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가락국수
- 공광규
행신역에서 고속전철을 타고 내려와
새로 지은 깨끗한 역사 위에서 철로를 내려다보면서
가락국수를 먹고 있다
열여섯 살 때 처음 청양에서 버스를 타고
칠갑산 대치와 공주 한티고개를 투덜투덜 넘어와
부산행 완행열차를 기다리던 승강장에서
김이 풀풀 나는 가락국수를 먹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쉰 여섯이니 벌써 사십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선로도 많아지고
건물도 높아지고
오고가는 사람도 많아졌다
국수 그릇도 양은에서 합성수지로 바뀌었다
내가 처음으로 옛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그러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냄새와
노란 단무지 색깔과
빨간 고춧가루와 얼큰한 맛은 똑같다
첫사랑처럼 가락국수도 늙지 않았다
이런 옛날이 대전역이 좋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국수발을 닮아서 좋다
―『웹진 시인광장』(201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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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제법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는 가락국수를 말아팔던 곳이 있었습니다
중앙선에만 해도 청량리역, 원주역, 제천역, 영주역, 안동역, 영천역 등에서
잠시 멈춘 틈새를 이용해서 승객들이 후루룩 들이마셨던 추억이 있습니다
지금 영주는 중앙선 철길을 돌리는 일로 여론이 나뉘고 있나 봅니다
거의가 기차를 이용하기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면서도 철길을 어떻게 놓는가에 관심을 쏟습니다
누구의 지적처럼 주변 땅값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해전 문학강연 초청강사로 공 시인을 모셨을 때
그가 작가회의사무총장이란 이유로 나무라시던 분들도 계셨는데...
문학은 문학일 뿐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옛날을 그리워하고 생각이 닮은 옛사람들을 그리워합니다
뭐든지 빨리 빨리만 찾는 현대생활에서 제가 기차여행을 꿈꾸며 사는 까닭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