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cpa 준비생이라서 답글 올립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게 제목이네요. 뭐가 제일 어렵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다 어렵습니다.
장담할 수 있는건 최소한 대입준비보다는 훨씬 어렵습니다. 정말 좁은 문의 최상위권 학교와
학과를 타겟으로 정하고 공부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어차피 대입이나 고시나 상대적인 거라서 객관적인 수치는 나올 수가 없는거겠지만..공부의
난이도는 고등학교 과목이 들이댈 레벨이 아닙니다.
잠시 딴 곳으로 말이 샜는데.. 님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런 마인드면 아무것도
못붙는다' 입니다.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고시급 공부에 발 담궈본 사람이면 이런
생각 누구나 다 합니다. 사시, 행시, 외시, cpa...혹은 공무원이나 감평사 등 어떤 공부를
해도 최소한 1번(사실은 하루에도 몇번입니다)은 엄청난 벽에 부딪히게 되어 있으며..
'이게 그나마 가장 만만하겠지' 라는 마인드로 입문한 사람은 엄청난 갈등에 휩싸입니다.
'내가 잘못 선택했나'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까페나 포털사이트 검색을 이용해서 각종
고시 비교에 열을 올리게 되고... 만약 님이 행시를 선택했는데 검색해보니 사람들이 차라리
사시가 낫다고 하더라 (그냥 아무렇게나 든 예입니다) 라고 하면...'젠장 힘들어 죽겠는데
차라리 사시를 할까?' 라고 하면서 행시 때려치고 사시를 하거나..아니면 아예 접거나..
사시를 준비하는데 당연히 이거 또한 사람 미치게 만들 정도로 힘들고..그러다 보면 또
딴정 피우거나 또는 접거나..
악순환은 계속되고..그러다보면 사람 인생 병신되는거 한순간입니다. 군대도 제때 못가고..
친구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성격은 안좋아지고 몸은 피폐해지고..
고시 장수생들이 괜히 자살하는게 아닙니다. 물론 자살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해서는 안
되는 죄지만.. 장수생들이 자살했다 라는 기사나 소문이 뜨면 '죽을 각오로 공부하지 등신'
이라는 소리하는 사람 꽤나 많죠. 전 단호하게 그런 사람 상대로 '지랄하네' 라는 소리 합
니다. 정작 죽을 각오로 무언가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 쉽게 하죠. 남의 입장
이 어떤지는 생각도 못해보고...정작 자기는 별것도 아닌 일에 좌절하고 있으면서 말이죠.
사실 저는 장수하는 고시생들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면 심정적으로는 동감이 갑니다. 아직
나름대로 새파란 저도 하루에도 몇번씩 노란 하늘을 보곤 하는데..장수생.......
'고시생'이라는 신분이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위치입니다. 모 아니면 도죠. 잘되면 좋지만
잘 안되면 차라리 밥먹고 쳐노는것보다도 못하게 되는..
고시라는게 이런 겁니다. 남들은 이해 못합니다. 단순하게 '야 너 공부 열심히 하네 얼~'
이정도로 보죠.
단순하게 '고시 합격하면 돈도 많이 벌고 사람들도 날 존대해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입문
하면..십중팔구 실패합니다. 실제로도 고시는 10%의 승리자와 90%의 패배자를 만들고 있고요.
님께서 cpa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cpa를 하세요. 남들의 시선이 중요해서 사시나 행시
를 하고 싶다? 그럼 사시나 행시를 하세요. 뭘 해도 미치도록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일단 우물을 파기 전에 미치도록 신중하게 선택하시고, 그 우물에 실패하면 미련없이
버리세요. 고시생의 가장 큰 착각 중의 하나가 '1년만 더하면 되겠지'인데..어느 정도 절대
량 이상의 수준이 되면..더 이상의 시간은 무의미해지는게 고시 공부입니다. 아는건 많은데
합격은 죽어라고 못하는..일명 '고시낭인'이 되버리는거죠.
그럼 님이 cpa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으니까..cpa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자세한 정보
는 '회계동아리'라는 까페에 가입하셔서 검색하는 걸 추천하고..대략 큰 줄기만 말씀드릴
께요.
일단 합격자수는 07년부터 750명입니다. 절대평가 합격제라서 지금의 천명보다 더 많은
합격자수가 나오지 않겠냐 라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의 천명 합격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합격자수를 줄이기 위해서 절대평가 합격제라는 핑계거리를 이용했다고 보는게 절대다수의
의견입니다. 실제로도 수많은 교수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셨고요.
천명 합격제도의 문제점은...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합격 후 수습에서 큰 문제가 있었
습니다. cpa는 사시와 달라서 사시처럼 합격 후 사법연수원에서 일정 기간 수료를 시켜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수습기관을 찾아가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수습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이 750~800 정도(그 중에서 소위 정도라고 불리우는 회계법인은 약 600 정도)
밖에 안되는데, 정부가 imf 이후로 무작정 멍청하게 '전문인력 양산'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1000명 합격제를 떡 하니 내세우는 바람에..합격해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
어졌습니다. 정부가 미봉책으로 금융기관이나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에서도 수습받을 수 있
도록 하는 방안을 내세웠습니다만.. 정작 그들은 합격생들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전문인력은 기대수익이 높기 마련이고..금방 자기 기업을 떠날 존재라는걸 알기 때문에 처음
부터 받아주질 않아준 것이죠.
