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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친생자관계존부확인]〈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공2020하,1346]
【판시사항】
[1]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민법 제865조 제1항에서 정한 제소권자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독립유공자인 갑의 장녀인 을의 자녀인 병이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갑의 장남인 정의 손자인 무가 검사를 상대로 갑과 을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등을 구한 사안에서, 무가 갑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민법 제865조 제1항에서 정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고, 무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이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확인의 소는 원고적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제기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친생자관계에 관하여 민법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인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모자관계와 달리 부자관계의 성립과 해소에 대하여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친생추정 규정(제844조 제1항)과 이에 대한 번복방법인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제846조 내지 제851조), 재혼한 여자가 해산한 경우 법원에 의한 부의 결정에 관한 규정(제845조), 혼인 외 출생자의 인지에 관한 규정(제855조 제1항, 제863조), 인지의 취소 및 인지에 대한 이의의 소에 관한 규정(제861조 및 제862조)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과 해소를 구하는 소송절차에서는 위 각 규정에 명시된 제소권자가 해당 규정이 정한 요건을 갖춰 소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민법 제865조 제1항은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는 법적 친자관계와 가족관계등록부에 표시된 친자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민법 제865조 제1항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직접 규정하는 대신 소송목적이 유사한 다른 소송절차에 관한 규정들을 인용하면서 각 소의 제기권자에게 원고적격을 부여하고 그 사유만을 달리하게 한 점에 비추어 보면, 민법 제865조 제1항이 정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과 해소에 관한 다른 소송절차에 대하여 보충성을 가진다.
이처럼 민법 제865조 제1항의 규정 형식과 문언 및 체계, 위 각 규정들이 정한 소송절차의 특성,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보충성 등을 고려하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민법 제865조 제1항에서 정한 제소권자로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민법 제845조, 제846조, 제862조, 제863조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로서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②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민법 제863조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로서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③ 민법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의 제소권자인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 규정들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원고적격이 있다. 즉, 성년후견인은 남편이나 아내가 성년후견을 받게 되었을 때(제848조), 유언집행자는 부 또는 처가 유언으로 친생자관계를 부정하는 의사를 표시한 때(제850조),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부(부)가 자녀의 출생 전에 사망하거나 부 또는 처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기간 내에 사망한 때(제851조) 비로소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④ 이해관계인은 민법 제862조에 따라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를 뜻한다.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고의 주장 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원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개별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해야 한다.
(나) 구 인사소송법(1990. 12. 31. 법률 제4300호 가사소송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같다)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가사소송법은 혼인무효의 소 등의 상대방에 관한 규정(제24조)만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준용하고 있을 뿐 제기권자에 관한 규정(제23조)은 준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구 인사소송법이 폐지되고 가사소송법이 시행됨으로써 종전 대법원 판례의 법률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었다.
② 가족관계를 둘러싼 법질서나 사회적 상황의 변화 등에 따라 부부관계와 더불어 가족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친생자관계를 바라보는 사회일반의 인식도 함께 변화하였다. 가족제도 등에 관한 법률적,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호주제가 유지되던 때와 달리 오늘날에는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접한 신분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볼 법률적, 사회적 근거가 약해졌다.
③ 오늘날에는 가족관계가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기초로 하여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혼인과 가족관계의 기초가 되는 법적 친자관계의 형성에 관한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하는 한편, 이에 관하여 제3자가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④ 유전자검사 등으로 혈연관계의 증명이 어렵지 않게 된 현실을 고려할 때, 혈연의 진실을 위한다는 이유로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아 본안심리에 나아가도록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신분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명문의 법률 규정 없이 해석을 통하여 함부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이미 여러 측면에서 제소요건이 완화되어 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원고적격 범위를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으로 넓히는 것은 앞서 본 다른 소송절차와 비교해서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는 다른 소송절차에 관한 법률 규정이 정하고 있는 요건이나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가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⑥ 민법은 민법 제865조 제1항에서 친생자관계의 당사자 아닌 제3자가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존부를 다툴 수 있게 하고 있으므로, 친족관계에 있는 제3자도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고적격을 가진다. 따라서 민법 제777조의 모든 친족에게 일률적으로 원고적격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제3자의 권리나 재판청구권을 부당하게 제약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
대법원 판례의 변경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 범위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가) 다수의견은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부(부)가 자녀의 출생 전에 사망하거나 부 또는 처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기간 내에 사망한 때에 비로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친생부인의 소와는 소송의 구조나 법적 성질 등이 전혀 다른 소송절차이므로,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까지 친생부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권자인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보충적으로 그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제소권자가 되는 구조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와 부합하지 않는다. 자녀의 직계비속이 다른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모의 직계비속도 기간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균형이 맞고 자연스러운 문언해석이다.
