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를 걷는 인연이라는...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걷는 시간.
요크에 도착한 날.
도시는 오래된 돌담처럼 조용히 나를 맞았다.
로마 시대의 흔적 위에 중세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곳.
이곳에서는 사람의 인연도 그렇게 층을 이루며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와 나.
고운 인연으로 이 생에 다시 만난 것처럼.
요크의 골목은 처음인데도 낯설지 않았다.
느낌만으로도 통하는 사람과 나란히 걷는 길은.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했다.
요크 민스터 앞 광장에 서면.
희노애락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누군가는 기쁨으로 사진을 남기고.
누군가는 슬픔을 내려놓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삶을 견뎌낸다.
각자의 사연이 돌바닥 위에 보이지 않게 수놓아져 있다.
삶은 그렇게 시간 속에 흘러간다.
요크 성벽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서로를 아끼며 살아간다는 말이.
결코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같은 속도로 걷고.
서로의 침묵을 존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음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을.
이 도시에서는 조금 다르게 느끼게 된다.
금이 간 우정도.
닳아버린 감정도.
요크의 시간 앞에서는 조용히 정리된다.
남는 것은 결국 올바른 생각과 사랑뿐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대를 향한 마음은.
요크의 저녁 종소리처럼 오래 울린다.
수백 생을 헤매다 만난 인연이라면.
이번 생만큼은.
서로의 자유를 지켜주며 함께 걷고 싶다.
이번 생의 여행이 끝나더라도.
이 길에서 나눈 마음은 끝나지 않기를.
다음 생에도.
다시 요크 같은 도시에서.
다시 당신과 나란히 걷기를 바란다.
오늘 오후도.
요크의 햇살처럼 알차게 채워지기를.
웃음이 자연스럽게 번지는 하루가 되기를.
무조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