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 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 된다.
개구리들은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고 해서 경칩일에 개구리알을 먹는 풍속이 전해 오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 알을 건져먹기도 한다.
경칩에는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한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오고, 동삼석달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버러지도 꿈틀거린다는
경칩때가 되면 담배모를 심고 과일밭을 가꾸는 등 농사가 본격화된다.
경칩때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을 깨는데 이를 '식물기간'이라 한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한다. 이때 농촌의 봄은 바야흐로 시작된다.
씨뿌리는 수고가 없으면 결실의 가을에 거둘것이 없듯, 경칩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수 있는 것이다.
동지로부터 81일이 지나면(경칩부근)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는데 81일을 9일 단위로 나눠(9*9=81)
농부들은 구구가(구구가)를 불렀다. 구구가는 긴 겨울동안 농사를 손놓아 게을러지는 것을 추스리고,
자연현상을 관철하면서 농사 시기를 살피고자 한 것이다. 그 중 아홉째 마지막 경칩 부근의 노래는 "밭가는 소의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해서 '구구경우(九九耕牛)'라 불렀다.
이때쯤이면 농가에서는 장 담그기를 한다. 장 담그는 일은 가정의 일 년 농사라 할 만큼 중요하다.
훌륭한 장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 선택(콩,소금,물)과 주부의 손끝 정성에 있다. 잘 씻어 말린 장독에 메주를
넣고, 체에 받쳐 거른 소금물을 메주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그리고 고추,참숯 등을 넣는다.
고추의 붉은색은 악귀를 쫓는다고 해서, 참숯은 살균작용을 하기에 꼭 넣는다.
장을 담근 장독에는 잡귀가 들지 못하도록 왼새끼를 꼬아 솔잎, 고추, 한지를 끼운 금줄을 쳐 장맛을 지켰다.
반찬이 변변찮던 시절, 농가에서는 맛의 근원이었던 장을 무척이나 아꼈다.
안동지방에서 알아준다는 종가집 종부는 "진짜 올장 담그기는 정월에 해야 해. 요즘이사 삼월도 좋고 사월도 좋지만 그러면 장맛이 제대로 안 나. 티가 쓸고, 곰팡이와 구더기가 잘 들게 돼 장맛이 영 파이지."라고 충고해 준다.
날이 완전히 풀리는 경칩 때가 되면 겨우내 인분이 쌓인 변소를 푼다.
인분은 직접 논밭에 뿌리기도 하지만 집 한켠에 쌓인 퇴비더미를 파고 묻어서 몇 달간 잘 썩은 거름을 파내어 논밭에 내었다.
퇴비더미를 '두엄'이라고 하는데, 두엄은 인분 또는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 돼지우리에서 나온 돼지똥, 염소똥, 닭똥, 누에똥 등 각종 찌끼가 섞인 거름으로 주재료는 역시 똥이다.
금비(金肥)를 양약이라 한다면 퇴비는 한약이다.
농토에 보약같던 퇴비는 지력을 높이는 성질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퇴비만들기에 열을 올린 이유도 바로 지력 증진을 통한 생산량 향샹에 그 이유가 있었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도 "과농소초(課農小抄)"에서 퇴비가 농사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밝히고 있다.
금비는 질소, 인산, 가리로 대변되는데 우리 조상들은 금비가 없었기에 퇴비와 똥, 아궁이의 재(灰) 등을 농사에 이용하였다.
그것도 부족해 땟물조차 거름으로 만들고, 오줌도 아무데서나 누지 말고 꼭 집에서 누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