 시(詩) <목마와 숙녀>는 버지니아 울프를 못 잊어 합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등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는 땅 끝에 있습니다. 랜즈 엔드는 이름 그대로 영국 서남단의 콘웰 주(州)에서도 맨 서쪽 끝의 지점입니다. 이 극지(極地)를 구경오는 사람들에게는 여기서 약 30kn 못 미쳐에 있는 세인트 아이브스가 기지(基地)가 됩니다.
* 세인트 아이브스의 고드레비 등대
세인트 아이브스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구(浦口)의 하나로 손꼽힙니다. 세인트 아이브스에 이르는 길은 높은 암벽의 해안을 꼬불꼬불 돌면서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마을에는 비탈진 좁은 골목길에 옛날 집들이 그림 같습니다.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어린 시절 이 세인트 아이브스에 자주 와서 여름을 지냈습니다. 아버지가 하계 별장을 하나 세를 내어 얼마 동안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별장이 탤란드 하우스.
* 탤란드 하우스
탤란드 하우스는 마을 중턱의 탤란드 로드 길가에 선 하얀 2층집입니다. 발 밑에 비치가 있고 그 너머는 세인트 아이브스 만(灣)의 바다가 툭 트입니다. 만의 오른쪽 끝에 하얀 등대가 있습니다.
탤란드 하우스의 창문에서도 멀리 내다보입니다. 이 고드레비 등대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입니다. 울프는 소녀 시절 여기서 사귄 바다와의 교분(交分)을 뒷날 처녀작 <출항(出港)> 등에 담았고 고드레비 등대의 기억으로 <등대>를 썼습니다.
소설에서 여름 별장이 있는 섬은 스코틀랜드 서쪽의 헤브라이더즈 군도(群島)로 정확한 지리적 위치가 모호합니다. 그 섬은 반드시 한 장소가 모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는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이 세인트 아이브스로 와서 등대를 바라보았고 그 이미지가 <등대로>를 키웠습니다.
* 울프가 자주 찾던 고드레비 등대
<등대로>는 작가의 자전적(自傳的)인 요소가 많은 작품입니다. 소설 속의 램지 씨 부처는 울프 자신의 부모가 모델로 되어 있고(램지 씨 부처의 자녀처럼 울프의 형제가 8명이었습니다), 작가 본인은 수채화가 릴리 부리스코로 나옵니다.
등대의 이미지는 세인트 아이브스에서 빌려왔으면서도 소설에서 등대의 위치를 스코틀랜드에다 갖다 놓은 것은 아버지가 스코틀랜드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에는 별장의 섬에 띠까마귀새와 느릅나무와 달리아꽃이 있는데 실제의 스코틀랜드에는 그런 동식물이 살지 않는다고 그 지방 사람들에게 지적당한 일도 있습니다.
* 세인트 아이브스
버지니아 울프는 <등대로>를 집필한 1926년 44세 때인 세인트 아이브스를 다시 찾아와 등대와 재회했습니다.
어린 울프가 등대 불빛으로 꿈을 키우던 탤란트 하우스는 지금도 하계 별장으로 세를 놓는 집입니다. 탤란트 하우스에서 등대 있는 데를 가자면 세인트 아이브스 만(灣)을 끼고 약 10km를 빙 돌아나가야 합니다. 만(灣)의 맨끝이 고드레비 포인트라는 갑(岬)이고 그 갑 앞의 섬에 고드레비 등대가 서 있습니다.
* 콘월 지방 지도,제일 왼쪽에 랜드 엔드와 세인트 아이브스가 보입니다
조그만 무인도인 섬은 등대를 둘러싼 담장이 보일 만큼 육지에서 지척입니다. 3백여 년 전에 세워진 이 등대는 옛날에는 2명의 등대지기가 지키고 있었으나(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는 등대지기가 나옵니다) 지금은 육지에서 케이블로 자동 점화를 한다고 합니다.
등대 섬의 서북쪽 끝은 많은 배를 삼킨 암초가 있어서 <뱃사람의 무덤>이라 불리웁니다. 1639년에는 찰즈 1세의 가구를 나르던 배가 여기서 침몰하여 60여 명이 익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등대 앞 육지의 벼랑가에는 등대를 찾아 피서객들이 심심찮게 모여듭니다. 이들을 기다려 민가도 없는 빈 바닷가에 큰 식당까지 지어 놓았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는 <등대로>의 독자들에게는 <나의 등대>라는 이상한 합일감(合一感)을 갖게 합니다. 소설에서 램지 부인이 등대의 세 번째 긴 불빛이 비칠 때마다 그것이 <나의 불빛>이라고 생각하듯이.
