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에 썼는데, 뒤늦게 알럽에 올리는군요.^^;;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EPL의 아스날은 '아스날 유치원' 이라 불릴만큼 나이어린 유망주들을 데려와서 빠르게 팀의 핵심으로 성장시키는 팀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아스날만큼이나 스페인리그에서 '유망주' 에 집착하는 프로팀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실 호벤투트가 이런 팀이었는데,
요즘에는
바로 스페인리그(ACB)의 카하솔 세비야(Cajasol Sevilla)가 '유치원 팀' 입니다. epl에 아스날 유치원’ 이 있다면 농구에는 ‘세비야 유치원’ 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세비야같은 팀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스타 영입에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팀은 아닙니다. 그래서 ‘유망주 키우기’ 쪽에 구단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이 유망주 육성 정책은 올 시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세비야에 대한 글은 과거에 쓴 적이 있습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nba&ctg=news&mod=read&office_id=065&article_id=0000061805
하지만 그래도 많이 생소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 다시 써봅니다. 저때와는 세비야 선수들도 몇몇 달라진 얼굴들도 있구요.
올 시즌 이 팀의 1군 12인 로스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acb.com/jugador.php?id=SFP
아르헨티나 출신의 포워드, 마르코스 마타(201cm, 포워드)와 미국용병 마커스 랜드리(201cm, 포워드), 스캇 뱀포스(188cm, 가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9명은 전원 90년대 생들입니다(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타와 랜드리, 뱀포스를 제외하고,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사토란스키와 프랜치, 사스트레로 전부 91년생들입니다.).
그리고 이 중에는 아직 만 20세(생일 안 지난 선수들까지 포함)도 안된 선수가 무려 3명입니다. 그리고 이 세 명 중에 뒤에 소개하겠지만, 포진기스라는 선수를 잘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축구보다 경기를 뛰는 선수의 수가 더 적은 농구라는 종목의 특성을 봤을 때, 세비야의 이러한 파격적인 팀 구성 정책은 대단히 놀랍습니다. 아무리 실력만 좋으면 나이 불문하고, 프로데뷔를 일찍 시키는 유럽리그의 특성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도박성(성적에 대한)이 짙은 시도죠.
사실 이런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팀은 감독의 역량이 팀 성적에 정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아무리 선수들의 잠재력이 좋다고 해도, 경기에서 그 해당 유망주의 재능이 발휘되지 못하면, 결국 감독에게 가장 먼저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팀의 감독직을 맡고 있는 아이토 가르시아 레네세스는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세비야에 잘 맞는 감독입니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미국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친 스페인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10대 유망주들을 재빨리 성인팀의 핵심 코어로 발돋음 시키는 데에는 아이토 만한 사람은 사실 찾아보기 힘듭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 파우 가솔, DKV 호벤투트에서는 리키 루비오, 루디 페르난데스, 조셉 프랜치, 행크 노렐, 피레 토마스 같은 유망주들을 성장시킨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라보랄 쿠트사(Laboral Kutxa)에 있는 체코 출신의 슈터, 데이비드 옐리넥(196cm, 가드)도 아이토가 호벤투트 유스 팀으로 데려온 친구죠.
제가 생각하는 아이토는 유망주들을 경기에 기용할 때, 그 유망주에게 이것저것 많은 주문을 하면서 ‘감독 본인에게 끼워 맞추는 그런 모습’ 보다는 그 해당 유망주가 가장 강점을 보이는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잘 살립니다. 하지만 기본기 역시 중시하죠. 아직 ‘커 나가는’ 선수들이니까요.
그러면서 좀 프리하게 경기에서 놔두는 ‘개방적인 형식’ 의 유망주 다루기를 많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으로 인해 ‘실력이 여물지 않은’ 유망주들에게는 아이토는 참 괜찮은 감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유망주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주는 느낌이구요. 물론 전술도 대단히 다양한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지만, 오히려 그 다양한 전술의 흡수 능력도 유망주에게는 그리 크게 요구사항을 전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전술을 그 유망주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거의 100% 살려서 맞춰나가는 것 같고, 또한 유망주를 잘 살리기 위한 패턴 플레이까지 자기가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아이토정도의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죠.