(나)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어 타당한 기준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원고의 주장이나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법원이 원고의 권리 등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확정된다고 보게 되면 가정법원의 심리와 판단의 초점이 ‘혈연관계의 존부’가 아니라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으로 옮겨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2] [다수의견]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된 갑의 장녀인 을의 자녀인 병이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갑의 장남인 정의 손자인 무가 검사를 상대로 갑과 을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등을 구한 사안에서, 무가 갑의 직계비속(증손자)으로 갑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민법 제865조 제1항, 제862조에 따라 원고적격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갑의 증손자에 불과한 무는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갑의 손자녀로는 병 외에도 차녀 기의 자녀가 생존한 것으로 보이므로, 무가 갑과 을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으며, 따라서 갑과 을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무는 이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확인의 소는 원고적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제기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한 사례.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
무는 갑 및 경(갑의 아내)의 증손자로서 직계비속이므로, 민법 제865조 제1항, 제851조에서 정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인 ‘부 또는 처의 직계비속’에 해당한다. 또한 무가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엄격하게 심리·판단할 것은 아니고, 판결 결과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이 밝혀지기만 해도 이해관계인으로서 제소권자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77조, 제844조 제1항,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55조 제1항, 제861조, 제862조, 제863조, 제865조 제1항, 구 인사소송법(1990. 12. 31. 법률 제4300호 가사소송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6조(현행 가사소송법 제23조 참조), 제35조(현행 가사소송법 제28조 참조),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가)목, 제17조, 제21조, 제24조, 제28조,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107조 [2] 민법 제777조, 제851조, 제862조, 제865조 제1항,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제12조 제2항, 제4항 제1호
【참조판례】
[1] 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공1981, 14450)
대법원 1983. 3. 8. 선고 81므77 판결(공1983, 657)
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므347 판결(공1991, 1772)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변경)
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공2004상, 471)(변경)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광주지방검찰청 검사
【원심판결】 광주가법 2015. 5. 26. 선고 2015르308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사안의 개요
소외 1(1909. 8. 10. 사망)은 2010. 8. 15.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소외 1의 장녀 소외 2(사망)의 자녀인 소외 3이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소외 1의 장남 소외 4(사망)의 손자인 원고가 검사를 상대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등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자신이 소외 1과 민법 제777조의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소외 1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쟁점에 관한 판단을 위해 먼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살펴보고,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검토하기로 한다.
2.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
부모와 자녀 관계인 친자관계는 혈연에 기초한 친생자관계와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한 양친자관계로 구분된다. 그중 친생자관계에 관하여 민법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인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모자관계와 달리 부자관계의 성립과 해소에 대하여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친생추정 규정(제844조 제1항)과 이에 대한 번복방법인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제846조 내지 제851조), 재혼한 여자가 해산한 경우 법원에 의한 부의 결정에 관한 규정(제845조), 혼인 외 출생자의 인지에 관한 규정(제855조 제1항, 제863조), 인지의 취소 및 인지에 대한 이의의 소에 관한 규정(제861조 및 제862조)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과 해소를 구하는 소송절차에서는 위 각 규정에 명시된 제소권자가 해당 규정이 정한 요건을 갖춰 소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민법 제865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은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는 법적 친자관계와 가족관계등록부에 표시된 친자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직접 규정하는 대신 소송목적이 유사한 다른 소송절차에 관한 규정들을 인용하면서 각 소의 제기권자에게 원고적격을 부여하고 그 사유만을 달리하게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이 정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과 해소에 관한 다른 소송절차에 대하여 보충성을 가진다.
