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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사 단체 간의 극한 대치 상황을 보면서 한국 사회를 개혁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본다.
정부와 의사 간의 대치 정국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의대 증원은 지역과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양보할 수 없기에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 격화, 민생 파탄,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탄핵의 바람이 불고 있기에 사회의 기득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를 피해 보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의대 증원을 어떤 시기도 아니고 총선을 얼마 남겨 두지 않는 시점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권은 정권 심판과 탄핵 정국으로 총선이 치러지면 위기를 맞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 바람을 잠재우고 정권의 지지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사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들게 합니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의대 증원이 실패했는데, 자신들은 강력히 밀어붙여 성공한다면 그 성과를 앞세움으로써 지지를 받으려는 의도입니다. 그러니 양보할 수 없고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반면에 의사들은 의대생을 증원한다고 해서 지방과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의료의 질이 저화되어 의료비가 증가될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의 요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의사의 처우가 개선되지도 못하면서 의대 증원만 된다면 자신들의 이권이 더욱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 상황에 몰리지 않으려면 물러서지 말고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서로 다른 꿍꿍이속에 물러설 수 없다고 하는 조건에서 과연 어떤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실상 이런 대치 상황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화물자동차의 투쟁이나 간호사, 농민, 노동자들의 투쟁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정부는 집단 이기주의와 밥그릇 투쟁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이번 의대생들과 의사들의 투쟁에 대해서도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저버리고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다 이기적인 집단밖에 없다는 것인데,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느냐 하는 것입니다.
실상 문제를 풀려면 상황과 조건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왜 각 집단이 자신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집단 이기주의적 모습을 보이면서 극한적인 투쟁을 벌이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가 각 집단의 요구를 나 몰라라 하면서 챙겨주지 않기에 어떻게 해서든 각자도생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총체적인 위기입니다.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어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으며, 지방의 소도시와 농촌은 소멸되어 가고, 사회의 기둥이 되어야 할 청년들은 제대로 취업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로 이미 한국 사회는 재생산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전방위적인 방면에서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하건만, 윤석열 정권은 도리어 이념대결에 근거하여 한반도에 전쟁 위기 상황을 조장하고, 경제적 상황마저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각각의 이해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는 것은 도리어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각자도생하기 위해서 부득불 투쟁에 나서는 것을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땜질식 처방으로 처리하려고 하면 과연 해결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의대 증원 문제도 본질적으로 살펴보면 아주 빈약한 논리에 근거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땜질식 처방에 지나지 않습니다. 의사 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보면 매우 당연합니다. 사회가 발전한 만큼 의료 질을 높이자면 의사 수가 늘어야 할 것이니 두말한 나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 의하면 의사만이 아니라 과학자나 기술자, 노동자 등 사회의 모든 분야의 사람들은 다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어떤 분야의 정원을 늘려야 할 때 나라의 총체적인 측면에서 적절한 분석을 통해 각 분야의 정원이 얼마만큼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합리적인 수준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각 분야의 구체적인 분석까지 진행하여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은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등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종합적이고 전반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판단하지 않고 그저 의사 수가 부족하니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얼마나 피상적인 인식이겠습니까?
실상 의사가 부족한 부분을 겉으로 보면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만 볼 수도 없습니다. 지방에 사람이 없고 환자가 찾아오지 않으니 의사가 지방에서 활동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도리어 환자가 봄비고 있는 대도시로 진출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통계에 의하면 도시에 하나의 종합병원이 설립될 수 있으려면 인구 100만이 되어야 수지타산이 맞다고 합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곳은 대도시의 대형병원이라는 것입니다. 환자가 대형병원에 몰리니 의사가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부족하게 되어 그만큼 예약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도리어 더 늘려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올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정부는 의사가 부족한 부분이 지방과 필수의료 분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몇 가지 유인책을 도입하여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에 의사를 확충하려고 하는데, 지방 도시와 농촌이 소멸되고 있는 조건이라면 과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지방의 의료체계가 해결될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했을 때 의대 교육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수준이 적절한지도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의사 수를 늘리려고 해도 의대 교육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면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그 불어난 수를 담당할 수 있는 여건도 맞춰가야 합니다.