지금 세비야의 에이스는 단연 체코 출신의 장신가드, 토마스 사토란스키(201cm, 가드, 1991년생)입니다. 팀의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이미 10대 시절부터 유럽에서는 특급 유망주로 각광받던 친구입니다.
채드 포드도 2009 리복 유로캠프에서 사토란스키를 극찬한 바 있는데, 포드의 극찬대로 사토란스키는 쑥쑥 잘 자라고 있습니다. 세비야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사실 팀의 롤이 아주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2년 NBA 드래프트 2라운드 32순위로 워싱턴 위저즈에 지명된 이후, 사토란스키는 아이토 감독이 부임하면서 스페인리그에서 ‘물 만난 물고기’ 처럼 훨훨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한 1-1 돌파는 이제 리그 최고의 수준이 되었고, 흑인스러운 탄력을 이용한 드라이브-인 덩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스페인리그(ACB)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이자, 하루빨리 NBA에서 그 활약을 보고 싶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201cm의 포인트가드 겸 슈팅가드인 사토란스키는 최근 플레이 스타일을 보자면, 알렉세이 쉐베드(198cm, 가드)와 루디 페르난데즈(198cm, 가드)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고, 플레이 자체는 과거에 비해 터프해졌으면서도 적극적인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공, 수 양면에서).
사실 사토란스키는 현재 워싱턴의 백업 가드진에 좋은 퍼즐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토란스키와 동갑인 조셉 프랜치(193cm, 가드)와 요한 사스트레(201cm, 포워드)도 세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유망주들입니다. 사실 프랜치와 사스트레는 워낙 소개를 많이 한 유망주니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사스트레 사진입니다. 그리고 밑의 유투브 믹스는 사스트레 하이라이트구요.
그냥 현재 둘의 스페인리그 경기에서의 상태 정도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무르시아에서 생각보다 더딘 성장세를 보였던 프랜치는 작년 여름, 세비야 이적 후에도 기복 있는 플레이를 펼치다가 친정팀, 호벤투트와의 스페인리그(1/18일, 16라운드 경기) 경기에서 12분간 9점을 넣으며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팀의 캡틴인 사스트레도 프랜치처럼 올 시즌, 스페인리그 초반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폼이 올라오면서 상태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슛감이 돌아오면서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하는 횟수도 많아지고 있구요.
평균 26분을 뛰면서 8.2점을 기록 중인데,
최근 1월 26일(한국 시각)에 펼쳐진 강호,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는 26분을 뛰면서 15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세비야는 57-62로 패배했고, 사토란스키는 14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바르셀로나의 아브리네스는 17점, 4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사스트레의 진가는 공격보다는, 나름 ‘끈적거리는 수비력’ 이라고 보는데, 아직 그런 모습은 경기에서 많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상승세를 잘 이어가고, 세비야를 플레이오프에 올린다면 올해 세계 선수권 스페인 대표팀 예비 명단에 사스트레의 이름을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세비야의 골밑을 지키는 선수들은 나이들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많이 어립니다.
그 주인공들은 체코 출신의 1992년생, 온드레 발빈(217cm, 센터), 1994년생 길레르모 에르난고메즈(211cm, 센터),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이 스트래치형 빅맨과 트위너의 중간형이라 볼 수 있는 213cm의 장신, 크리스탭스 포진기스(Kristaps Porzingis)입니다.
요 녀석이 발빈입니다.
발빈은 사실 10대 시절에 세비야에 입단해서 오랫동안 2군 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으며, 세비야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유망주입니다.
윙스팬이 대단히 짧지만(키가 7-1인데, 윙스팬이 7-0이죠. 작년 유로캠프에 신체 측정에서 그렇게 나왔습니다. ), 골밑에서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권투로 치자면 ‘인파이터’ 스러운 면을 지녔습니다.
또한 피딩과 리바운드 능력도 정말 좋습니다. 그의 현재 스페인리그 기록은 평균 22분을 뛰고, 6.0점, 6.7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데, 16경기를 치루면서 두 자리 수 리바운드를 기록한 것이 4번, 9리바운드를 기록한 것이 2번이나 됩니다.
