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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건너 뛰기에는 좀 아까워서, 이 공간도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날(뿐따 아레나스로 떠나는 날) 하루라는 여유 시간이 있어서,
저는 산티아고 시내 관광에 나섭니다.
그런데 숙소 주인 부부가,
시내 관광을 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하더군요. 좀도둑이 많다면서요.
그래서 바짝 긴장한 채로 나갔는데요.
제가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은, 그곳의 커다란 시장이었습니다.
특히 시장에서는 조심하라! 는 말을 듣고 나갔던 터라, 제대로 사진을 찍을 엄두를 못 내다, 겨우 눈치를 봐가며(주변에 사람들이 없을 때) 틈틈이 한두 컷을 찍기 시작했는데요,
이 부근은 도심의 중심이던데, 시장 밖에 없는 것처럼 시장들이 이어지더라구요.
여기 '칠레'는 그나마 낫다고 하던데, 그래도 칠레 역시 불황의 여파는 여전한 듯, 도심 곳곳이 지저분하고 정리가 덜 된 모습으로만 봐도, 서민들의 삶은 녹록치가 않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나라가 큰 만큼(긴 만큼) 먹거리는 풍성했고 상당히 싼 편인 것 같았습니다.
저도 서울에서는 '살림하는 사람'으로,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일요일이어서 '띠앙기스(Tianguis: 거리 시장)' 인지, 거리엔 자판을 벌여놓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남짓 돌아다녔더니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기도 해서,
여기 귤 1kg을 사가지고(목도 마르고, 과일도 먹고 싶어. 그런데 다른 과일을 사면 남고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므로 제일 만만한 귤을 샀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별로 없는 의자가 있는 곳을 찾았지요. (아래)
여기는 산티아고의 중심인데, 강변에서 구걸하는 사람(위)과, 그 강가의 노숙자들 숙소(아래)가 눈에 띄었습니다.
일요일이라선지 주변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었구요.(위, 아래)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아침에 나올 때 주인 여자가 준 식사가 많아서(그걸 다 먹었더니), 배가 고프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시장 먹자골목에서 식사를 할 생각으로, 그 주변을 서성이게 됩니다. (시간도 때우고, 그렇게 배가 고파질 때를 기다리면서요.)
그래서 이젠 산티아고 도심의 한 복판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그 쪽은 정말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도심을 배회하던 저는(굉장히 조심을 하면서),
오후가 좀 깊어가는 것 같아 다시 시장통 먹거리 골목으로 가게 되는데요,
여기는 나라가 길어선지, 그만큼 바다에 인접한 곳이 많아선지 생선들도 여간 풍성하고 싱싱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야 뭐, 살 건 아니라서 그저 사진만을 찍었을 뿐인데요,
상인들에게 미안해서 숨어서 찍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 곳은 좀 비싼 시장통 같아서, (위, 아래)
저는 처음 봐두었던 먹자골목으로 향합니다. (서민의 삶을 느껴보기 위해)
그렇게 먹자골목을 찾아갔는데,
뭘 먹는다지? 하고 두리번거리며 지나가는데,
한 젊은이에게 막 음식이 배달되는데, 우선 보기엔 '국밥' 같은 따뜻한 국물이 돋보이는 음식이기에,
이걸 뭐라고 하나요? 하고 물었더니,
'까수엘라 칠레나(Casuela Chilena)'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 집에 들어가 한 식탁을 차지한 채 그걸 시켰고, 저에게 가져온 음식인데(아래),
일단 그 젊은이가 먹는 걸 옆에서 따라해보니,
큰 접시에 음식 건더기를 다 내놓은 다음, 국물은 국물대로 따로 먹고 내용물은 또 내용물 대로 따로 먹는 식으로 먹었답니다.
그렇잖아도 쌀쌀한 날씨였기 때문에, 따끈한 국물이 좋았고(시원하더군요.),
그리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지만, 그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답니다.
싸고(여기 돈으로 3,500 뻬소. 한국돈으로 치면, 한 5천 원 정도) 맛있더라구요.
그렇게 산티아고 시내 관광을 무사히(?) 마치고, 저녁 무렵에 숙소로 돌아왔답니다.
그런데 그 날도 숙소에서는 축제가 벌어질 태세였는데,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들도 그랬는데,
그대로 떠나오기가 퍽 아쉽드라구요.
짐을 챙겨 나오려는데,
문, 그냥 갈 거에요? 이별주라도 한 잔 마시고 가세요. 하면서 두어 잔 비노를 따라 줘서,
그걸 마시면서 그들과 이별을 하고(꼭 껴안고) 나왔답니다.
이 공간도 남기고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