예전부터 cpa 내에서 학벌 문제는 있어왔지만 (사실 대한민국에서 학벌 문제 피할수 있는
곳이 몇군데나?) 1000명 합격제 + 수습낭인 문제가 대두되면서.. 학벌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집니다. 사실 500명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오바해서 회계법인에서 모셔가기 경쟁을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합격자들이 꼬리를 살랑대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러다보니 학벌의 중요성이 더욱
더 심각하게 대두가 되었죠.
회계 법인들 중에 소위 말하는 빅4 포린펌 (삼일, 삼정, 안진, 한영...일반기업으로 치면
삼성, LG 등의 파워)에서는 각 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5개 학교에만 캠퍼스 리크루팅을 나갑니다. 또한 위 5개 학교에 우선적
으로 수습인원을 할당하고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TO 5개학교라고 부르고 있고요. 실제로도
저 5개 학교가 많은 합격자수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대충 말씀드리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150명 정도..그리고 서강대, 성균관대가 70~80명 정도의 합격자가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5개 학교에만 TO가 배정되고 있다고 하고..또한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
대 등에서 매년 45~50명 정도의 합격자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죠.
위에 말하는 TO 5개교 때문에 cpa는 sky 아니면 ㅈ된다 라는 소문이 돌고 있고요. 사실 일
정부분 맞습니다. 위 5개 학교가 유리한게 사실이고.. 그 와중에 sky... 또 그 와중에 서울
대... 또 그 와중에 서울대 경영이 유리한게 사실이니까요. (서울대 경영같은 경우는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에도 찾아와서 모셔가기 경쟁을 한다고 합니다-_-) 하지만 1000명 시대는
올해가 마지막이고.. 앞으로 750명 시대가 오면서 수습낭인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고..그러다
보면 학벌로만 평가하는 불합리한 경쟁은 조금씩 완화되겠죠.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참고로 학벌 기준으로 뽑고자 하는 이유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학벌이 좋으면 일도 잘하
겠지..라는 것도 있지만 사회에 진출해 있는 사람들 중에 아무래도 학벌이 좋은 사람들이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영업 차원에서도 그렇게 뽑고 있다고 하더
군요. 소위 '사'자 붙는 사람들은 결국 영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영어문제... 대한민국 어딜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영어..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성공한 회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적입니다. 예전같이 국내에서만 비비적대도
큰 돈 만질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할 상황이 왔기 때문이죠.
또한 위에서 말한 대형법인은 외국계 대형법인과 제휴관계를 바탕으로 커나가고 있는 법인
이기 때문에 업무상의 이유로도 영어는 필수적이고요. 최근에는 중국시장의 중요성 때문에
중국어도 상당히 우대받는다고 합니다.
약간 쌩뚱맞는 도입이긴 하지만..AICPA..미국공인회계사..국내에서는 인정 안해줍니다.
솔직히 말하면 장롱면허증이죠. 어차피 국내 기준과는 다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써먹을
일도 거의 없고요. 허나 영어가 네이티브 수준으로 된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그 어려운
KICPA 붙고도 가고싶어 안달인 포린펌.. 네이티브 수준 AICPA 모셔간다고 하네요 -_-; 영어
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그 정도니..KICPA 합격할 수준이면 AICPA는 어렵지 않게 합격
할 수 있는 레벨이니..영어가 된다면..후덜덜이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거 하나 빼먹을 뻔했는데...cpa는 합격나이 매우 중요시합니다. 아무리 늦어도
30 전에는 붙어야 한다는게 정설이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군필 가정하에)
그때문에 나이가 많은 cpa 수험생들 중에 세무사로 전향하신 분들이 많죠.
어쨌든 이정도...사실 짧게 말하기 위해서..하고 싶은 말 제대로 못한 경향이 있는데..
짧은 것 같지는 않군요 ㅡ..ㅡ;
아무튼 고시라는 바닥이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는 100만프로 실패한다는 바닥이라는
거...그리고 '합격 너 이쉐키 내가 죽여버리겠다!' 라는 각오 아니면 고승덕씨같은 울트라
메가톤급 천재가 아닌 이상 허공에 삽질만 이빠이 하다가 인생 망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거...이거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하나 말씀드리고 싶은거 추가하면...아직 고등학생이신거 같은데...대학을 가게 되더라도
군대 가기 전에는 제발 고시에 매달리지 말고 자유롭게 사세요. 그렇다고 pc방이나 전전하
면서 아까운 시간 날리지 말고... 넓은 인간관계와 더 넓은 세상경험을 하는데 온 전력을
집중하라고 개강추추추 를 날립니다. 고시..이바닥 한번 발 들이면...친구 한번 만나는데도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부담됩니다...인간관계 좁아지고 성격 더러워지는거 한순간입니다.
오직 합격을 위해서만 달려야 하는 입장이라 고시공부 외 자기자신을 계발할 짬이 안난다
이말입니다. 가능하다면 대학 1년 마치고, 후배를 보고 싶다면 2학년 1학기 마치고 군대
빨리 갔다 오신 후 그때부터 죽어라고 집중해서 합격을 향해 달리시길 바랍니다. 군대 가기
전에는 자기계발에 무조건 힘쓰시고요. 개인적으로는 1순위 : 인간관계 다지기, 2순위 : 더
많은 경험 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님이 쓰신 본문의 어떤 부분이 눈에 띄어서 씁쓸한 한마디로 마쳐볼까 합니다.
고3 시절보다 더욱 더 거지같은 생활을 할 자신이 없으면 발 조차 들이지 말라고...
고시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닙니다...
열매는 오직 10%만이 따가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90%는 단순하게 열매를 따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막말로 병신이 될지도 모른다는거...
신중하시길...그리고 선목표 후러쉬...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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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고시공부...그리고 cpa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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