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가봐야 할 사찰] - 이 세상에선 복 받고 다음 생엔 극락 가는 파주 보광사
천상의 음악소리 그칠 날 없는 대웅보전
대웅보전 천장 빗반자에 그려진 ‘별지화’는
중생의 다양한 기도를 들어주는 곳이 바로
파주 보광사임을 알게 하고, 천상의 악대가
음악을 연주, 부처님을 찬탄하는 그림도 …
19세기 후반 대웅보전 뒷면 동쪽 판벽의
연화화생도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벽화로
극락왕생 길 안내 ‘관무량수경’ 보는 듯
파주 보광사. 대웅보전 내부 천장 빗반자에 그려진 별지화(別紙畵)는 중생의 다양한 기도를 들어주는 곳이 보광사임을 알게 해주려는 듯 다양한 그림이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파주 보광사(普光寺)는 영조대왕이 무수리 출신의 어머니 숙빈 최씨(1670~1718)의 극락왕생을 위해 지은 능침사찰이다. 영조는 1753년에 어머니의 묘를 소령원(昭寧園)으로 추봉하면서 인근 고령사를 보광사로 고쳐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또한 살아생전 숙빈 최씨는 담양 용구사를 용흥사(龍興寺)로 고쳐 남모르게 아들이 왕이 되길 부처님 전에 빌었다. 어머니의 꿈은 이루어져 영조는 조선왕조에서 83세로 가장 오래 살았고 52년간 보위에 머물렀다.
보광사는 894년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고려 때 원진국사와 무학대사가 중창했다.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리자 1622년에 재건했고, 1740년과 조선말에 대웅보전을 중수했다. 대웅보전에 모신 갸름한 얼굴의 목조 삼세불은 1215년 법민대사가 조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좌우에 서있는 사각형 큰 얼굴에 화려한 보관의 미륵보살과 제화갈라보살은 1633년 양주 회암사에서 조성했다고 한다.
달마도해도. ‘직지인심 견성성불’ 달마대사가 파초 잎에 몸을 싣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건너는 모습이 일품이다.
중생의 다양한 기도 들어주는 곳
특히 대웅보전 천장 빗반자에 그려진 별지화(別紙畵)는 중생의 다양한 기도를 들어주는 곳이 보광사임을 알게 한다. 세 발 달린 두꺼비를 희롱하는 유해희섬(劉海戱蟾)은 두꺼비의 재복과 어느 곳이든지 데려다 주는 신통력을 표현한 그림으로 예나 지금이나 돈이 있어야 세상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재미있다. 또 장원급제를 부처님께 빌었는데 커다란 게의 등을 타고 여의를 손에 잡고 있는 그림이 있는데, 등에 딱딱한 껍질이 있는 게를 ‘갑각(甲殼)’이라 하여 최상, 일등을 뜻하는 ‘갑(甲)’자와 같기 때문에 장원급제를, 게를 탄 것은 장원급제는 떼어 논 당상(堂上), 손에 든 여의(如意)는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장원급제를 발원하는 중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큰 잉어를 탄 것은 등용문으로 출세를, 수염이 긴 새우를 탄 그림은 새우는 등이 휘고 수염이 길어 ‘해로(海老)’를 ‘해로(偕老)’로 여겨 부부지간 백년해로를 표현했다. 이것을 하나로 담아낸 그림은 물고기, 게와 새우는 자식 번창하고, 장원 급제하여 부부지간 행복한 삶이 이어지도록 부처님 전에 발원했다.
뿐만 아니라 천상의 악대가 음악을 연주하여 부처님을 찬탄하는 별지화도 있다. 연꽃을 머리에 인 동자는 생황을 불고, 천녀는 북을 치고 천의를 펄럭이며 춤을 추거나 서양의 콘트라베이스보다 더 큰 비파를 탄다. 동녀는 퉁소를, 연잎을 꺾어 쓴 동자는 피리를 불고, 천녀는 영지와 잘 익은 수박을 바치니 보광사 대웅보전은 천상의 음악소리가 그칠 날이 없다. 이와는 달리 달마대사가 파초 잎에 몸을 싣고 넘실대는 바다를 건너는 달마도해도(達摩渡海圖)가 일품이다. 부릅뜬 눈, 굳게 다문 입술, 짧게 자란 검은 수염, 헝클어진 머리는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을 전하려는 대사의 굳은 의지를 잘 표현했다.
