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산에 있는 이유
절이 왜 산으로 갔을까? 아니 왜 산에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의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조선시대 유교 이념에 밀려 고려시대 절정을 이뤘던 절들이 일제히 산으로 올라갔다고 말한다.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반도 안맞는 지적이다.
그럼 언제, 왜 산에 있게 됐나?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온 건 삼국시대 초기인 3~4세기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교가 한반도에 들어올 당시엔 절이 산과 사람이 몰려 사는 곳 구분없이 자리잡았던 것 같다.
일찌감치 주거지역에 자리잡은 절은 계속 있었고, 나머지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절이 산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첫째 이유다. 다음으로 유명 사찰의 건립 연도와 누가 건립했느냐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통일신라 직전 자장 율사의 사례를 보자.
자장 율사는 신라 불국토사상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불국토사상을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절을 창건한다. 그가 만든 절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들이다.
오대산 월정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소백산 부석사, 지리산 단속사 화엄사 실상사 쌍계사, 속리산 법주사, 모악산 금산사, 가야산 해인사, 비슬산 대건사, 금정산 범어사, 팔공산 동화사, 문경 희양산의 봉암사, 금강산의 유점사 등 지금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사찰들은 자장율사에 의해 일찌감치 산에 터전을 잡았다.
조선시대 훨씬 전부터 산에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산에 절이 뿌리를 내리며 오히려 산길이 개발되는 영향까지 가져왔다. 절에 가기 위해 산길을 닦고, 주변에 사람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조용한 산사에 터전을 잡은 절의 스님들은 수도생활에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참선을 주로 하는 종파에서는 산사만한 수도처가 어디 또 있었겠나. 한때 '산에 간다'고 하면 머리 깎고 승려가 되는 걸로 받아들인 적도 있었다.
여하튼 시끌벅쩍한 곳보다는 산에서 수도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절이 산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조선시대 유교에 밀려 산으로 간 절들도 일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산에 절이 더 많았다는 이유를 시대적으로, 지리적으로, 종교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조선닷컴-칼럼>中에서
[출처] 절이 산에 있는 이유|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