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비몽사몽간에 출근했더니 내 자리엔 녹아가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놓여있다 자 수업 시작하자..했더니 30분 후에 수업하자고 하네 영어 숙제를 못 했다고..국어 숙제를 못 했다고.. 요 녀석들이 내 수업 시간에 타 과목 숙제할 모양인가 보다 야~녀석들아..내가 만만하니..했더니 넹..만만해요라고 한다
그려..30분 후에 수업할거니..자던지 숙제하던지..하셔~라고 말하고 커피들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아침햇살이 참 좋타 잠시 해바라기 하며 커피마시고 담배피는데 봄바람이 산들거린다 이 좋은 봄 날 주말아침에 뭔 짓 하고 있나 생각해보니 별안간 처연해진다
오전 수업 마치고 서둘러 점심 먹고 잠시의 짬에 장미광장에 나갔더니 가수인지 연애인 피켓들고 요란스럽게 차려입은 애들이 쏟아진다 오늘 올림픽공원에 공연이 있나 보네 젠장..퇴근 길 지옥철 자리 없겠네..
오후 수업.. 피곤에 찌든 애들이 들어온다 오늘 같은 날..학원 땡 까고 안와도 되는데.. 했더니 애들이 웃는다 나도 오늘 영 수업할 맛도 안나고 그냥 봄동산으로 소풍가고 싶다고 했더니 애들도 그렇타고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26일 첫 모의고사이니.. 별로 사는데 도움안돼는 헛된 지식들 주입하고 아이들 미래를 담보로 돈버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얼마전 유튜브 뉴스를 보았는데 트로트가스에게 미친 부인이 가수음반 사는데 큰 비용과 공연 따라다닌다고 집안일을 소홀한다고 한다 가수 생일도 챙긴다고 하고 집안엔 온통 가수 사진들로 채웠단다 자식보다 남편보다 가수가 좋을까..
부모는 자주 안 찾아뵈어도 주말마다 하늘에 있는 아버지하나님은 찾는다 제사는 소홀히 해도 중님에게 깍듯히 삼배하고 공양엔 지극정성이다 힘든 이웃은 외면해도 헌금 돈통에 돈 넣으며 흐믓해하고 돌부처 앞에 쌀 놓고 흐믓해한다 그게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이고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행.. 천국에 가고 극락왕생할 티켓 장만했다고 좋아할테지
가수에게 자신의 가치를 주었으니..그 가수노래 들으면 충만해지나.. 현실에서 천국이나 극락을 찾지 못하고 교회에다 오직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불나방처럼 교회에다 절에다가 현질하면 하느님이 부처님이 옛다,천국 극락 티켓~하고 던저줄까 목사나 중님은 많이 좋아할테나...
현대인의 공허일테지... 내 가족으로 채우지 못한 공허..이웃사회가 단절된 공허.. 혼자 주절히 기도하고 염불하면 부처가나 예수가 자기 말 들어준다는 착각.. 가수의 가삿말에 과하게 이입하여 가수가 자기를 위해 노래부른다는 망상적 장애..
그런데 말이다 우리 부모가 아버지 하나님보다 날 더 사랑하고 우리네 남편과 마눌이 막걸리 한잔 먹여놓고 노래방 가보면 진짜로 마눌을 위해 남편을 위해 서툰 악기 텐버린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비록 가수보다 노래는 잘 못 해도 가수보다 더 애정이 녹아있다 부모님께 막걸리 들고 찾아뵙자 야훼와 석가의 일방적 기도보다 우리부모는 응답하신다 그 응답속엔 추억과 세월과 사랑이 심장으로 울릴거다
난 이런 여자가 좋타 멀리 있는 하느님 보다 부처님 보다 가수 보다..가까히 있는 내 가족에게 절실한 여자..
죽자 살자 내일을 사는 사람보다 오늘을 위해 하루가 느긋한 사람..
여자 나이 50 넘으면 호랑이가 된다는데.. 생물학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란 호르몬 영향에 남편과의 전투 욕구에 충만됨보다 텃밭에 잡초와 전투하고 가족 챙김에 진심인 여자..
소녀적 감수성이 남아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리는 여자 그리고 그 감수성은 세상의 아픔에도 관심 가지고 연민에 눈물 또 흘리는 여자..
부처와 예수를 믿어도 좋지만 가치를 열어 달 밝은 밤엔 달 보고 소원 빌고 제사날 조상신에게 감사하는 여자..
화장을 안 해서 맨 얼굴에 세월이 흐르고 하얀 머리칼이 날리는 낭만적인 여자..
문득 아침윤슬에 센치해져 막걸리 마시며 하염없는 추억을 주저리 늘어놓는 여자..
바다를 좋아하는 여자..
귀신을 무서워하여 공포영화를 보다 남편 가슴팍에 파고드는 여자..
지도 펼치고 가끔은 바람처럼 남편 졸라서 같이 여정을 꾸릴 여자..
엉덩이가 튼실한 여자..
어느 노을이 지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두시간 정도 침묵하며 경건할 수 있는 여자..
때론 백사장에서 쏟아지는 별빛 보며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도 잘 자는 여자..
남편이 가끔 발명한다고 세탁기 해체해도 맞장구 치는 여자..
아...이런 여자가 있다면 난 기꺼히 당신께 내 영혼 드릴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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