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평년보다 기온이 높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드만, 일주일 내내 비오고 바람부는 스산한 날이 계속됩니다.
이러다가 말겠지 하면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근했다가 혼자 여름나고 있냐는 놀림만 받다가 덜컥 감기까지 걸려버렸습니다.
물론 서울에 비한다면 여기는 베트남일 정도로 따뜻한 날씨지만, 베트남사람들이 우리의 가을이 추운 것처럼 나도 이 초겨울이 너무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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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가 머드팩을 하고 있군요.
이 갯벌때문에 나의 해남바다는 항상 회색입니다.
파란 바다와 하얀 파도, 그리고 반짝이는 눈부신 백사장이 가끔 그립기는 하지만, 조개 한 마리 건져먹기 어려운 그런 아름다운 바다보다는, 보기에는 시원스럽지 못하지만 갈고리로 긁기만하면 술안주 무제한으로 올라오는 해남바다가 내게는 제격입니다.
(해남군 황산면 징의리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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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논바닥은 겨울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군데군데 모아놓은 볏짚은 다시 소의 여물로 쓰여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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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은 이렇게 돌돌돌 말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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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얀 비닐로 포장해서 한개에 약 4만5천원에 팔려나갑니다.
우리나라식의 재활용입니다.
한번 TV 뉴스에서 이 재활용을 취재하여 방송하더군요.
좋다 좋다 하다가 꼭 마지막에는 삼천포로 빠집니다.
그게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적인 병이지요.
재활용해서 좋다면서, 그러나..... 볏짚을 몽땅 이렇게 팔아먹으니 땅이 황폐화되어 결국 쌀이 맛이 없어진다나요.
농사에 대해서는 ㅈ도 모르는 것들이 따뜻한 곳에서 마이크들고 하는 말들이 이렇다니까요.
언제는 소에게 동물성사료 먹여서 광우병이 걱정된다느니....
언제는 소에게 중국산사료 먹여서 멜라닌이 어쩌고 저쩌고 한다느니....
이 지랄 떨면서 결국 환경친화적인 볏짚을 먹이려니까 뭐가 아니꼬운지 토를 달더군요.
도시 친구들이여.
이것을 알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이제 더 이상 경기도 이천쌀은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경기도 김포쌀은 없습니다.
논은 7년을 벌어먹으면 3,4년은 휴경을 해야하는데,
그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휴경없이 매년 농사를 짓더니 급기야는 쌀질이 떨어졌지요.
제가 아는 한 이천쌀의 50%는 서해안간척지쌀과 섞인 쌀입니다.
그렇다면 서해안쌀은?
엄청나게 기름지고 맛있습니다.
쌀의 질은 휴경을 함으로써 땅심을 회복하느냐 마느냐에 있습니다.
볏짚을 소먹인다고 땅심이 없어지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방송국 양반들은 농사에 대해서 ㅈ도 모른다고 이곳 농민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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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땀흘리고 가꾸어오던 배추를 이렇게 갈아엎는 불쌍한 농민들이 있습니다.
가격조정을 위해 산지폐기하는 거죠.
갈아엎다가 혹시나 몇포기 가져다먹을까봐 군청직원들 서슬퍼런 눈초리로 감시합니다.
요만한 땅에서 보상금은 단돈 십육만원 나옵니다.
여름 가을 내내 땀흘린 아버지 어머니의 배추사랑은 포크레인의 발톱아래 깽 소리도 내지 못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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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비가 옵니다.
학교운동장에는 물이 빠지지 않아서 두어시간만 있으면 다시 수영장이 될 듯합니다.
내일이 체육대회....땅에 심어놓은 비닐라인...묻느라고 뺑이 친 아이들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거봐..우리 학교가 소풍, 체육대회 날짜 잡으면 무조건 비온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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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더욱 아름다운 학교의 마지막 단풍입니다.
이 단풍은 아마 12월 중순까지 이렇게 벌겋게 술취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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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뭘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알아맞추시는 분에게는 요즘 제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대박나고 있는 해남황토호박고구마 한박스 택배로 보내드릴께요.
오늘은 토요일.
이럴 때 여행다니면 욕얻어먹기 십상일 것인지라...
두달째 아무데도 가지 않고 주말이면 집에 콕~ 틀어박혀서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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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건너편 바닷가에서, 바다 건너 우리집을 바라봅니다.
어디가 집이고 어디가 산인지 잘 구분이 안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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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줌을 최대로 빨아드렸더니 집이 나옵니다.
집 위에 무덤이 6개가 있지요?
바로 우리집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들입니다.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분들의 묘입니다만, 저 묘가 생긴 후로 우리 집안이 평안해진 걸 보니, 저는 그냥 저분들 덕이겠거니 생각하며 삽니다.