기록이 쪼개질 수밖에 없는 유럽 리그의 특성상, 이 평균 리바운드 개수는 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이 두 자리 수 그리고 9리바운드가 나왔을 때, 발빈은 30분도 채 안 되는 출장시간에 이 기록을 냈죠.
물론 나이가 아직 어려서인지, 몸은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아서 힘 좋은 선수에게 밀리는 경향이 있고, 수비를 오로지 블록(물론 그 블록능력이 그렇다고 특출난 것도 아닙니다. 평균 블록은 1.0개가 되지 않죠.)에 기대서 한다는 점은 반드시 고쳐야 할 점입니다.
또한 공격 기술이 부족합니다. 훅-슛은 곧잘 잘 쏘고, 엘리웁 플레이에도 능한데, 풋-워크와 피벗, 그리고 포스트-업이 아주 미숙하죠.
에르난고메즈입니다.
에르난고메즈는 골밑 마무리가 좋은 아이입니다. 신발신고 6-11(211cm)의 신장을 가지고 있는 에르난고메즈는 피니쉬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고, 몸이 대단히 유연합니다. 또한 중거리슛 능력도 있구요.
다만 운동능력이 아주 뛰어난 편이 아니고, 출중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 상대적으로 형편없습니다.
그리고 요새 한창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문제의 포진기스인데, 이 친구는 안드레아 바르냐니와 안드레이 키릴렌코의 중간형 느낌이 정말 많이 납니다.
몸은 정말 대단히 말랐습니다. 근데, 블록슛 하나 만큼은 타이밍과 탄력이 모두 최근에 나온 유럽 애들 중에 단연 최고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제가 이 친구 얘기를 할 때 키릴렌코 이야기를 한 것이 이유가 있습니다. 이 블록슛 능력 때문이죠.
앞으로 잘만 큰다면 스페인리그(ACB)에서 미래에 리투아니아 출신의 유망주이자 유럽의 전설적인 센터, 아비다스 사보니스의 아들, 도만타스 사보니스(210cm, 센터)와 라이벌리를 벌일 거 같은 강한 느낌이 나는데(물론 둘의 플레이 스타일은 완연히 틀립니다. 사보니스는 전형적인 인사이더 느낌이 난다면, 포진기스는 포스트업보다는 페이스업 위주의 플레이를 주로 펼치죠.).
포진기스는 페이스업 돌파가 정말 뛰어납니다. 일단 좋은 스피드와 퍼스트 스텝을 가지고 있다보니, 쉽게 상대 수비수들을 제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1-1 돌파에도 능하구요.
이 친구의 문제는 정말 화면상으로 보기에도 너무 심하게 말라서 힘이 너무 없다는 겁니다. 또한 너무 직선 돌파 위주입니다. 마지막으로 몸과 기술을 적당히 키워서 포스트업 능력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말이죠.
하지만 포진기스는 정말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나이(1995년생)를 생각하면, 그리고 ‘유럽 최고의 유망주 조련사’ 아이토 감독의 지도를 계속 받는다면 꽤 매력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진기스 사진입니다.
드래프트익스프레스에서는 2015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6순위에 포진기스의 이름을 올려놓았습니다.
그 외에 세르비아의 왼손잡이 94년생 장신가드, 니콜라 라디세비치(196cm, 가드)도 한 번 눈여겨볼만 합니다. 사실 라디세비치는 파르티잔 유스 팀에 있을 때부터, 좋은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로 명성이 높았던 유망주였습니다.
라디세비치 사진입니다.
아직 세비야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아이토 감독의 지도 아래, 잘만 다듬으면 괜찮은 가드자원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세비야는 8승 9패로 스페인리그 18개팀 중 11위에 올라있습니다.
현재 6위의 사라고사, 7위 라보랄 쿠트사, 8위 Tenerife가 똑같이 9승 8패인데, 아직 세비야가 스페인리그 플레이오프를 노려볼 여지는 충분합니다.
과연 세비야의 돌풍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지 많은 분들께서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ㅎㅎ 감사합니다. 세비아라는 팀.. 매력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