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杜甫)-등악양루(登岳陽樓)(악양루에 올라)
昔聞洞庭水(석문동정호) 예로부터 들어오던 동정호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이제야 악양루에 올랐다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오나라 초나라 땅은 동남으로 갈라졌고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둥실 떴구나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친구에게선 편지 한 장 없고
老病有孤舟(노병유고주) 늙고 병든 몸엔 조각배 하나
戎馬關山北(융마관산북) 군마 득실거릴 고향을 바라보고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난간에 기대니 그저 눈물만 흐르는구나
*두보[杜甫, 712~770,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동정호(둥팅호)에서 사망] 시인은 중국의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인인데,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시선(詩仙)이라 불린 이백과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주로 낭만적이고 호방한 시를 쓴 이백과 달리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두보는 인간의 심리를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현실을 반영한 서사시와 서정시를 주로 썼는데, 안녹산의 난 등으로 피폐해진 백성의 삶과 산하를 노래하여 역사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시를 많이 쓰기도 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북정(北征)”,“추흥(秋興)” 등이 있습니다.
*두보는 비록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하였지만 전란이 끝난 후 친구 엄무(嚴武)의 도움으로 사천성(쓰촨성) 성도(청두)에 완화초당을 짓고 농사지으며 전원생활을 하며 오랜만에 여유가 생기는 생활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위 시는 한문학계의 원로이신 손종섭 선생님의 “노래로 읽는 당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인데, 작가 57세 때의 봄 봉절奉節을 떠나 한 척 조각배로 양자강을 하강하여 이곳 동정호에 이르러 지은 것으로 전한다.
*형식 : 오언율시(五言律詩)
*岳陽樓(악양루) : 동정호 호반에 우뚝 서 있는 누각 이름, 청해성의 청해호(靑海湖), 강서성의 파양호(鄱陽湖)와 함께 중국의 3대 호수
吳楚(오초) : 춘추시대의 두 나라. 吳는 동정호의 동쪽인 강소성江蘇省, 절강성浙江省 등지요, 楚는 동정호의 남북에 걸친 호남성, 호북성 일대이다
坼(탁) : 갈라짐, 터짐, 탁 트이게 전개됨
浮(부) : 부동浮動함
親朋(친붕) : 친척과 붕우, 친한 벗
關山(관산) : 고향의 산
涕泗(체사) : 눈물, 눈에서 흐르는 것이 涕, 코에서 흐르는 것이 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