한마디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가 그저 숫자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과 관계되어 있을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제반 상황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보건의료 정책의 문제, 지방의 보건의료 체계의 완비와 관련해서 지방과 농촌을 살리는 문제, 의대생의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문제, 의사의 근로환경 개선과 소득의 적정성 문제, 의사들 간의 역할 배분을 비롯해 의사와 한의사, 간호사, 약사 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 구조 문제 등 여러 상황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의사가 제 역할을 하겠다고 해도 한국 사회의 환경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할 수가 없게 됩니다. 모두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이기적 욕심을 부리는 상황에서 의사만 독야청청 슈바이처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결국 한국 사회의 분위기 자체를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망도 없이 단순히 의사의 수를 늘리고 몇 가지 유인책을 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생각이겠습니까?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돈 몇 푼 지원하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얼마간의 대출 상한을 늘려주고서는 생색을 내는데 과연 이것이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결국 보건의료 분야이든 어떤 분야이든 간에 참다운 해결책을 찾자면 부분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그 대답이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한국 사회가 어떤 한 부분만 망가져 있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한 부분으로 한정시켜 풀려고 하거나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의사 수 늘리는 문제가 핵심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진실로 개혁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위기 속에서 어떤 한 부분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분야로 한정시켜 접근해서는 풀릴 수 없으며, 한국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의 방향을 놓고 총체적으로 접근해야만 풀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입장이 진실로 개혁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의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개혁을 바라지 않기에 총체적인 방향에서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땜질식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각 집단의 요구를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탄압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개혁을 원하지 않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 한국의 모든 집단에 그 책임을 묻는 식의 비열한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총체적인 방향에서 전망을 갖고 풀어가자면 한국 사회에서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각 집단이 주체가 되어 풀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각 집단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조건에서 서로 간의 합의를 이루어내야 하는데, 그러자면 각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이 주체로 나서야 하고, 이를 적극 보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의사 정원수를 늘리겠다고 하면서 의사를 굴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니 벌써 다른 것 볼 것도 없이 개혁의 방식이 틀려버린 것입니다.
개혁은 각각의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이 제 역할을 잘하도록 하자는 것이지 적으로 삼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각도에서 보더라도 한국 사회의 각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주체가 되어 나서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개혁 실현의 핵심적 요소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건의료 부분에서 의사의 실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의사들이고, 간호사와 약사, 한의사의 실정을 가장 잘 아는 것도 그들입니다. 환자의 처우 상태도 환자의 보호자들이 가장 잘 압니다. 그렇다면 이런 모든 부분의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한데 모여서 서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 이치로 한국 사회의 각 분야의 실정을 가장 아는 것도 각 부분의 당사자입니다. 이런 모든 각각의 이해당사자들이 주체로 나서서 자신의 요구를 실현하도록 적극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현상이 발생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총체적인 전망 속에서 한국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길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모든 각각의 이해 당사자들이 주체로 나서도록 보장해주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매우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생각에 빠져 있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껏 서로의 이해관계자들이 양보하지 않고 싸우는 과정이 비일비재했는데, 과연 그것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왜 필사적인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국가가 책임져 주지 않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어려운 곤경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이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생존투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국가가 그 권리를 인정하고 풀어주겠다고 하는데 생떼를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더욱이 자신들만이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도 자기 권리를 실현하려는 것을 인정하는 조건이라면 서로 적절하게 합의를 이루어 풀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지난날과 달리 서로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며 요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합의하여 풀어가는 것이 좋은지를 자연스레 터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를 진실로 개혁하려면 부분적이고 일면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불가능하고 총체적인 방향에서 서로 밀접히 연관시켜 전망성을 가지고 진행해야 하고, 그렇게 하자면 각각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풀어나가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정부와 의사 간의 대치 정국에서 얻게 되는 교훈이라는 것입니다.
2024. 3. 11
우리겨레연구소(준) 소장 정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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