대웅보전 뒷면 동쪽 판벽 연화화생도. 경전의 극락왕생 길을 쉽게 보여주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불화이다.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불화
19세기 후반 대웅보전 외벽 3면에 그려진 벽화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뒷면 동쪽 판벽 연화화생도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불화이다. 극락에 태어나는 사람 가운데 “상품상생(上品上生)은 지극정성 깊은 마음으로 불교를 믿고, 이것을 중생에 회향하겠다고 발원한 자로 저 극락국토에 태어나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닫게 된다. 중품상생(中品上生)은 5계(戒)를 수지하고 8재계(齋戒)를 지니며, 5역(逆)을 짓지 않으면 극락에 왕생한다. 하품상생(下品上生)은 목숨이 끝나려 할 때 선지식을 만나 대승 12부경(部經)의 첫머리 이름을 듣고, ‘나무아미타불’ 명호를 부르면 생사의 죄가 없어져 보배 연못에 태어난다”고 했다. 이처럼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이러한 <불설 관무량수경>을 생각하며 연화화생도를 보면 더욱 신앙심이 고취될 것이다.
또한 대웅보전 남쪽 판벽에는 중앙에 사자를 탄 문수동자를, 좌측에 위태천이, 우측에 금강역사가 부처님을 외호하고 있다. 특히 좌측에는 중생들의 묵은 재해와 오랜 재앙을 없애주는 위태천이 집금강신(執金剛神)의 모습을 하고 있다. 불꽃 천의가 휘날리는 가운데 깃털이 달린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긴 금강저(金剛杵)를 양손으로 잡고 있다. <신화엄경론>에 “집(執)은 계율을 지켜 범하지 않는 것을, 금강(金剛)은 진리에 부합해 무너지지 않는 것을, 그 지혜가 진리에 응하는 것을 신(神)이라 한다”고 했다.
대웅보전 북쪽 판벽에는 백의관음도와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도가 있다. 좌측 백의관음도는 일렁이는 파도 위 넓은 바위에 백의 관음보살이 편안한 자세로 중생을 굽어 살피신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바위를 들쳐 맨 세 명의 신중이 인도남쪽 보타락가산 바위를 통째로 옮겨와 보광사를 관세음보살의 상주처(常住處)로 만들어 버렸다. 관세음보살은 이곳에 바위를 내려놓으라고 손가락으로 지시한다. 관세음보살님을 인도까지 모시러 간다는 발상의 전환은 관음신앙을 더욱 중생의 마음속에 살아있게 한다.
남쪽 판벽에는 보현동자가 코끼리를 타고 있다. 보현동자가 조련봉(調練棒)을 잡고 여섯 개 상아가 난 커다란 코끼리를 길들이는 모습이 특이하다. 부처님은 장부를 길들이고 조련하는 분으로 다양한 방편으로 중생을 길들여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여 조어장부(調御丈夫)라 한다. 이는 불자들의 실천행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대웅보전 남북 양 측면에 문수와 사자, 보현과 코끼리를 그린 것은 <신화엄경론>에 “문수가 사자를 타는 것은 중생속의 불성(佛性)이 미혹을 끊어 완전한 지혜에 도달하였음을 밝히기 위해서이고, 보현이 코끼리를 타는 것은 행(行)이 질서가 있어 위덕(威德)이 됨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불자들은 불교 교리를 꼭 배워 지혜로워야하고 그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
만세루 툇마루 위에 걸려있는 목어. 머리는 용으로 입에는 여의주를 물었고, 흰 뿔은 용의 상서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빛바랜 목어에 담긴 거룩한 의미
보광사에는 만세루 툇마루에 걸려 있는 빛바랜 멋진 목어(木魚)가 있다. 길이 약 290cm, 몸통 두께가 약 70cm 크기에 조각미가 일품이다. 머리는 용으로 입에는 여의주를 물었고, 흰 뿔은 용의 상서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고른 이빨과 삐쳐 나온 송곳니, 부릅뜬 눈으로 몸통은 물고기 형상으로, 멋진 비늘과 지느러미는 하늘로 올라갈 듯 힘이 넘친다. 목어는 물속의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음성을 들려주고 역할을 한다. 또한 몸통이 비어 있는 것은 스님들의 청빈한 삶을, 비어있으므로 울리는 영혼의 맑은 소리는 무소유를 삶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불교신문3703호/2022년2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