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한강교에 날아든 갈매기 / 황 지 우
이름도 알 수 없는 간밤의 수많은 간이역들을 깨우고 달려온 목포발 보통열차가 막 철교를 통과하여 용산역으로 들어가던 오늘 아침,
그보다 빠른 속도로 그 옆을 먼저 비켜 달려간 성북행 전철이 러시아워대의 지하 서울로 기어들어가던 오늘 아침,
그리고 신경질나게 느린 속도로 사육신 묘지 앞을 지나 밀리고 밀린 제1한강교로 들어서는 오늘 아침,
나는 보았다 출근길 시내버스 속에서,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얼굴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둔부와 치골이, 치골과 둔부가, 둔부와 둔부가, 치골과 치골이 서로 곤두서게, 빽빽하게 맞닿은 사이에서
나는 보았다
제1한강교 철제 아치 사이로 날아든 갈매기 한 마리를 나는 보았다 보았는데
서울역, 갈월동, 남영동, 미8군 본부 앞에서부터 노량진까지 차량이 밀려 있는
인내와 순종과 관용과 무관심과 체념과 적응력의 이 긴 대열 속에서
이 연체의 시간 속에서
일천구백오십년 북으로부터 남하하기 시작한 피난민들과
일천구백육십일년 남으로부터 북상했던 해병 제공공사단 병력들이
내려오고 올라갔던 제1한강교, 철제 아치 위를 유유히 지나 동부이촌동과 반포 아파트 쪽으로 가고 있는 갈매기 한 마리를
보았는네, 나는 그것이 꼭 그의 죽음의 자기 예고의 풍향과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저도 먹고 살려고 바둥대다보니까 여기까지 왔겠지,
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는 잘못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잘못 날아왔었다
그는 잘못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잘못 날아왔었다
아, 이렇게 정지된 순간에, 제1한강교에서 반포 아파트 쪽으로 바라본 한강은
얼핏 보면 바다 같고
자세히 보면 사이비 바다다
장산곶, 백령도 용기포, 대청도, 장자도, 소연평도, 주문도, 교동도……
혹은 어청도, 궁시도, 흑도, 가덕도, 백아도, 선미도, 소야도, 장봉도……
혜화동 영세 출판사 사무실에 붙은 백만분지 일 우리 나라 지도에서 나는 그의 海圖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