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대금먕세서)
네이트판
20살 딸입니다.
저희는 평범한 수도권신도시 아파트에 사는 가정이에요.
딸3 이고 저는 둘째입니다.
언니 22 저 20 동생 15
거두절미하고
아빠는 대기업 상무이시고 엄마는 전업입니다.
부모님이 결혼할 때 할머니가 서울에 비싼동네는 아니지만
작은점포2개 있는 상가 주택 해주신걸로 알고 저희는 저 초등3학년까지 그 건물 2층에 살았어요.
지금은 신도시 살지만요.
엄마는 친정이 가난하셔서 (어릴 때 엄마네 집이 얼마나 가난했는지 늘 말씀하시고 저희 붙잡고 어릴때 자신이 불쌍하다며 울먹이심)
혼수 안해오셨다고 알아요.
아빠 월급+작지만 점포 월세 받고 사심.
집의 모든 경제권은 엄마에게 있음. 아빠도 용돈받고 사심.
어릴때부터 엄마가 용돈을 안줬어요.
우리는 애도 셋이고 엄마는 너희 키우느라 일을 못하니
우리는 돈을 아껴야한다
이 이론이었던거 같은데
그러다보니 저는 우리집이 엄청 가난한 줄 알았어요.
옷도 속옷도 다 언니꺼 물려입고
(동생은 저랑 터울이 있어서 물려받지 못함. 다 새거)
심지어 속옷은 늘 와이어가 튀어나와서 가슴부분에 상처가 나고 눌리고 했지만
항상 돈아까워하는 엄마 모습에 사달라고하기 뭣해서 그냥입음.
그리고 언니한테 물려입긴했지만 같이 입어서 언니도 와이어때문에 피나는일이 많았음
옷도 나는 5천원짜리 티셔츠라도 새거사주길 바랬는데
말하면 돈아까워하는게 보이니
그냥 속으로 삭이고 언니가 5천원짜리 새거입고 몇년 입은거
내가 입고 다님.
언니는 자기 5천원짜리 입고다녀서 속상했다고 하지만
난 그 5천원짜리라도 새거입는 언니가 부러웠음
따로 용돈을 안줘서 애들한테 얻어먹고 다니기만해서 은따도 몇번 당함. 준비물값만 딱 줘서 당시 200원이었던 제일 싼 불량식품도 살 수 없었음
초딩때 친구 생일 선물 사주고 싶었는데 엄마가 돈을 안줘서
내가 제일 소중히 여겼던 내가 읽던 너덜너덜한 책을 선물로 줌
(엄마가 그렇게 하길 추천함. 애들 선물은 그래도 된다고 함.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음)
아직도 그 부끄러움이 기억이 남.
친구한테 쭈뼛거리며
"서점에서 이 책 더이상 팔지 않아서 어쩔수 없이 이거 선물할게" 라고 말도 안되는 거짓말 하면서 줌..
친구는 절교 선언. 아직도 미안함.
에어컨 당연히 안키고 살았고 보일러도 잘 안틀었음.
따듯한 물에 10분이상 씻으면 혼났음.
교복도 친구들은 메이커에서 사고 블라우스가 4개 이상이였는데
나는 어떤 사설업체의 싼 교복 블라우스 하나만 삼
그나마 하나는 허름한거 물려받아서 두장으로 3년 돌려입음..
이런 일들이 진짜 많았음. 글로 적을 수 없을 만큼 엄마는 돈을 아꼈음.
하지만 엄마가 우리집은 돈이 없다길래
나는 가난하니까 어쩔수 없다고 받아들였고 어릴때부터 우리땜에 힘들다고 하는 엄마가 오히려 짠하고 미안했음.
엄마는 어릴때 버스비가 없어서 한시간씩 걸어다니고 수학여행비 없어서 선생님한테 돈없다고 말하기 부끄러웠다 이런 얘기를 자주 하셔서 엄마가 불쌍하기도 했음.
그래서 나도 우리집 가난한줄 알았고 돈쓰지말고 효도해야한다고 생각했음
초6 마지막 어린이날. 엄마가 갖고싶은거 고르라고 해서
평소 너무너무 갖고싶던 미키마우스 인형을 집었는데 가격표를 보니 4만 5천원이었음.
너무 비싸서 그냥 내려놓고 미키마우스 5천원짜리 볼펜을 골랐더니 엄마가 엄청좋아함.
우리딸이 엄마 생각하는 효녀라고 두고두고 사람들한테 몇년동안 자랑하고 다님.
근데 이상한 점은 일주일에 2번은 꼭 외식을 했음.
패밀리레스토랑, 갈비집, 횟집 등등 가격대 있는 곳.
나는 별 생각없었음 다 이런줄 알았음.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나는 꿈도 못꾸는 나이키 신발 신는 친구들도 패밀리레스토랑 생일에만 간다고 해서 놀라곤 했음.
심지어 가족 해외여행도 다님
초딩때 미국 서부,하와이 중딩때 동남아 다수, 사이판, 괌
고딩때 동유럽, 서유럽.
엄마는 주위에 자랑스럽듯이
우리집은 여행이랑 먹는거에 절대 안아껴^^하고 얘기하고 다님.
그래도 난 가난한 줄 알았음. 엄마가 그렇다고 하니까.
