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차세대 ‘스카이레이크’ 기반 6세대 프로세서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데스크톱 기준으로 코어 i7-6700K와 i5-6600K 2종이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2종 모두 배수 제한이 풀린 ‘K’버전으로, 오버클럭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고성능 라인업이다.
물론 늘 그랬던 것처럼 인텔의 최신 CPU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그와 짝을 이루는 최신 칩셋과 해당 칩셋을 탑재한 신형 메인보드가 필요하다. 말 그대로 ‘새 술은 새 부대에’인 셈이다.
인텔 6세대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는 새로운 ‘100 시리즈’ 칩셋과 짝을 이룬다. 그 중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역시 최상위 라인업인 Z170이다. 최상위 칩셋을 먼저 출시한 다음 중급 및 보급형 칩셋을 나중에 선보이는 것이 인텔의 기본 전략이다. 이미 H170, B150, H110 등의 중급 및 보급형 칩셋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다.
그럼 스카이레이크와 짝을 이루는 100시리즈 칩셋 메인보드가 기존 세대 제품들에 비해 확실하게 달라진 특징은 무엇일까. 최신 하드웨어에 관심이 있거나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는 이들을 위해 주요 특징을 간단하게 정리해 봤다.
‘새 술은 새 부대에’ LGA 1151 규격 CPU소켓
경쟁사인 AMD와 달리 인텔은 최신 CPU가 출시될 때 마다 메인보드도 함께 바뀐다. 새 CPU가 나올 때 마다 CPU가 장착되는 ‘소켓’도 바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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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는 LGA 1151 소켓 규격으로 나온다. 즉 기존 메인보드에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사진=인텔)
기존 4세대 하스웰/하스웰 리프레시와 5세대 브로드웰이 ‘LGA 1150’ 소켓을 사용했었다면 이번 6세대 스카이레이크는 ‘LGA 1151’ 소켓을 사용한다. 소켓 이름만 보면 맨 끝자리 ‘1’만 다르기 때문에 상호 호환성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구조가 전혀 달라 호환되지 않는다. 즉 6세대 스카이레이크 CPU를 쓰고 싶다면 반드시 100시리즈 칩셋을 쓴 메인보드를 써야 한다.
다만 CPU 쿨러는 기존 세대와 동일한 규격을 사용한다. 115X 번호대의 소켓을 지원하는 제품이라면 번들 쿨러는 물론 기존에 사용하던 고성능 공랭 쿨러나, 최근 들어 사용자층이 늘고 있는 일체형 수랭 쿨러 등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고 있다면 최소한 CPU 쿨러만큼은 새로 사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저전력·고효율' 최신 메모리 DDR4 지원
메모리 지원 확대도 눈에 띈다. 기존 DDR3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이 향상된 DDR4를 정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기존 세대에서는 일종의 번외 라인업이라 할 수 있는 ‘하스웰-E’ 프로세서와 X99 칩셋만 DDR4 메모리를 지원했었다. 하지만 고급 사용자용 시스템인데다, 출시 당시엔 공급량도 부족해 가격도 매우 비싸서 아무나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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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소켓과 더불어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단연 DDR4 메모리의 공식 지원이다. (사진=다나와)
하지만 DDR4 메모리 모듈의 공급량이 작년 말부터 늘어나면서 가격도 기존 DDR3 제품에 근접할 정도로 상당히 저렴해졌다. 스카이레이크가 정식 출시된 지금은 기존 DDR3와 별 차이 없는 수준이다.
사실 이번 6세대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는 DDR4는 물론 기존 DDR3(정확히는 저전력 제품인 DDR3L)도 지원한다. 하지만 일부 보급형이나 산업형 보드를 제외하면 DDR3를 쓰는 100시리즈 메인보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DDR3를 쓴다면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를 쓰는 의미가 없는데다, 앞서 언급한 대로 메모리모듈의 가격차이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욱 늘어난 PCI익스프레스 3.0 레인
겉으로의 변화가 새로운 소켓과 DDR4 메모리 지원이라면 내부적인 변화는 PCI익스프레스 3.0 레인(lane) 수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비유하자면 제한속도가 향상된 고속도로가 왕복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된 셈이다.
일단 Z170 칩셋은 20개의 PCI익스프레스 3.0 레인을 지원하며, 그 수는 하위 칩셋으로 내려갈수록 줄어든다. PCI익스프레스 레인 수가 늘어나면서 좋아진 점은 ‘SLI’나 ‘크로스파이어’ 같은 다중 그래픽카드 환경을 구현할 때보다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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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늘어난 PCI 익스프레스 레인으로 인해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고성능 저장장치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됐다.
기존에는 다중 그래픽카드 환경을 구성하면 ‘1+1=2’의 성능이 아닌 ‘1+1=1.5~1.8’의 성능만 구현할 수 있었다. 해당 기술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PCI익스프레스 레인 수의 제한으로 모든 그래픽카드 슬롯이 최대 배속인 X16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그로 인한 성능 저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인 수 확대로 보다 많은 그래픽카드용 슬롯이 보다 높은 배속을 온전하게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다중 그래픽카드 환경의 효율도 더욱 개선될 수 있게 됐다.
비슷한 이유로 고성능 저장장치 지원도 강화됐다. 이미 SSD의 성능은 기존 SATA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초월한지 오래다. 그런 고성능 SSD를 위한 M.2(NGFF)와 SATA익스프레스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90시리즈 칩셋 보드부터 등장했지만, 역시나 PCI익스프레스 레인의 제한으로 M.2나 SATA익스프레스를 하나 사용하면 2개의 기존 SATA를 쓸 수 없었다.
하지만 PCI익스프레스 레인 수가 확장되면서 더 이상 기존 SATA의 희생 없이 M.2 인터페이스를 쓸 수 있게 됐으며, 2개 이상의 SATA 익스프레스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최대 SATA 수는 6개로 큰 변화는 없지만, 실제로는 최대 저장장치 지원 수가 더 늘어난 셈이다.
USB 3.0의 대중화, USB 3.1 지원은 덤
100시리즈 칩셋은 내부 인터페이스만 확장된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외부 인터페이스인 USB 3.0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기존의 90시리즈 칩셋만 하더라도 USB 2.0의 수가 3.0보다 많았지만, 이번 100시리즈부터는 역전됐다. Z170 칩셋을 예로 들면 USB 2.0 지원 개수는 4개로 오히려 줄어든 반면, 네이티브 USB 3.0 지원 개수는 10개로 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USB 3.0은 USB 2.0을 하위호환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 주변기기 활용에 큰 불편함은 없다.
기존 USB 3.0보다 배 이상 빠른 차세대 USB 3.1 지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USB 3.1은 최근 표준이 확정되긴 했지만 100시리즈 칩셋에서는 아직 정식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즉 별도의 USB 3.1 컨트롤러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고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USB 3.1을 지원하는 100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도 적지 않다. 최신 고성능 메인보드일수록 더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것이 일종의 기본소양이기 때문이다. 아직 해당되는 제품은 없지만, 비슷한 이유로 맥(Mac)에서 쓰이고 있는 ‘썬더볼트’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메인보드도 100시리즈 칩셋 제품에서는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