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2 (토) 비
구순 생일을 선궁(仙宮)에서
세 가족이 17명이 모이고 사정이 있어 15명이 빠졌다.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바쁘게들 살다 보니 어쩔 수 없구나.
기도는 작은 사위가 하고, 깔끔한 식사로 마냥 감사했다. 장래를 지고 나갈 식구들이 모이니 반갑고 든든하고 흐뭇했다.
머나먼 미국에 가 있는 외손에게서, 또는 작은 딸네 외손에게서 귀한 선물도 받고, 모두 물심양면으로 신경을 써 주어서 너무도 고마웠고 나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만 외워졌다. 각자 손길위에 만 배로 축복하옵소서.
이제는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남녀 무론하고 나이부터 물어보니 그럴 때는 ‘맞추어 보세요’ 한다. 그중에서도 80歲니 85歲니 하는 사람이 그득하다. 그러면서 ‘곱게 늙으셨네요!’ 또는 ‘깔끔이 할머니’라고도 하고 전화 소리를 들으면 더욱 젊다고 하면서 무슨 비결이라도 있느냐고 하는데 듣기 싫지는 않으니 어쩌리. 그럴 때는 내 말이 한턱내야 되겠는데 하면서 웃으면서 대해 준다. 또는 가족관계를 물어본다. 나, 아들 내외, 손녀, 손자 다섯 식구가 같이 산다고 하면 놀라운 눈초리로 왜 시집살이를 시키고 자신도 시집을 사느냐? 하는데 자신들이야 당당함을 보이지만, 그러나 자기들이야 재력이 든든하고 몸이 튼튼하니까 그렇지만 내야 우선 재력이 따라 주지 않을뿐더러 여태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 어쩌리.
지금 시대는 정이 그리운 메마른 세대를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같이 살면 미우니 고우니 해도 사람 소리만 들어도 반가운 것을 어쩌리. 인기척만나도 아! 식구가 오는구나 하고 식구의 목소리만 들어도 반가운 것을 나만 그럴까? 아니야 든든해 고맙고 감사해 젊은 측에서는 눈치, 코치 모른다고 하지만 식구를 쳐다만 보아도 든든하고 반가운 것을, 그리고 내 몸을 담고 있는 자리가 제일이야. 자녀들이 잘 돌보아 주어서 고맙고 즐거워. 어디까지나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신을 위해서 한 가정을 위해서 크게는 이웃을, 나라를 위해서 이 경쟁 사회 속에서 제 자리를 잘 지킬 수 있는 발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고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야.
내가 언제 이런 나이가 되었을까 자신도 믿어지지 않으니 오는 백발을 어찌 막겠는가? 파뿌리 같은 머리에다 허리는 굽어가면서도 마음은 나 늙었소 하기는 싫고 무엇이고 해 낼 것 같은데 시력이 따라 주지 않는 걸. 이 나이를 살다보니 자화상이니 산 증인이니 하는데 늦게 시작한 믿음이지만 매사에 자족을 배워가면서 또는 조급히 굴지 아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을 즐기는 게 비결일 거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하루 세끼를 거르지 아니하고 군음식은 모르고 자신이 할 만한 일이면 몸을 사릴 줄 모르고 살아 왔지.
우리 가정은 무엇이고 재료만 있으면 버리는 것 없이 맛깔스럽게 해 내는 솜씨가 있어요. 매식도 안 해요. 되도록 엽렵한 손끝으로 만져 놓으면 먹을 만하거든요. 맵고 짜지만 않으면 그만이고 두루 두루 감사한 일이지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일 일거에요. 늘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나로서도 협조를 아끼지 않지요. 아마도 건강의 근원이 되며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될 줄 알고 믿어져요.
남은 생애에 시간을 아껴 쓰라는 구절을 생각하면서 건강이 허락 하는 한 무슨 일이고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글 제목만 하나 잡으면 술술 나오거든. 쓰고 싶은 글도 써보고 그 유명하신 분들 틈에 내 이름도 올려보고 남에게 문서 전도도 해가면서 자신에 대한 평도 들어보고 서툰 글을 나누어 주는 기쁨도 즐거웠고 이런 면도 있었느냐 소리도 들어가면서 자녀들의 권유로 여기까지 온 것이 너무도 감사하고 즐거워. 나만의 즐거움일 꺼야.
‘할렐루야!’를 외쳐가면서.
2010/07/04
첫댓글 친정어머니의 글을 올립니다.
구순의 어머니께서 쓰신 글이라구요? 놀랍습니다. 그리고 존경스럽습니다. 글솜씨도 글솜씨지만 삶의 내용에 경외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 자세와 마음으로 사는 이에게 하늘이 은총을 내리시는 것을 알겠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자손들에게도 은혜 가득하시기를....
남기경 선배님,참 좋으시겠어요.훌륭한 어머님과 가까이 계시니말이지요...부럽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선진 선배님, 권영진 후배 답글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86세에 수필춘추에 등단하셔서 꾸준히 글을 올리시고 전도용으로 활용하시는데요, 삶이 귀감이 되시지요.
남기경 선배님~ 친정어머님께서 86세에 수필춘추에 등단에 문서전도까지.. 참으로 귀한 일 하고 계시네요. 삶 자체가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고 계셔서 정말 본받고 싶은 분이십니다. 선배님을 비롯해 모든 가족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강과 사랑이 넘치시기를 기도합니다.^^
박명순 후배님, 답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