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인간 삶의 총체적 표현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가 향유하는 문화의 수준으로 쉬 가늠됩니다. 물질의 풍요에 젖어 있는 사람도 누리는 문화가 빈핍하다면 온전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여기에 더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오늘(6월 24일) 김천서부교회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음악회입니다. 음악회 제목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평화음악회, 찾아가는 문화축제, 숨 힘 쉼'. 316앙상블 초청 음악회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무슨 소리로 이 밤을 아름답게 수 놓을까요. 기대의 크기가 한없이 확장됩니다.
음악회 제목에서 몇 가지의 의미를 추려낼 수 있겠군요. 먼저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입니다. 교회는 그 지역 속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지역과 분리된 교회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지역과 함께 호흡한다는 말은 상보관계가 되어서 지역의 필요를 교회가 채워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과 헛돌지 않는 교회, 지금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두 번째, '평화음악회'입니다. 음악회의 주제와 종류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평화'는 모든 것을 수렴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평화는 사람들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개념의 단어입니다. 우리 기독교는 그래서 평화의 종교를 지향합니다. 샬롬의 종교를 표방하는 것도 공기처럼, 햇볕처럼 만인에게 골고루 예수님의 사랑이 찾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 번째, '찾아가는 문화축제'입니다. '찾아간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교회의 자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찾아오는 사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 가정, 사람을 찾아가서 노래와 사랑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전도에 고단수의 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찾아가는 문화축제'는 표 나지 않는 복음 전파의 방법입니다. 거부감 없이 사랑을 전하는 방법이에요.
네 번째, '숨 힘 쉼'입니다. 이 세 단어는 각각 독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깊은 상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숨은 살아 있음의 표현입니다. 사람이 숨을 쉬지 않으면 죽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숨'은 살아 있음의 증표이기도 합니다. 숨을 쉬어야 힘을 쓸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삶은 숨 쉬며 힘쓰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이것이 바로 삶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 뒤엔 반드시 쉼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시간은 삶의 재충전의 기회가 됩니다.
초청된 '316 앙상블'에 대한 소개가 따라야 하겠군요. 왜 316인가. 하나님의 인간 사랑을 가장 잘 나타낸 구절 이 요 3:16이고, 이 뜻을 소리로 확산시켜 나가고자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연주회를 연다고 합니다. 대강 그 뜻과 의미를 새길 수 있겠지요? 이들이야말로 '찾아가는' 문화축제의 이름에 걸 맞는 용사들이 되겠지요. 회중의 지적 수준이 높아져 가고 정신적 욕구가 다양해져 가는 이 때 '316 앙상블'의 문화사역이 더 돋보이는군요.
이번 음악회에 귀한 걸음을 한 316 앙상블 멤버들을 소개해 볼게요. 김주은(바이올린) 박영란(작곡) 양송희(클라리넷) 우미영(첼로) 이선옥(피아노) 김 옥(베이스 클라리넷) 이기선(비올라) 고혜정(CCM 가수) 등의 음악가들이 김천의 중심지 평화동을 선율로 물들게 했습니다. 아름답더군요. 음악회를 이끈 디렉터 주지현 목사의 멘트처럼 이들은 '앓음'의 과정을 거쳐 소리로 '아름다움'을 생산해 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음악회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새로 깨달았습니다. 연주는 입(관악기)과 손(현악기)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온 몸으로 한다는 것, 거기에 고도의 정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과 정신을 다 해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신앙 자세와 일맥상통합니다. '앙상블(ensemble)'이 '전체적인 어울림이나 통일 조화로 순화한다'는 뜻이잖아요. 여러 악기가 어울려 내는 소리는 신앙의 개별화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선을 이루어 가는 신앙 양태와도 닮았습니다.
연주 선율에 도취되어 일일이 메모를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김천서부교회 담임 주석현 목사가 전해준 연주 순서를 덧붙입니다. 음악회의 내용을 헤아릴 단초가 되기를 바라면서요.
1.유모레스크(안톤 드보르작) 2.어디 있나요(도시 영상) 3.쇼스타고비치 4.참 아름다워라 5.엄마 품 6.노래(또 하나의 열매 & 주 안에 있는 나에게) 7.인생은 아름다워 OST 8.리베르 탱고
밤 9시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늦게 불이 붙는(?) 경상도 사람들은 두 번에 걸쳐 앵콜곡을 요청했습니다. 격한 호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316 앙상블은 '축복하노라'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답하며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평화 음악회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 밤은 여느 때보다 더 평화로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아름다움과 어우러지는 꿈을 꾸겠지요. 그 황홀한 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