이처럼 이 사건 조항의 규정 형식과 문언 및 체계, 위 각 규정들이 정한 소송절차의 특성,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보충성 등을 고려하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제소권자로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원고적격의 구체적 범위
(1) 친생자관계의 당사자로서 부, 모, 자녀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이 사건 조항에 열거된 민법 제845조, 제846조, 제862조, 제863조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로서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2)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이 사건 조항에 열거된 민법 제863조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로서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3)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부) 또는 처(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
이 사건 조항에 열거된 민법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는 모두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에 관한 기본규정인 민법 제846조를 전제로 하여 보충적으로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규정들이다. 따라서 민법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의 제소권자인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 규정들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원고적격이 있다고 봄이 옳다. 즉, 성년후견인은 남편이나 아내가 성년후견을 받게 되었을 때(제848조), 유언집행자는 부 또는 처가 유언으로 친생자관계를 부정하는 의사를 표시한 때(제850조),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부(부)가 자녀의 출생 전에 사망하거나 부 또는 처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기간 내에 사망한 때(제851조) 비로소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들이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경우에는 위 각 규정에 의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당연히 있다고 할 수 없다.
(4) 이해관계인
이해관계인은 이 사건 조항에 열거된 민법 제862조에 따라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를 뜻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가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이어야 이해관계인으로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가족관계등록부상으로는 아무런 친족관계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녀의 생부 또는 생모라고 주장하면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람은 그 판결 결과에 따라 당사자와의 친생자관계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므로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
결국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한 원고가 앞서 (1), (2), (3)에서 본 바와 같이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기서 말하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고의 주장 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원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개별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해야 한다.
3.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
가. 종전 대법원 판례
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 인사소송법(1961. 12. 6. 법률 제803호로 제정되어 1962. 1. 1.부터 시행되었고 1990. 12. 31. 법률 제4300호로 폐지되었다. 이하 같다) 제35조가 “당사자 및 법정대리인 또는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은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제26조를 민법 제865조에서 정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준용하고 있음을 이유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그 후 대법원은 구 인사소송법이 적용되는 사안(대법원 1983. 3. 8. 선고 81므77 판결, 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므347 판결 등 참조)에 대해서는 물론, 구 인사소송법이 폐지되면서 새로 제정된 가사소송법(1990. 12. 31. 법률 제4300호로 제정되어 1991. 1. 1.부터 시행되었다. 이하 같다)의 적용을 받는 사안(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 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 등 참조)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나. 판례변경의 필요성
그러나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일반 민사소송절차에 관한 기본법인 민사소송법에 대하여 인사(인사)에 관한 소송절차의 특례를 정하고 있던 구 인사소송법에는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제35조, 제26조)이 있었다. 실제로 이는 종전 대법원 판례의 핵심적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구 인사소송법과 구 가사심판법(1963. 7. 31. 법률 제1375호로 제정되어 1963. 10. 1.부터 시행되다가 1990. 12. 31. 법률 제4300호로 폐지되었다. 이하 같다)을 통합한 가사소송법은 구 인사소송법과 달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가사소송법은 혼인무효의 소 등의 상대방에 관한 규정(제24조)만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준용하고 있을 뿐 그 제기권자에 관한 규정(제23조)은 준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구 인사소송법이 폐지되고 가사소송법이 시행됨으로써 종전 대법원 판례의 법률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었다.
(2) 가족관계를 둘러싼 법질서나 사회적 상황의 변화 등에 따라 부부관계와 더불어 가족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친생자관계를 바라보는 사회일반의 인식도 함께 변화하였다.
민법 제정 당시는 물론 구 인사소송법 등이 폐지되고 가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우리 민법은 호주를 기준으로 가(가) 단위로 편제되는 호적부에 가족관계를 공시하는 호주제를 유지하였다. 당시에는 호주의 직계존속, 직계비속과 방계친족 및 그 배우자 등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가)의 일원으로 호적부에 기재되었다. 그러나 2005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전면적으로 폐지되어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로 재편되었고, 2008. 1. 1.부터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되었다, 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시행되면서 호적부를 대신한 가족관계등록부에는 개인을 중심으로 혼인과 출생 등에 의한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이 기록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가족형태는 전통적인 대가족보다는 부모와 미혼의 자녀를 구성원으로 하는 핵가족이 이미 일반화되었고, 도시화·산업화가 진전되면서 가족생활에서도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처럼 가족제도 등에 관한 법률적,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호주제가 유지되던 때와 달리 오늘날에는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접한 신분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볼 법률적, 사회적 근거가 약해졌다.
