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속 화려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나. 들러리를 서준 친구들은 정말 예쁘다며 내기분을 업
시켜주고 나는 쑥스러운듯 볼이 빨개져 자꾸만 거울을 바라본다. 긴장됐는지 손에서는 자꾸만 땀이
나 부케를 제대로 쥘수가 없었다. 신부대기실에서 계속 뛰는 가슴에 손을 얹고 기다리자, 곧 사회
자의 부름이 들렸다.
"자 그럼 이 결혼의 주인공이죠. 신부입장!"
들러리를 해준 친구들이 한껏 웃으며 내 드레스를 잡아주고 천천히 결혼식장으로 들어간다. 결
혼식의 맨 앞에 우리 엄마가 앉아있었다. 엄마는 날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며 눈시울이
빨개지셨다. 엄마뒤로는 내 친척들과 친구들이 앉아서 날 반겨주었다. 너무 긴장이 되서인지 나
도 모르게 약간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나아가자 곧 내 앞에는 우두커니 서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 손을 잡으려고 고개를 도는순간.
러닝구에 트레이닝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 러닝구 위에는 커다란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깜짝놀
라 엄마를 쳐다보자 엄마 역시 그남자를 보고 경악한다. 그 남자는 날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기름
을 쳐바른 목소리로 "야~ 예쁜데 역시 내 마누라" 라며 갑자기 블링블링 거리며 랩을 시작한다.
※신데렐라라면 신데렐라답게 01
"꺄아아아악
요즘 몇일 째 이런 재수없는 꿈을 꾸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는것같다. 아무리 그래도 난 아직 고등학생이 아닌가 고등학생인 내가 결혼이라니...정말 어디
영화에나 나올 스토리아닌가.
'엄마가 결혼에 대해 말할때 엄마가 딸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려면 얼마나 마음고생했을
까'란 생각과 어렸을때 갑자기 찾아왔었던 가난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엄마에게 곧 알았다고 했
지만 그래도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은건 당연했다.
요즘 이런 일로 스트레스 너무 받아서 하루종일 mp3를 끼고 살았더니 몇일동안 계속 이 꿈을
꾸고 있다. 그나마 날마다 달라지는건 내 남편이 될 사람이 부르는 노래의 장르정도? 이틀 전 남
편이 트로트 부르고 있는 꿈을 꿨을때는 정말 부케로 그놈 면상을 갈기고 웨딩드레스를 갈기 갈
기 찢으려고 했다.
다시 잠을 청하려 눈을 감자 날 보며 블링블링 거리던 그놈의 얼굴이 아른거려 또 다시 소리지르
며 이불을 쳐내어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이미 깨어 있던 엄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엄마
옆에 앉아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자 엄마는 내게 할말이 있는지 말을 하려다 말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이 답답해 엄마에게 왜 그러냐고 묻자 엄마는 머뭇머뭇 말했다.
" 정음아... 오늘 정호랑 만나기로 했어. 정호가 누군지 기억하지?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딸한
테 이런거나 시키고.... 정말 엄마는 엄마자격이 없는거야...."
엄마의 눈은 눈물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이제와서 싫다고 할수는 없었다. 나는 최대한 엄마를
안심시키자 엄마는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오늘 6시에.... 저번에 엄마가 데리고 간.. 그 레스토랑에서..만나기로 했어... 그래도 엄마가
너 정 마음에 안들면...막을수 있을만큼 막아볼테니까... 그러니까.. 너 싫으면...싫다고 말하고..
그래야 엄마도 한이 안돼니까.... 너 ..싫은데도... 결혼하면...엄마가... 하늘나라에 있는...아빠
볼 면목이 없잖아..."
"엄마 괜찮아. 괜찮으니까 울지 말고 나정말 괜찮으니까.. 6시면 그럼 나 수학과외 갔다온다음
준비해서 가면 되겠네. 엄마 울지 말고 엄마가 왜 미안해. 내가 결정한 일이잖아. 엄마 정말 죄책
감 느낄 필요 없어. 알았지? 그럼 우선 나 지금 씻고 과외 갔다 올께."
#.
'삑 삐리리릭.'
정음이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정음의 엄마는 곧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 눈물을 머금고 있던
눈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6시에 [beyond restaurant]에서 만나는거로 했으니까 시간맞춰 정호 보내세요."
곧 걱정된다는 듯이 머뭇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얘들이...싫어하면...어떻게 해야 하는거죠..?"
그러자 곧 정음의 엄마는 짜증난다는 식으로 이마에 손을 얹은후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도 정음이 아빠가 그렇게 절 찾아오지 않았다면 얘들 결혼시킬 생각 없었어요. 꼭 저의 쪽이
원해서 한다는듯이 얘기 하시는것 같네요.정음이가 싫어하면 제가 꿈속에서라도 그이 잘 설득해
봐야되는 거죠. 그쪽에서 거기까지 신경쓸만한 처지는 아니잖아요? 저가 정음이에겐 단단히 속여
놨으니까 그쪽에서나 잘 처리해 주세요. 그럼 끊을께요."
#. 학교
"어제 한말 농담아니였어? 아니 당연히 농담은 아니였겠지만 오늘이라고? 악 미치겠네. 야 안돼.
내가허락안했어! 니가 싫으면 안하면 되잖아. 뭐가 걱정이야? 내가 책임질께!"
정음이 윤재에게 지금까지 있었떤 말을 하자, 윤재는 경악하더니 곧 소리쳤다.
"글쎄. 내 작은 의견으론 말이야. 정음이가 오늘 수학공부하는걸 싫어하는건 슬픈일이 지만 너가
허락하고 안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음이가 걱정한건 나한테 맞을까봐 걱정한
게 아닐까? 너희 둘 아까부터 자꾸 쑥떡쑥떡 거리는것도 맘에 안들었는데 이렇게 소리까지 치고
개념이 사라졌구나. 자 그럼 정음이를 책임진다는 윤재만 혼내면 되는거겠지?"
윤재가 설마설마하고 뒤를 돌자 거기에는 무섭기로 유명한 수학선생님이 서있었다. 윤재는 곧
머쩍게 웃으며 "하하하 선생님도. 앞으로 안떠들께요. 하하하하 선생님 저요부분이 이해가 안가요.
아니, 그전에 선생님 너무 사랑하는거 있죠? 3학년때도 선생님이 제 수학 가르쳐주는거 알죠?"라며
애교있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윤재의 손을 잡고 같이 교무실로 향했다.
윤재가 사라지자 정음은 더더욱 심란해졌다. 그나마 윤재랑 있으면 윤재의 단순무식함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공부에 관련된게 아니라면) 간단하게 곧 답을 내놓기 때문에 정음은 윤재의
대답을 기대하며 학교에 왔었다. 윤재가 그렇게 가버리자 미국에 있을때 룸메이트였던 다혜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학교가 끝나고 곧장 집에가자 5시정도였다. 그때부터 정음은 치마를 입을까 바지를 입을까부터
머리를 묶을까 푸를까 아이라인을 그릴까 안그릴까같은것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다 결국 그래도 좀
지적인 분위기를 위해? 머리를 푸르고 파란색 미니드레스를 입고 얼굴에 비비크림만 바르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첫댓글 엄마 왜 저럼ㅁ?
글쎄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