* 몽크스 하우스의 울프 침실
<등대로>에서 세 번 켜졌다 꺼지는 등대 불빛은 3부로 된 이 작품 전체의 구성 속에서 빛 -어두움-빛으로 명멸(明滅)합니다. 등대는 시간과 죽음과 에고이즘이 상징이 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병약(病弱)했고 중년 이후로는 신경 쇠약 증세로 시달리다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버지니아 울프를 생각하면 외롭고 하얀 고드레비 등대는 이 작가를 기념하여 일부러 세워놓은 모뉴먼트 같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마지막 살다간 집은 런던에서 남쪽으로 80km 떨어진 브라이튼 항(港) 부근의 시골 마을 로드멜에 있습니다. 몽크스 하우스라 부르는 뒤뜰이 넓은 촌가(村家)입니다. 울프는 정신 안정을 위해 1919년 이 집을 사들여 런던에 있는 집과 양쪽을 내왕하며 살았습니다.
* 몽크스 하우스
처음에는 우물물을 길어 쓰고 램프 불로 밤을 밝히던 집이었습니다. 울프가 죽은 지 근 70년이 지났으나 아래층에 있는 울프의 침실 등에는 가재 도구가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입니다. 벽난로 가에 있는 팔걸이 의자에는 울프의 사색이 담겨 있습니다. 집안에는 온 벽이 그림으로 가득차고 뜰의 온실에는 백화가 만발했습니다.
울프가 친구들과 공 굴리기를 하던 잔디밭가에 정자가 하나 눈에 뜁니다. 울프의 서재입니다. 온 정원이 내다보이는 창 앞의 세사에는 울프가 방금 글을 쓰다 산보를 나갔는지 펜대와 종이가 흩어져 있습니다.
* 울프의 서재
이 집을 찾아왔던 손님 중에는 T. S. 엘리어트가 있었습니다. 그의 장시(長時) <황무지>는 울프의 남편 레너드가 경영하던 호가드 출판사에서 간행한 것이었습니다.
정원 한쪽의 돌담으로 둘러싸인 공지에는 버지니아 울프와 남편이 흉상(胸像)으로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들의 무덤입니다. 부근에는 누릅나무 고목이 두 그루 있었고 그 한 나무 밑에 버지니아의 유골을 묻었는데 그 나무는 바람에 쓰러지고 없습니다.
* 울프가 투신 자살했던 우즈 강, 울프는 산책길을 나섰다가 돌맹이들을 하나씩 주머니에
잔뜩 넣고 이 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살아 남은 다른 느릅나무 그늘 밑으로 정원을 빠져나와 풀밭 언덕에 서면 저만큼 들판 한가운데로 긴 강둑이 달립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투신한 우즈 강(江)이 저기입니다. 다가가 보니 강에는 똑딱배들이 오르내리고 물가에서는 꼬마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죽음은 적(敵), 너를 향한 나는 불패(不敗),불굴(不屈)의 내 자신을 내던진다. 오 죽음이여, 파도가 기슭에 부서졌다” - 버지니아 울프의 무덤에 적힌 비명(碑銘)입니다.
* 울프 무덤가의 흉상
[ 버지니아 울프와 <등대로> ]
버지니아 울프(1882~1941년)는 현대에 있어서의 영국 최대의 여류 작가입니다. 그녀의 소설 <등대로>는 <댈로웨이 부인>과 함께 그녀의 대표작이자 1920년대 영국 소설 중 걸작의 하나입니다.
울프는 소설 기법의 실험에 크게 기여하여 소위 <의식의 흐름>을 독자적 방법으로 추구하면서 사건이나 성격 분석보다는 생활 경험의 순간 순간을 조명하는 작품을 썼습니다.
<등대로>도 별다른 플롯이라고 할 것은 없고 스코틀랜드 서북쪽 해안의 섬에 있는 별장에서 8명의 자녀를 거느린 노(老) 철학 교수 램지 씨 가족이 여러 손님들과 함께 여름을 보내면서 등대 구경을 벼르다가 이루지 못하고 여러 해 뒤 다시 모여 등대를 찾아 간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