(3)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진실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기 위해 마련된 소송절차이다(가족관계등록법 제107조). 그러나 오늘날에는 가족관계가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기초로 하여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다. 대법원은 혼인 중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에 대하여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고,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당사자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한 경우 입양의 요건을 갖추었으면 입양의 효력이 인정되고(다만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개정되어 2013. 7. 1.부터 시행된 민법은 미성년자 입양 요건으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이에 대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1. 5. 24. 선고 2000므149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친자관계에 친생추정이 미치는 경우뿐만 아니라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경우라도 그 친자관계가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실질적으로 형성되었다면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인과 가족관계의 기초가 되는 법적 친자관계의 형성에 관한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하는 한편, 이에 관하여 제3자가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4)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가사소송법상 ‘가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한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가)목]. 그 인용판결의 효력은 제3자에게도 미치고(같은 법 제21조),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며 언제든지 당사자를 신문할 수 있다(같은 법 제17조). 특히 유전자검사 등으로 혈연관계의 증명이 어렵지 않게 된 현실을 고려할 때, 혈연의 진실을 위한다는 이유로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아 본안심리에 나아가도록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신분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명문의 법률 규정 없이 해석을 통하여 함부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가사소송법이 제24조 제2항 및 제28조에서 제3자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 관해서 정하고 있지만, 이는 제소권자가 아니라 상대방(피고적격)에 관한 규정이므로, 이를 제소권자 범위를 확대할 근거로 삼을 수 없다.
(5)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 또는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에 대하여 보충성이 있으므로, 다른 소송절차에 따라 그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가 허용되지 않음이 분명하다.
한편 법적 친생자관계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제소요건이 비교적 엄격한 다른 소송절차를 대신하여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현재의 실무도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관한 법리를 양친자관계에 대해서까지 확대하여 적용하고 있다(대법원 1993. 7. 16. 선고 92므372 판결 참조). 나아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친생자관계의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사망한 경우 이외에는 제소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민법 제865조 제2항).
이처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이미 여러 측면에서 제소요건이 완화되어 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원고적격 범위를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으로 넓히는 것은 앞서 본 다른 소송절차와 비교해서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는 다른 소송절차에 관한 법률 규정이 정하고 있는 요건이나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가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6) 신분관계의 기본이 되는 친생자관계는 단순히 당사자 사이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친족 상호 간의 상속문제 그 밖에 친권이나 부양 등 친족관계에 기초한 각종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므405 판결 등 참조), 일정한 범위의 제3자도 정당한 재판절차를 통해서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민법은 이 사건 조항에서 친생자관계의 당사자 아닌 제3자가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존부를 다툴 수 있게 하고 있으므로, 친족관계에 있는 제3자도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고적격을 가진다. 따라서 민법 제777조의 모든 친족에게 일률적으로 원고적격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제3자의 권리나 재판청구권을 부당하게 제약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판례의 변경
이와 달리 가사소송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대해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소송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 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 1은 2010. 8. 15.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고, 소외 1의 자녀로는 장남 소외 4, 장녀 소외 2, 차녀 소외 5가 있었다. 소외 4와 그의 배우자 및 자녀들, 소외 5와 그의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자 결정일 이전에 모두 사망하였고, 소외 5의 자녀로는 소외 6[(생년월일 1 생략), 남]이 유일하게 생존해 있었다. 원고는 소외 4의 손자이다.
(2) 소외 6은 2010. 8. 30.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소외 1의 손자로서 구 독립유공자예우법 제6조에 따라 독립유공자 유족등록신청을 하여 2011. 11. 24.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되었다.
