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천호동. 이쪽으로는 올일이 별로 없는지라 일때문에 갔다가 늦은 점심을 먹으러 천호역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쭈꾸미집. 물론 첨에는 몰랐는데 이 일대가 죄다 쭈꾸미 골목이었다.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걸 보니 주변에선 인기있는 골목인듯싶다. 쭈꾸미집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조금 넓고 깨끗해보이는 독도쭈꾸미로 가을을 만나러 들어가본다.
한것 같다. 밖에서 대기하는 손님이나 음식을 먹고 잠시 쉬는 분들을 위한 의자가 보인다. 근데 독도에는 쭈꾸미가 살까. 외부에서 간판만 보면 일식집이나 돈까스집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쭈꾸미집 간판옆에 쭈꾸미 한마리 그려놓으면.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이 보인다. 여자들은 매콤한것을 더 즐기는 경향이 많은것 같다. 떡볶이집이나 닭발집가도 땀도 안흘리고 매운것을 쪽쪽 흡입도 잘하고. 독해.
삽겹사리와 새우사리를 추가하려면 1인분에 8천원씩이니 그냥 쭈꾸미를 먹은 후에 추가해도 되겠다. 새우는 10마리가 추가란다. 혼자와서도 먹는걸보니 2인이상 꼭 주문해야 되는건 아닌가보다.
모듬쭈꾸미에는 쭈꾸미와 삼겹살, 깐새우살 등이 들어가 한결 푸짐해보인다. 하지만 순수쭈꾸미나 이것이나 양은 같다고 한다. 다른것이 들어간 대신에 쭈꾸미가 조금 들어가겠지.
모듬으로 시킬까 하다가 쭈꾸미의 맛을 즐기기 위해 쭈꾸미 2인분을 주문한다. 탱글탱글 쫄깃한 쭈꾸미가 철판위에 올려진다. 양이 적지는 않아보인다.
불판위에 올려진 쭈꾸미는 지글지글거리면서 뜨거운 불위에서 트위스트를 추며 익어간다. 물론 살아있는 놈들은 아니지만 얇은 다리부터 몸을 비꼰다. 머리에는 알이 반쯤 차있는 모습도 보였다. 알찬 쭈꾸미는 4월에 무창포에나 가서 맛을 봐야하는데, 요즘 너무 오른가격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쭈꾸미가 철판위에 놓이고 그 위에 숭숭 썰은 양파를 올리고 매운 양념이 깔려있다.
서비스로 가져다준 누룽지탕. 빈속에 구수한 누룽지를 먹어주니 그래도 속이 조금은 괜찮다.
쭈꾸미를 빼고는 요것이 같이 나온는 유일한 먹을거리. 리필해도 되니 한번 더 주문했다.
이렇게 보니 별로 쭈꾸미볶음 같은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허여멀건한것이. 하지만 종업원이 당면도 넣고 야채도 조금, 매운 양념을 뒤짚으며 섞어주니 그때서야 매운 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온다. 연기만 맡았을 뿐인데 상당히 맵네.
일단 급한마음에 쭈꾸미를 잘라주고 동그란 귀여운 머리는 잘 익혀서 먹는다. 쭈꾸미 맛이야 다 비슷하겠지만 양념맛이 좀 색다르다. 맵기는 하지만 맵기만 한것이 아니라 달콤하면서 톡 쏘는 맛이 담겨있다. 이슬이 한잔에 쭈꾸미 한점. 얼굴과 뒷목에 땀에 송글송글 맺혀온다. 열기와 매콤함으로 입안에도 호호.
다른 테이블에는 당면이 있는데 요긴 없냐며 직원분께 말하니 아하 죄송하다며 당면과 콩나물을 가져다준다. 원래 같이 나오는건데 바빠서 빠트렸다면서. 네, 괜찮어유!
당면과 콩나물이 들어가니 매운것도 좀 없어지고 쭈꾸미의 맛도 먹기좋게 되었다.
부글부글 이리저리 튀는 쭈꾸미 국물때문에 옷에는 빨간 점들이 생겼지만 휴지로 닦아주고.
당면과 콩나물을 먹어치우고 다시 한번 당면사리를 부탁한다. 푸짐했던 철판은 어느새 두꺼운 바닥을 보인다.
이제 쭈꾸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쫄아버린 매운 국물과 형체만 남은 야채들만 바닥에 뒹군다. 배는 불렀지만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날치볶음밥을 보니 또 주문 안할수 없는 분위기. 일단 밥하나 볶아주세요라고 주문한다.
주방으로 철판을 가져가더니 새로운 철판에 날치알과 쭈꾸미 양념, 밥을 볶아왔다. 생각보다 날치알이 너무 많았다.
쭈꾸미 날치알볶음밥의 모습. 날치알이 너무 많으니 그냥 날치알밥 먹는 기분이 들었다. 톡톡 씹히는 맛이 좋다. 얼핏 보기에는 비지에 밥비빈 느낌이다. 불판위에서 점점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볶음밥.
날치알볶음밥을 먹지 않았음 후회할뻔 했다. 쭈꾸미와 날치알이 들어간 들기름을 뿌린 볶음밥이라 그런지 한결 맛있다. 술한잔 들어가니 카메라도 취한듯이 휘청 휘청 댄다. 정신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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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포비와 깨구락지..여행을 떠나다! 원문보기 글쓴이: 포비와 깨구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