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2024.7.2.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아모3,1-8;4,11-12 마태8,23-27
예수님을 ‘공동체의 중심’에 모신
“홀로와 더불어”
믿음의 인생 항해 여정
“나 주님께 바라네.
내 영혼이 주님께 바라며,
그분 말씀에 희망을 두네.”(시편130,5)
왜관수도원과 인연이 깊은, 이제는 고인인 된 가톨릭교회의 위대한 시인이 구상 선생입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과 교류한 삶인지 시인 구상 추모문집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추모문집 제목이 “홀로와 더불어”입니다.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홀로와 더불어의 균형잡히고 조화로운 삶이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사람은 섬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교황님이 특히 강조하는바가 더불어의 삶입니다.
빨리가려면 홀로가고 멀리가려면 더불어 가야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마침 오늘 옛 어른의 말씀도 더불어의 인간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남의 장점을 키워주면 그 장점은 내것이 된다. 남의 단점을 조장하면 그것 역시 내것이 된다.”<다산>
“군자는 남의 장점을 키워주고 단점은 막아준다. 소인은 이와 반대로 한다.”<논어>
이래서 더불어의 공동생활입니다.
공동체로부터 받는 상처보다는 공동체로부터 받는 은혜와 고마움이 백배는 클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 제목은 오늘 복음을 바탕으로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모신, 홀로와 더불어,
믿음의 인생 항해 여정”으로 정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 말씀이 바로 예수님을 따르는 예수님 중심의 더불어 제자공동체임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제자들도 그분을 따랐다.’ 새삼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주님을 따르는
따름의 여정임을 보여줍니다.
하루이틀 따름이 아니라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주님을 따르는 여정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여기서 배는 공동체를, 배안에서 주님을 중심에 모시고 있는 제자들의 한몸의 운명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오늘 복음 장면은 한폭의 살아 있는 그림같습니다.
배가 떠나자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게 되는 위기상황을 맞습니다.
그대로 인생 항해 여정중의 공동체를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세상 바다를 인생항해여정중 거센 풍랑에 좌초되거나 파선 조난당한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거센 풍랑중에도 아랑곳 없이 예수님은 숙면을 취하고 계시니 주님의 믿음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게 됩니다.
두려움 때문에 겁에 질린 제자들의 이구동성의 기도입니다.
“주님, 구해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죽게 되었으니 살려 달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공동체의 중심에 계신 주님을 향한 간청입니다.
아주 예전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노신부님을 문병했을 때 신부님은 끊임없이 한 말마디를
되뇌이고 있길래 물었을 때 간병하던 자매의 말이 생각납니다.
“날살려줘!”라는 말마디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노신부님은 끊임없이 “날살려줘, 날살려줘...”기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즉각적인 응답은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 믿음이 약한 자들아!”
말씀하시며, 일어나시어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시자 아주 고요해졌다 합니다.
호수의 풍랑은 물론 제자들의 마음의 풍랑도 잠잠해졌을 것입니다.
결국은 제자들의 믿음 약함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새삼 우리 인생 항해 여정은 더불어의 믿음의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주님의 질책과 더불어 꼭 기억해야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수도원 십자로 중앙에서 수도원을 찾는 이들을 환대하는 예수성심상 바위판에 새겨진 성구입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14,27)
‘나다(I AM)’는 바로 탈출기에서 모세에게 계시된 하느님 이름입니다.
여기에 보어를 붙이면 주님의 자비로운 정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나는 너희와 함께 있다(I AM with you)”
“나는 너희를 위해 있다(I AM for you)”
바로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있는, 우리를 위해 있는 임마누엘 하느님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제자들이 놀라워하며 쏟아낸 말은 은연중 예수님이 하느님같은 존재임을 들어냅니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바로 우리 공동체의 중심에 계신 예수님은 하느님같은 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태복음 마지막 성구도 예수님이 하느님같은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애당초 타고난 좋은 믿음은 없습니다.
말그대로 믿음의 여정입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날로 깊어지면서 믿음도 날로 성장 성숙해가는 믿음의 여정입니다.
아마 이런 예수님의 풍랑을 가라앉히셨던 체험을 제자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며
믿음의 성장에 결정적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 중심의 더불어 믿음의 여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어제와 같이 열화와 같이 분노하시며 이스라엘 백성의 회개를 촉구하는 정의의 예언자 아모스입니다.
회개란 삶의 중심인 주님께 돌아가는 것이자, 공동체의 중심 자리에 생명과 빛의 주님을,
자비와 지혜의 주님을 모시는 것입니다.
다음 아모스 예언자의 말씀은 더불어 믿음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 모두의 분발과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데, 누가 예언하지 않을 수 있느냐?
나 하느님이 소돔과 고모라를 뒤엎은 것처럼, 너희를 뒤엎어 버리니, 너희가 불속에서 끄집어낸
나무토막처럼 되었다.
그런데 너희는 돌아오지 않았다....이스라엘아, 너의 하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여라.”
주님께 돌아와 주님을 삶의 중심에 맞이하고 살라는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새삼 우리의 더불어의 믿음의 여정은 동시에 회개의 여정과 함께감을 봅니다.
끊임없는 회개와 더불어 날로 깊어지는 우리의 믿음인 것입니다.
이런면에서 회개의 일상화, 회개의 생활화를 이뤄주는 공동전례가 시스템화된 우리 수도원의 일과표는
얼마나 고마운지요!
역시 기도도, 회개도, 믿음도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끊임없이 공동전례수행에 충실함으로 우리 회개의 여정, 믿음의 여정은 날로 깊어질 것입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더불어 믿음의 인생 항해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주님, 당신 정의로 저를 인도하소서.”(시편5,9ㄱ)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