(3) 한편 소외 3[(생년월일 2 생략), 여]은 2011. 11. 25.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자신이 소외 1의 장녀 소외 2의 자녀로서 소외 1의 손자녀 중 선순위자라고 주장하면서 독립유공자 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 11. 30.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소외 3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독립유공자등록거부취소의 소(광주지방법원 2011구합4510호)를 제기하여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고, 그 후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원고는 소외 1의 직계비속(증손자)으로 소외 1과 친족관계에 있지만,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
(2) 구 독립유공자예우법 제5조 제1항, 제12조 제2항, 제4항 제1호에 따르면,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보상을 받는 유족의 범위는 독립유공자의 배우자, 자녀, 손자녀 및 며느리 순으로 한정되어 있고 그중 같은 순위자가 2명 이상이면 나이가 많은 자를 우선한다. 따라서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소외 1의 증손자에 불과한 원고는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외 1의 손자녀로는 소외 3(장녀 소외 2의 자녀) 외에도 소외 6(차녀 소외 5의 자녀)이 생존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다. 또한 원고가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되는지 여부는 소외 2가 소외 1의 아내인 소외 7의 자녀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3) 소외 1과 소외 2 사이 및 소외 7과 소외 2 사이에 각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원고는 이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원고적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제기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
대법원 판례의 변경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 범위 및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제소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가. 먼저 판례변경에 관한 견해이다.
(1) 이 사건 조항은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따라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사람에 한정된다는 것은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 비추어 명백하다.
그런데 구 인사소송법은 ‘민법 제777조에 의한 친족’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제26조, 제35조). 그러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관하여는 이미 민법의 이 사건 조항에서 제소권자를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었으므로, 구 인사소송법이 다시 제소권자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둔 것은 체계상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1990. 12. 31. 구 인사소송법과 구 가사심판법이 모두 폐지됨과 동시에 이를 통합한 가사소송법이 시행되었고, 가사소송법은 구 인사소송법에 있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였다. 가사소송법 시행으로 중복 규정 상태가 해소되면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는 오로지 민법의 이 사건 조항에 의해서만 규율되게 되었다.
(2) 다수의견이 변경대상 판결로 들고 있는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은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면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위와 같은 구 인사소송법 폐지와 가사소송법 시행에 따른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 다만 이와 함께 변경대상 판결로 거론된 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은 대법원 97므1585 판결과 달리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제소권자인 ‘이해관계인’으로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나중에 선고된 대법원 2003므2503 판결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대법원 판례는 민법 제777조의 친족은 ‘법률의 근거가 없게 되었음에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가 된다’는 내용(다수의견의 전제)이 아니라, ‘이 사건 조항이 정한 이해관계인으로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3)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이 친족의 범위를 축소하였지만, 그럼에도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 당연히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고 한 대법원 2003므2503 판결은 여전히 폐지된 구 인사소송법의 규정을 답습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를 변경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판례변경은 ‘민법 제777조의 친족은 그 신분관계만으로 이 사건 조항이 정한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는 판시 부분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이러한 판례변경에 관하여는 다수의견에 동의한다.
나. 이 사건에서는 소외 1의 증손자인 원고가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제소권자로서 ‘부 또는 처의 직계비속’ 또는 ‘이해관계인’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이 문제 된다. 이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이하 구체적으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1) 쟁점에 앞서 다수의견이 판례변경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밝힌 견해에 관하여 본다.
(가) 다수의견은 오늘날 가족관계는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기초로 다양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법적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관하여도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진실한 혈연관계의 유무를 확인하는 재판절차로서 그 소송물인 법적 친생자관계의 존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민법상 친족편(제4편)은 제3장의 ‘혼인’과 제4장의 ‘부모와 자’에 관한 규정이 큰 줄기를 구성하고, 제4장의 ‘부모와 자’는 다시 제1절의 ‘친생자’와 제2절의 ‘양자’에 관한 규정으로 나뉜다. 이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혈연관계 및 당사자의 의사를 바탕으로 구성되지만, 그중 친생자관계는 혈연에 기초한 것임을 보여준다(다수의견이 원용하는 대법원 2001. 5. 24. 선고 2000므1493 전원합의체 판결은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형성되는 입양의 법리가 적용되는 경우이다).
