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차피 CF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설령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이미지가 부정확하더라고 해도 CF가
그런거 까지 일일히 교정해 줄 이유는 없다. CF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많은 시선을 끌어서 결국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의
매출을 늘리는 거니까. 그런 점에서 '락'처럼 일하고 '재즈'처럼
쉬라는 그 멘트는 CF의 미학을 아주 잘 따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 일반 대중의 락과 재즈에 대한 이미지가
그 멘트랑 그닥 다를게 없으니까..
2.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 마인드로 '락'은 백인 음악이고,
'재즈'는 흑인 음악이다. 여기에 인종 차별적인 선입견이
작용한다.
백인하면 지적이고 야무진 인상이다. 반면 흑인하면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지고 덜떨어졌으며 놀기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가득하다.
따라서 '락'하면 의식 있는 대학생덜이 결성한 스쿨밴드를
떠올리고, 일하는 짬짬이 락을 듣고 흥겨워하는 백인들을
연상한다. -- 특히 청바지 차림의 블루 컬러 계층
반면 '재즈'하면 흐느적 느그적 세월아 네월아 시간 탕진하며
노는 흑인들을 떠올린다.
3. '락'하면 떠오르는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마약이나 여러 삐딱한 것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락'이 주류였던
적이 한번도 없기에 이런 이미지들은 모두 거세된다.
거세되고도 여기에 적응한 소수의 락그룹 만이 주류에 편입되어
잘 살고 있다. 이러한 극명한 예가 바로 윤도현인데,
그가 대한민국 락의 주류라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 락의 실체를
보여준다.
3. '재즈'도 별반 다를 건 없다고 본다.
이른바 잰체 하는 애덜이 즐긴다는 재즈도 뒤집어 보면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곤 본격적인 재즈는 드물고 퓨전재즈나
뭐 이런 것들인 것 같다.
사실 술마실 때, 건들거리는 기분을 돋와 주는 건 재즈만한 것도
없는게 사실이다. 그냥 그 건들거리는 기분이 좋아 들을 따름이다.
여기에 이국정서를 동경하는 취미가 곁들인다. 그저 재즈가
신기할 따름이다. 요즘엔 그 겉멋이 라틴 음악으로도 많이
이전된 것 같다.
4. 관촌수필님이 왜곡된 '락'과 '재즈'의 개념에 대해 잡아주신 것은
매우 훌륭했으나 CF를 빗대어 예를 드신 건 쪼금 사족같아 보인다.
물론 CF가 일반 대중의 의식을 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CF는 결국 일반 대중의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공익광고가 아닌 이상 CF는 자기 아젠다를
내보내기 보다는 소비자의 입맛을 재빨리 파악해서 아첨해야 하는
수동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