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7312039032
인구가 많으면 인재풀도 그만큼 넓을테니 스포츠 분야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게 당연해 보입니다.
중국 탁구가 그렇죠?
억단위 동호인에 선수급이 3천만명이라는 중국의 탁구 실력은 정말로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인구 = 많은 인재 = 좋은 성적의 공식이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당장 중국에 아주 좋은 반례가 있죠?
축구는 지지리도 못하긴 해도 중국이 스포츠 강국인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종합 스포츠 국제대회에서 저렇게나 많은 메달을 딴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스포츠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반면, UN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4월에 중국을 밀어내고 인구 1위 대국이 된 인도는 올림픽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지난 도쿄 올림픽 성적을 볼까요?
이는 중국이 체조 종목 하나에서 딴 메달 수(11개, 금4 은5 동2) 보다 적고, 호주 수영 선수 엠마 매키온이 도쿄에서 따낸 메달 숫자(금4 동3)와 동일합니다.
인도보다 나은 성적을 낸 국가 중에는 결코 부국이라고 할 수 없는 조지아(인구 370만, 메달 8개)나 자메이카(인구 280만, 메달 9개)도 있습니다.
지난 대회에서 유독 부진했던건 아닐까요? 아닙니다.
인도는 영국령 인도로 참가했던 시기까지 합하면 초창기 4번(1896, 1904, 1908, 1912)을 제외하고 모든 하계올림픽에 참여해왔지만...
한 대회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이 7개입니다. 네, 2020 도쿄 올림픽의 성과가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겁니다.
동계올림픽까지 합산한 통산 메달 개수를 보면 이런 상황이 좀 더 확실하게 보이실겁니다.
1920~60년대 세계무대를 제패한 (그리고 인조잔디로 규정이 바뀐 후에 마땅한 훈련장이 없어서 성적이 추락했다는) 필드 하키 덕에 그나마 금메달이 두자릿수가 되었지, 그거마저 없었으면 이게 인구 숫자로는 줄곧 세계에서 한손에 꼽혀온 나라의 올림픽 성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했을 겁니다.
있어도 여전히 이게 정말 다인가 싶지만요.
해외 거주자까지 합치면 15억명이라는 인도인 중에서 스포츠 재능이 이렇게나 없을 수 있는 걸까요?
인도 콜카타 출신이며,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인도 스포츠 역사를 개관하는 책을 쓰기도 한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남아시아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로노조이 센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가지 이유를 지적했습니다.
1. 스포츠에 대한 태도
인도는 오랫동안 소련이나 중국과는 다르게 스포츠를 '국가적 자부심'이나 '국가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아왔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스포츠를 하는 것이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게 오래된 윤리 체계로 자리잡혀 있었다고 합니다.
2. 국가적인 육성 프로젝트의 부재
인도에는 중국의 '119공정'(조정/카누/육상 같은 취약 종목에 집중 투자) 같은 국가적인 선수 집중 육성 프로젝트가 없었다고 합니다.
3. 사회경제적 문제
경제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인도인들은 극소수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왕처럼 살 수 있지만, 운동을 하면 너의 인생은 망할 것이다(Kheloge kudoge to honge kharab, padhoge likhoge to banoge nawab)"라는 인도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럴 여력이 있는 경우에도 항상 공부가 우선시 된다고 합니다.
4. 성공 사례의 부족
특정한 개인 종목에서의 성공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보고 유입되는 경우도 없다는 것이죠. 센은 호주의 수영을 예로 들었습니다.
5. 대학 스포츠의 부재
미국의 경우 많은 메달리스트들이 대학 스포츠를 통해 육성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스포츠에 할당되는 예산이 비중도, 액수도 너무 적다는 것도 문제일겁니다.
그리고 이런 부족한 투자금마저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운동선수들에게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장학제도와 기금이 마련되어 있지만, 악명높은 인도의 관료주의와 정치적 간섭, 이해 상충 및 부패로 인해 문제가 많다는 모양입니다.
선수들 입장에서 지원이 절실한 순간은 유망주 시절인데, 후원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후에야 기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시아권 대회에서 여러개의 금메달을 딴 루지 선수 시바 케샤반은 열악한 인프라와 지원 부족으로 인해 썰매에 바퀴를 끼우고 히말라야 산지의 도로에서 훈련해야했고, 돈 문제로 이런 훈련에도 도저히 집중할 수 없게 되자 수백개의 회사를 찾아가 도움을 구한 끝에 단 한 회사에서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치 올림픽에 갈때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하구요.
런던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 동메달리스트 가간 나랑은 총을 사기 위해 가족의 집을 팔아야했고, 도쿄 올림픽 사격 종목에 출전한 사우라브 차우다리는 가족의 농장을 저당잡아서 훈련 비용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한 사격 메달리스트는 "많은 선수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마음이 꺾여서 운동을 포기하고 맙니다"라고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인도 축구대표팀 주장직을 역임한 수닐 체트리는 팟캐스트에서...
"15억 인구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 틀린 말입니다. 그 15억 인구의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육성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사람들이 '인도에 재능이 부족할리가 없어'라고 말하는데 100%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안다만에 사는 5살짜리 아이가 축구나 창던지기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알 수가 없습니다. 어렸을때 몇번 해본 뒤에 운동장에서 사라지고, 콜센터에서 일하게 되니까요."