또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청구의 인낙이나 자백이 허용되지 않고(가사소송법 제12조), 조정전치주의도 적용되지 않는(같은 법 제50조 제1항) 등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송절차에서 당사자의 의사로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처분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다수의견은 가족관계에 제3자가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제소권자의 범위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제3자에 의하여 개인의 사생활, 가정의 평화가 위협받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실제로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은 친생추정이 미치는 친생자관계에 있어서 제소권자와 제소기간을 엄격히 제한한 친생부인의 소만을 허용함으로써 우회적인 방법으로 제3자가 다른 사람의 가정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이 부분에서 친생부인의 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친생추정이 미치는 친생자관계는 친생부인 판결에 의해서만 부정할 수 있으므로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소권자를 제한할 실익이 있다. 반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친생자관계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통해서 다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 등 다른 소송절차에서 선결문제가 되는 경우 누구나 해당 소송절차에서 그 부존재를 주장·증명할 수 있다(대법원 1978. 4. 11. 선고 78다7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이들이 민사소송 등을 통해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다수의견과 같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는 제3자가 다른 사람의 가정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고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일정한 범위의 제3자에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허용하는 것이 신분관계를 둘러싼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족관계등록부의 정확성과 진실성도 확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대한 판단이 판결의 ‘주문’으로 확정되어야만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고, 인용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 대해서도 미치며, 수검명령 등 특칙에 따라 진실한 혈연관계를 밝혀내는 데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친족인 소외 3은 이미 행정소송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와 소외 1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 이유 중에 혈연관계에 대한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 그 후속 소송인 이 사건에서 원고의 제소를 막는다고 하여 이들 가정의 평화가 지켜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 법원이 매년 발간하는 사법연감의 지난 5년간 ‘친자관계 관련 소송’에 관한 통계를 보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이 전체 친자관계 관련 소송의 75~80%에 이르러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은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는 비율이 75%를 상회하고, 이에 대한 항소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이 민법상 보충적 소송형태로 규정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친자관계 관련 소송의 원칙적인 형태로 자리매김하였고, 가사소송법상 대립당사자 구조를 갖추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 ‘혈연관계의 존부’ 자체에 대해서는 다툼이 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공적장부 등이 제대로 완비되지 않았던 과거는 물론 오늘날에도 법령 제한이나 개인 사정 등으로 실제 혈연관계와 달리 출생신고 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항에 규정된 가사소송사건으로 판결을 받게 되는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항에 대하여는 확정판결에 의하지 아니하면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호적정정에 관한 대법원 1993. 5. 22.자 93스14, 15, 16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는 ‘혈연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실질적 다툼이 없어도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을 위해서는 대심적 구조의 가사소송인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위 통계의 청구인용 비율 및 항소율 참조).
나아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송요건인 원고적격의 문제이므로 직권조사사항이다. 원고적격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판단 기준을 복잡하게 설정할수록 앞서 본 바와 같이 혈연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원고적격 유무를 심리하여 소를 각하하는 사건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라) 다수의견은, 제소권자의 범위를 넓히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가 법적 제한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소송을 담당한 가정법원이 문제 되는 부분을 충실히 심리하여 옥석을 가려내면 되고 원고적격을 제한하여 제소 자체를 막는 방법으로 해결할 것은 아니다.
(2) 첫 번째 쟁점인, 다수의견이 ‘부(부) 또는 처(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의 제소요건을 제한한 부분에 관하여 본다.
(가) 다수의견은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부(부)가 자녀의 출생 전에 사망하거나 부 또는 처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기간 내에 사망한 때에 비로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친생부인의 소와는 소송의 구조나 법적 성질 등이 전혀 다른 소송절차이므로,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까지 친생부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친생부인의 소는 부부 중 어느 한쪽만이 제기할 수 있으므로, 그 제기권자가 사망한 경우에 관하여 정해둘 필요가 있다. 민법 제851조는 이러한 경우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그러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처음부터 친생자관계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 의한 제소를 명시적으로 예정하고 있다(가사소송법 제24조 제2항, 제28조). 따라서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권자인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보충적으로 그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제소권자가 되는 구조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와 부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설명한다.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의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발생하므로 처(처, 이하 ‘A’라 한다)는 자신의 친생자로 가족관계등록부에 표시된 사람(이하 ‘B’라 한다)을 상대로 기간의 제한 없이 혈연관계의 부존재를 주장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A가 사망하면 A의 직계비속이 B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다수의견은 A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기간(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사망한 경우에만 A의 직계비속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와 B 사이에는 친생추정 자체가 문제 될 여지가 없으므로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을 상정할 수 없고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기간도 진행할 수 없다. 다수의견에 따른다면 기간 제한 요건 충족 여부를 어떻게 가릴 것인지 알기 어렵다. 나아가 A가 생존한 동안 언제든지 소를 제기할 수 있었는데, A가 사망하자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소급하여 제소기간이 이미 도과하였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 친생자관계의 당사자는 부모와 자녀이다. 자녀의 직계비속은 다른 제소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이 사건 조항 및 민법 제863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서는 다수의견도 다르지 않다.
