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보
임 솔 아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전한다. 이곳과 그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날씨를 전하는 동안에도 날씨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날씨 이야기가 도착하는 동안에도 내게 새로운 날씨가 도착한다. 이곳은 얼마나 많은 날씨들이 살까. 뙤약볕이 떨어지는 운동장과 새까맣게 우거진 삼나무 숲과 가장자리부터 얼어가는 저수지와 빈 유모차에 의지해 걷는 노인과 종종 착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 못된 사람이라는 말과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나의 선의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미래 시제로 점철된 예보처럼 되풀이해서 말한다. 선의는 잘 차려입고 기꺼이 걱정하고 기꺼이 경고한다. 미소를 머금고 나를 감금한다. 창문을 연다. 안에 고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창밖으로 민다. 오늘 날씨 좋다.
- 시집〈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예스24
나를 이야기하는 담대한 관찰의 기록,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려는 시인의 첫 걸음 임솔아의 첫번째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시인은 2013년 중앙일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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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문학과지성사 /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