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4일은 '유엔(UN)의 날'...DMZ에 유엔 군사훈련센터를 유치하자 하봉규 명예교수
오는 10월 24일은 '유엔(UN)의 날'이다. 1945년 미국과 연합국들이 전후 국제질서를 위해 만든 국제기구 UN은 1차대전과 달리 집단안보체제를 도입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였다. 유엔은 또한 우리나라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 바로 유엔승인에 의한 단독정부를 출범시켜 주었고, 6.25전쟁 당시 북한, 중공군의 침략을 막기위해 197만의 유엔군을 참전시키는 등 건국과 호국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유엔은 본질적 위기에 처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엔의 모든 결정에 직접적 거부권을 행사하는 5대 상임국 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영국, 프랑스와 대치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러하며 양안갈등 등 미중충돌이 그러하다.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ㆍ하마스 무력충돌은 소위 '3차대전의 전조'라는 많은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내외적 안보상황도 점차 가시적인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러ㆍ북 밀월회담과 뒤이은 북한의 대러 무기 및 군인의 지원이슈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이미 한반도가 아시아의 발칸반도로 불리운지는 북한의 핵개발이 본격화된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 여기에 중ㆍ대만의 양안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패권 대전쟁은 작은 지역이나 국가에서 시작하여 점차 인접 지역, 주요 국가들의 전쟁으로 확산되는 사례가 많았다. 좋은 예가 2500년전 그리스를 전쟁의 반도로 만들었고 결국 찬란했던 아테네를 패전국으로 만들었던 '펠레폰네소스 전쟁'과 6.25(한국전쟁)이다. 당시 그리스는 페르시아와의 패권전쟁에서 승리한 지중해의 패권자로 수많은 폴리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나눠진 상태였다. 당시 작은 폴리스의 정변에서 시작된 전쟁이 초기에는 아테네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결국 그리스 동맹권의 전쟁으로 비화된 것이었다. 아테네의 고위직으로 패전의 책임을 진 투키디데스는 당시 전쟁의 시작, 전개, 확산, 결과를 장장 8권의 장편 역사서로 기록하고 있다.
6.25전쟁 역시 내전에서 국제전으로 비화된 것이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유엔군이 결성되고 낙동강 전선과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서울 수복과 38선을 회복하고 북진에 돌입하자 예정된 중공군의 개입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결국 6.25전쟁은 개전초 북한군의 우위, 개전 3개월 후부터 국토수복과 북진으로 인한 중공군의 개입으로 교착이 장기화되었고 이후 협상 끝에 정전을 맞이한 것이었다. 정전에서의 극적인 전환도 스탈린의 사망인 점도 흥미롭다.
최근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조지 모델스키(George Modelski)는 1500년 이후 전개된 500년간 세계사는 100년을 사이클로 패권국이 전환되었고, 이러한 사이클에 앞서 70년마다 대전쟁이 발생했다는 분석을 통해 전후 70년이 경과한 현재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무엇보다 하마스의 기습에 북한의 전술 및 무기가 채택된 점이 우려된다.
필자는 지난 정전 70주기(2023.7.27)를 맞아 새로운 국제질서의 부동성에 맞설 한국형 3선 전쟁 저지선을 제시한 바가 있다. 즉, 기존의 DMZ 외에 형해화된 유엔군을 대체하고 유엔참전국(다국적)군을 위한 대규모 훈련센터와 유엔참전국 평화산업단지 유치를 제안한 것이다. DMZ는 한편으로 널리 알려진 남북대치의 상징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군사력이 집약된 실질적 국경선이다. 여기에 소위 북ㆍ러ㆍ중 전체주의적 국제연대가 강해지면서 본질적 위험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엔평화산업단지는 안보와 경제(산업)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산업조직 등 한국의 독특한 산업생태계는 4차 산업혁명 외에도 방산분야 및 전기그리드 등으로 매력적인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친북정권에 의해 주도되었고 오래전 기능을 다한 개성산업단지를 대체하는 동시에 유엔 참전국들과 경제협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로마의 격언을 최근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들이 전쟁의 바람을 맞고 있기에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미국을 위시한 유엔 참전국들의 군사적 대응은 소위 "잃어버린 30년"으로 압축된다. 반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 한국은 군사력 억제력을 잘 유지해온 우량국가였던 것이다. 지난해부터 소위 NATO의 회원국에 준하는 예우와 참여요구는 결코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되어선 안된다.
만약 필자의 제안에 따라 DMZ라인 바로 아래(이남)에 대규모 유엔군 훈련센터를 조성하면 국제 군사균형에 큰 기여를 하게될 것이다. 왜냐하면 취약해진 우방국들의 군사력 보강을 빠른 시일내 지원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대규모 유엔군이 주둔하는 부가적 효과도 기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함께 조성될 유엔 국제산업단지는 국제교역과 교류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최근 한국정부는 접경지역에 대한 추가적 개발과 투자를 위한 법적 조치를 마련한 상황이다. 155마일 휴전선은 경기도와 강원도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 정권 아래 9.19 군사협정으로 지역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16개국 국방장관 회의에 유엔 군사훈련센터와 유엔 산업단지를 제안하여 윤석열정부의 국제적 이니셔티브를 기대해본다.
하봉규 명예교수(부경대학교/유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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