이처럼 자녀의 직계비속이 다른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모의 직계비속도 기간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균형이 맞고 자연스러운 문언해석이다. 실제로 자녀가 사망한 후 그 직계비속이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경우보다는 부모가 사망한 후 그 직계비속이 이를 다투는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나 필요성이 훨씬 높다.
(라) 그 밖에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모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고 사망하였는데 유언집행자만 지정된 경우나 부모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고 있던 중 성년후견이 개시된 경우에 제소권자인 성년후견인 및 유언집행자는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원고적격이 인정되더라도 그 직무범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소제기 허용 여부가 별도로 결정될 것이어서 이 사건과 쟁점을 달리한다.
(마) 부모가 생전에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지 않아 자손이 소를 제기하는 이유는 개인 사정과 가족관계에 따라 다양하다. 자녀가 부모의 생전 의사를 거스르고 소를 제기하는 사안도 존재할 수는 있겠으나, 앞서 본 사법연감의 통계와 같이 대부분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제1심판결을 쌍방이 수긍하여 그대로 확정됨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혈연관계가 없어서 부모 생전에는 자녀로서의 실체가 없던 사람이 부모 사망 후 가족관계등록부를 이유로 상속권을 주장하여 다른 상속인들이 소송에 이르는 사안도 발견된다.
(3) 두 번째 쟁점인, 다수의견이 ‘이해관계인’의 요건을 밝힌 부분에 관하여 본다.
(가) 다수의견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로서 ‘이해관계인’을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에 관한 확인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라고 한다. 다수의견의 이 부분 견해는 대법원 1960. 9. 29. 선고 4293민상314 판결, 대법원 1990. 7. 13. 선고 90므88 판결의 판시와 거의 동일하므로, 사실상 위 판결들을 원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위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이미 폐지된 구 인사소송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의 판시로서 다수의견이 이를 여전히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나)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어 타당한 기준이라고 하기 어렵다.
(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원고의 주장이나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법원이 원고의 권리 등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확정된다고 보게 되면 가정법원의 심리와 판단의 초점이 ‘혈연관계의 존부’가 아니라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으로 옮겨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소송물인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판단해야 하는 소송절차에서 원고적격을 가리기 위해 원고의 상속순위나 부양순위 등을 먼저 주장하게 하여 이를 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법률상 이해관계가 공법상 지위와 관련되는 경우 두드러진다. ‘제3자의 권리의무에 대한 영향’은 이 사건과 같이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을 비롯하여 각종 특별법으로 일정한 범위의 ‘유족’ 등에게 보상금이나 급여 등을 지급하도록 정한 경우 그에 따른 공법상 법률관계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앞서 본 바와 같은 원칙을 관철한다면,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각종 행정법령에 규정된 보상기준이나 급여 지급대상, 유족의 범위 등을 심리·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가사소송사건에서 가정법원의 전문영역이 아닌 행정법령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이루어지도록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사건의 원심은 청구원인인 ‘혈연관계 존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과 원고가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자세히 판단하였다. 이러한 행정법령에 대한 심리와 판단이 가사소송사건인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1) 원고는 소외 1 및 소외 7의 증손자로서 직계비속이므로, 이 사건 조항 및 민법 제851조에서 정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인 ‘부 또는 처의 직계비속’에 해당한다. 또한 원고가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엄격하게 심리·판단할 것은 아니고, 이 사건의 판결 결과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이 밝혀지기만 해도 이해관계인으로서 제소권자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원고가 소외 1의 직계비속으로서 제소권자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전혀 판단하지 아니하고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다만 원심은 가정적 판단으로서 소외 1과 소외 2 사이 및 소외 7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와 같은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였다. 이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으로 여기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소가 적법하다고 보더라도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고 원고만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오히려 원고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되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상고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이상과 같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에 대하여 몇 가지 논거를 보충하는 의견을 개진한다.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에 열거된 민법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의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 규정들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원고적격이 있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원고적격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타당성을 가진다.