..라고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는 모양입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36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추진하겠다면서 인프라를 대거 확충하겠다고 선언했고,
2008년 올림픽에서 아브히나브 빈드라가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 종목 금메달을 딴 이후 가면 갈수록 좋은 선수들이 나오고 있는 사격에서는, 이번에 124년 만에 단일 종목 역대 최대 메달 기록(동메달 3개)을 세웠으며 추가 메달 획득의 가능성도 꽤 있다고 합니다.
2021년 도쿄에서 니라지 초프라가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자 육상에 입문하는 학생들이 폭증했고, 대규모 인프라 확장 계획이 입안되고 외국인 코치를 고용하는 등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성공사례가 나오니 확실히 반응이 오는 것이죠.
그리고 2028년 올림픽에는 인도의 스포츠 인재와 자금을 빨아들이는 '그 종목'이 들어갈 예정이기도 합니다.
뭐... 그래도, 워낙 문제들이 뿌리깊은 탓에 15억 인구에 걸맞는 성적을 내는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지만요.
참고자료
https://www.washingtonpost.com/sports/olympics/2021/08/06/with-13-billion-people-33-medals-ever-india-remains-an-olympic-mystery/
https://www.cnbc.com/2016/08/19/lack-of-sporting-culture-institutional-support-and-inequality-blamed-for-indias-poor-olympic-record.html
https://www.thehindubusinessline.com/data-stories/data-focus/can-indias-sports-funding-match-its-lofty-olympic-hosting-bid/article67433741.ece
https://www.thequint.com/quintlab/india-olympic-medals-sports-performance-data/
https://www.bbc.com/news/world-asia-india-36941269
https://fivethirtyeight.com/features/indias-olympic-struggles-arent-new-but-its-making-a-comeback-in-one-important-sport/
https://sports.ndtv.com/olympics-2024/dont-care-if-people-kill-me-for-this-sunil-chhetris-blunt-take-on-indias-poor-olympics-show-6237723
https://www.nytimes.com/2024/07/23/world/olympics/india-olympics-neeraj-chopra.html
첫댓글 오 흥미돋.....이래서 인도가 안유면햇군
인도 너무 더운데… 하계 올림픽을..? ㅜㅜ
인도 엄청 넓어서 안 더운 지역도 있어! 근데 보통 올림픽은 주요도시에서 하긴 하는디... 델리에서 하면 진짜 큰일이네 ㅋㅋㅋㅋ
요가 종목 신설하면 메달을 좀 딸까
오 재밌겠다ㅋㅋㅋ
근데…인도는 실리콘밸리를 씹어먹잖아
흥미돋
1번의 정서는 사실 올림픽 흥미를 가질만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성적 나오면 바뀔 수 있는 부분인듯 1번의 정서가 만연하다기엔 인도 당갈같은 스포츠 페미영화 보면 국가적 자부심으로 느끼잖아
ㄱㅆ여시 글 흥미롭게 유익하게 잘 봤어
인도도 뭔가 맘먹고 육성하면 나중에는 올림픽 씹어먹을수도 있겠다
와... 크리켓이 종목에 포함된다고?? 대박이다 인도 애들 진짜 저거 환장하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인도 문화나 삶의 태도 같은 것만 봐도 뭔가 스포츠 인재 육성하기엔 맞지 않는 거 같음 ㅋㅋㅋ
저 환경에서 메달 따는게 기적이네;;
인프라 + 근성 문제?? 걍 주관적인 내 생각이고 여시글 잘 봤음 너무 재밌음
오 흥미롭네
중간에 개인의 성공 사례에서 호주의 수영은 누구 말하는 거지
그리고 중국이 축구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클 것 같음ㅋㅋㅋㅋㅋ뭐 협회 부패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걸출한 축구선수도 딱히 없고 축구 빼고 나머지는 다 잘하니까 유소년 유입도 안 되는?
초프라 사례도 공감
창던지기 메달 따고 인도 전체가 난리났잖아 누구 하나 나오면 그 종목은 뚫림
스포츠는 부자들만 할 수 있는 나란데 부자들은 목숨걸고 안하니께ㅜ 진짜 “취미”
푸쉬를
못해주니까
인도 크리켓 경기 엄청 좋아한다던데 크리켓은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서 그런가?
인재풀은 이미 갖춰져서 지원만 갖춰지면 중국 못지 않을듯....
팀플레이에 대한 태도가 안되서? 흥미로운 주제다ㅋㅋㅋㅋ
우와 글 잘봤어 안그래도 가족이랑 중계 보면서 궁금해했거든
흥미돋.. 넷플에 양궁 쿠마리 다큐봐도 시스템이 열악하더라 개인의 재능이 다가 아냐
와 흥미돋
인프라나 삶의 수준 문제도 있고 올림픽의 주요 종목들이 인도에서 전혀 메이저 스포츠가 아닌게 클거같애.. 국가적으로 스포츠로 인한 감동이나 국뽕의 맛을 못본것도 크고
인도에서는 걍... 우리나라 프로야구처럼 크리켓이 너무 인기인데 이게 올림픽 종목이 아닌것도 넘 클듯.. 인도 크리켓 리그 엄청 큼 굵직한 도시마다 연고 팀있고 외인 용병도 있음ㅋㅋ 페이롤 가장 큰 스포츠가 크리켓이라 다른 종목은 아예 관심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