옷은 다 물려입고 보이지 않는 속옷은 다 헤지고
신발은 지하상가에서 몇천원짜리 신었으니까.
(물론 엄마도 홈쇼핑에서 티셔츠 3장에 4만원 이런거 입긴함.)
신도시 50평대 아파트로 이사오고나선 이사하는데 돈많이 썼으니 돈 아끼라고 더 압박함.
근데 대학교 올라오니 엄마가 내가 알바하길 바람.
내 용돈은 내가 벌어서쓰라고하는데
억울한거 같음.
엄마는 평생 돈도 안벌고 나한테 아끼라고 하는게 문득 억울한 것임.
우리아빠가 벌어온 돈인데 나는 왜 이렇게 거지같이 살지 싶은.
엄마는 아마 전업이어서 아빠한테 돈 아끼고 알뜰한 주부라고 어필하고 싶었던거 같음.
엄마는 너희 셋도 키워야하고 할머니가 주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일 못하겠다고 함.
할아버지는 아빠 어릴때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혼자 시골사셨고 우리와 같이 살지 않았지만 엄만 할머니가 스트레스 주는게 심하다고 했음.
이건 내가 직접겪은게 아니니 뭐라고 못하겠음.
여행도 잘보내주고 등록금도 내주고 한거에 고마워하며 살라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내 유년시절의 수치스러움들이 억울한거같음.
진짜 가난한 거면 몰라도 찢어지게 가난한것도 아니었는데
돈아껴야한다는 엄마 마음땜에 내가 친구들한테 놀림당하고
와이어에 가슴찔려가며 살았던게 억울함.
완전히 속은 느낌임.
어른이 되어서 돌이켜보면 내가 뭐 얻어먹기만해서 나 은따시키고 절교했던 친구들이 다 우리집보다 못살았음.(멋대로 판단하면 안되지만..)
부모님 맞벌이인데 허름한 집에 사는 친구들도 많았고
엄마 한부모가정에 엄마가 11시되어서야 퇴근하는 친구도 있었음.
가끔 이런얘기 엄마한테 넌지시 얘기하면
"너희가 그렇게 살아준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남들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는거야" 라고 말하는데
그게 다 뭔 소용인가 싶음.
돈없던 것도 아닌데 용돈도 조금이라도 주고 5천원짜리 티셔츠 좀 사주지... 언니도 용돈한푼없이 나랑 같이 고생함..
여자앤데 예쁜 옷 하나만 사주지..
돈 쌓아놓고 도대체 뭘하려는지..
실제 엄마가 자기 돈 잘모은다고 이모들한테 자랑하는걸 봐서
현금자산도 넉넉할거로 추측.
최근에 아빠 연봉이 2억 언저리란 얘길 듣고 생각이 많아짐.
물론 자식 셋 교육비에 생활비에 돈이 많이 들어서 남는게 적겠지만
엄마가 나한테 알바하라고 할때마다
엄마도 일안하면서 나한테 왜 하라고 하나 싶고
엄마처럼 점포딸린 집으로 시작하고 아빠가 돈 다 벌어오고 팔자좋은여자 어디있다고
나한테 알바하길 바란다면 엄마나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음. 엄마가 너무 얄미움.
이젠 어떤 생각까지 드냐면 돈 아껴봤자 결국 엄마재산만 늘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듦.
우리 아빠가 벌어온건데 왜 나를 거지같이 키운건지 원망스러울때가 많고
그러면서 또 그런 못된 마음먹는게 죄책감이 듦 ㅜ
때리고 학대하고 방임한 것도 아니고
나머지는 남들처럼 평범한 엄마였으니까..
학원 픽업도 해주고 수능잘보라고 열심히 기도해준 엄마인 것도 알고
여행도 다니고 참고서, 준비물값 같은건 늘 줬고 학원도 보내주고 등록금도 내주고 밥도 잘 먹었으니 케어를 안해준것도 아니니까..
학원비 내역 보여주면서 너한테 돈이 이렇게 들어간다
그러니 열심히해라. 이런말은 하긴했지만..
제가 팔자좋은데 철없고 감사한 줄 모르는 딸일까요?
하지만 뭔가 억울한 제 마음 어쩌면좋을까요..
추가)
아빠는 워낙바쁘셔서 마주칠 시간이 별로 없고
그래서 편하지도 않고 친하지도 않아요. 워낙 무뚝뚝하시기도하고
집에와서 식사 못하실때도 많고 오자마자 주무세요. 주말도 골프 자주나가는걸로 알아요.
제 생각엔 아빠도 사적인 거엔 엄마 컨펌받고 돈 쓰는거 같아서 저희에게 용돈주실 형편은 안되실거에요.
엄마에게 모든 경제권이 있다고 알고있어요.
언니랑 둘이 엄마한테 이런얘기해봐도 늘
너희가 그렇게 아낀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사는거야
라고 해서 할말이 없습니다..
동생은 나이차이가 많이나서 그런지 엄마가 조금 더 후해지셔서 저희때보단 더 유복하게 자라는 편입니다.
그리고 친정으로 돈을 빼돌릴 수 없는게
외조부, 외조모는 진작 돌아가셨고
현재는 이모, 삼촌들이 돈 빌려달라고 했다가 안빌려줘서 싸우고 연끊은 상태입니다.
와 학대수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