(1) 이 사건 조항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가 누구인지를 직접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단지 거기에 열거된 각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가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의 규정 형식과 문언 및 체계에 비추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이 사건 조항에 열거된 ‘각 규정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2) 민법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가 정하고 있는 요건은 모두 친생부인의 소의 원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제소권자’에 대하여 부가된 것이다. 따라서 위 각 규정이 정한 ‘제소권자’에 대한 요건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에 대하여도 적용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조항에 열거된 민법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는 모두 친생부인의 소의 제기권자에 관한 보충적 규정들이므로, 이들 ‘규정에 의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를 정하는 해석기준은 일관될 필요가 있다. 즉, 민법 제850조에 따른 유언집행자의 경우 부 또는 처가 유언으로 부인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 사건 조항 및 민법 제850조에 따라 유언집행자는 부 또는 처가 유언으로 친생자관계를 부정하는 의사를 표시한 때에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부 또는 처의 유언이 없었음에도 유언집행자의 원고적격을 인정할 필요나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별개의견은 이 사건 조항 및 민법 제851조에 따른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 규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 민법 제851조는 부 또는 처가 사망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그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으로 하여금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부(부)가 자녀의 출생 전에 사망하거나 부 또는 처가 친생부인권 행사기간 내에 사망한 경우로 제소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부 또는 처가 생전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거나 부인권 행사기간 내에 사망함으로써 그 의사를 실현하지 못한 경우 당사자 아닌 제3자(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가 예외적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이는 친생자관계에 관한 당사자의 생전 의사를 존중하고 신분질서의 안정을 도모하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별개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아무런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만 친생부인권자 아닌 사람에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제851조의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다수의견이 밝힌 바와 같이 친생자관계는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기초로 하여 다양하게 형성될 수 있고,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친자관계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친자관계의 당사자(특히 부모)가 사망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로 기재된 사람이 친생추정을 받는 경우인지를 객관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당초 민법 제851조의 제한에 따라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었던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혈연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거나 배우자의 혼인 외 출생자를 입양할 의사와 요건을 갖추어(2013. 7. 1.부터 시행된 2012년 개정 민법은 미성년자를 입양하는 경우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지만, 부칙에서 그 소급효를 제한하고 있다)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친자관계가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실질적으로 형성되었다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보호가 배제되어서도 안 된다. 부모가 생전에 자녀와의 혈연관계 존부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는데도, 부모가 사망한 다음 그 직계존속이나 다른 직계비속으로 하여금 자녀를 상대로 부모와의 혈연관계 없음을 이유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족관계 형성에 관한 당사자의 인격권이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부 또는 처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별개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5) 다수의견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는 사람의 범위를 가급적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조항에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로서 이해관계인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당연 제소권자 범위를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본다.
(1)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에는 이해관계인이 있다.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의 친생자관계존부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제3자로서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이므로, 그 구체적 범위를 정하는 것이 실무상 중요하다. 다수의견은 이해관계인을 친생자관계존부판결의 확정으로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로 한정하면서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이해관계인으로서 원고적격이 있으려면 진실한 혈연에 반하는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으로 인하여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이를 바로잡을 법률상 보호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제시한 각각의 기준은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게 되므로, 별개의견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신분관계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면서 단순히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제3자를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대법원 판례나 하급심 실무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이해관계인으로 인정한 사례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2) 별개의견은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개별 사건에서 일일이 판단하도록 하면 가정법원의 심리와 판단의 초점이 소송물인 ‘친생자관계의 존부’보다 원고의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으로 옮겨가는 부작용이 있다거나 가정법원이 행정법령에 대한 해석과 판단을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로서 이해관계인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원고가 이해관계인으로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당사자적격에 대한 심사를 통해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두 가지 이념, 즉 친자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와 혈연진실주의를 조화롭게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실익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본안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기 전에 당사자적격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이에 관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비단 가사소송사건에서만 문제 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에는 가사소송사건에서도 공법관계를 비롯하여 다른 영역의 법률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신분관계를 둘러싼 법률상 이해관계가 발현되는 양상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진 데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다. 따라서 별개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부작용 등은 이해관계인의 범위와 이에 대한 심리·판단 원칙을 정하는 데 본질적으로 고려할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둔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주심)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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