여름엔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던 집이 겨울이 되니 제 모습을 나타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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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반대쪽 바다를 찍어봅니다.
바다 위로 삐쭉삐쭉 나온 장대가 바로 "김발"입니다.
저 김발 밑에 걸쳐있는 그물에 맛있는 "김"이 붙지요.
김발 너머로 보이는 높은 산이 진도의 "첨철산"입니다.
뽈록 튀어나온 부분이 진도기상대입니다.
진도와 해남은 거의 같은 생활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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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부터 홍시를 만들기 위해 거실바닥에 깔아놓은 대봉 감입니다.
이제 연시를 넘어서 막 홍시가 되어가고 있네요.
이것을 냉동실에 넣어놓고 여름이면 하나씩 꺼내 녹여먹는 맛이 아주 일품이랍니다.
오늘은 그동안 맘만 먹고 있던 오디오 스피커 설치를 할것입니다.
20년전에 샀던 인켈오디오는 이제 한물간 퇴역장성이 되는 날이죠.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LP판의 아날로그 잡음보다는 CD의 디지털음이 더 생생한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인켈은 이제 추억의 시대로 자리잡음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수십년 모아놓은 LP판 돌릴 때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켜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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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그대로 홈씨어터입니다.
용산전자상가를 돌면서 구한 이 우퍼(Woofer)는 베이스음이 매우 강한 놈입니다.
가슴을 부엉부엉 짜릿짜릿 울려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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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에 올려놓은 프론트 스피커와 센터스피커입니다.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aeven"을 이 놈으로 들으면 노래 중간중간 침넘기는 꼴딱꼴딱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년(?)입니다.
설치가 끝나면 이놈의 TV도 갈아치워야하는데, 스피커구하느라고 돈을 다써버려서 결국 주먹만한 영상에 가슴벅찬 사운드....절름발이 씨어터 신세를 당분간 면할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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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프론트는 30년을 사랑해온 내 주저비 베이스기타와 궁합을 맞춰주었습니다.
뽀다구는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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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거실 반대쪽 창문에 리어스피커를 공중설치하였습니다.
이제 가운데 누워 음악을 듣게되면 공중에 붕 떠있는 기분이 되겠죠?
이제는 베란다 차례입니다.
거실의 사운드가 메인공간이라면, 베란다는 저의 즐겨찾기 정도나 될것입니다.
베란다에서의 겨울나기 생활은 저에게 몇 안되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커다란 샷시 창 밖으로 보이는,
눈 내리는 모습이나,
비바람치는 광경,
고요한 밤 달빛이 넘실대는 바다를,
따끈한 커피와 함께 소파에 앉아 바라보는 일은,
50을 목전에 둔 저에게는 외국에 있는 아내나 서울, 부산에 있는 딸보다 더 가까운 삶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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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폐기처분 직전에 구출해온 아이들의 사물함이 우리 집 베란다에서는 소중한 사물함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 위에 3채널 스피커를 올려놓았스니다.
공간이 작아서 저 정도의 스피커만 올려놓아도 쩌렁쩌렁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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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쥐새끼가 돌아다니긴 하지만 제대로 사운드에 걸리면 귀가 멀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게속살같은 고소함이 생깁니다.
다음번에는 내용물을 적어붙인 라벨이라도 좀 산뜻하게 다시 붙일까 합니다.
선생이 학생을 못넘어가는 것처럼, 적어붙인 라벨도 조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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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바람소리 시끄러운 이 밤에 맥주 한 캔, 커피 한 잔 끓여놓고 귀청 터지게 락을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여러분들...주말 잘 보내세요
첫댓글 갈라진 벽틈 사이로 땜빵을 하셨군요..좋은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언젠가 3-4년전에 가본 땅끝마을 해남 다시 가보고 싶군요. 배추 갈아엎은 사진보니 억장이 미어지고 복장이 터지고 염장 질르고 있는 개쎄이들을 팍팍 밀어버리고 싶습니다.
퀴즈/ 그거 벼람빡(?) 터진거 아닌가요?
아고...퀴즈는 여기까지..아무도 모를 것이다 여기고 올려본 그림에 너무나도 잘 알아차리셨습니다 그려...찜세님 남쪽의달님 주소와 핸폰번호 쪽지로 남겨주세요. 베트남이면 내년 이맘때나 썩어문드러진 고구마 받으시겠지요...ㅎㅎㅎ
ㅋㅋㅋㅋ...감사합니다..썩어문드러진 고구마라도 받긴 받나요?ㅋ
받나 못받나 보여드릴테니 쪽지 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