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외로움이 폭력 사회를 부른다
[나의 현장] 썩은 사과가 아니라 썩은 상자가 문제
지난 1월 25일에 흥사단 강당에서 ‘폭력이 부르는 폭력 차별이 부르는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학교폭력 해법 모색과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집담회가 열렸다.
1부는 학교 안에서 폭력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현직 교사와, 학교 폭력 피해 학생, 장애인 학부모, 성소수자, 이주가정, 학교 실습생의 사례를 들어 얘기를 나누었고, 2부 순서에는 폭력의 학교 죽음의 학교를 넘어서기 위한 쟁점별 토론 진행을 하였다.
학생인권동아리의 모습
시간 때문에 2부 순서는 참여를 하지 못했는데 자료집 가운데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있어 소개한다.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의 이정희 선생님이 쓰신 글 가운데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고 공격적으로 만드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1971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짐바르도는 그 유명한 심리학 실험인 감옥실험을 시작했다. 대학생 자원자 24명이 무작위로 죄수와 교도관의 역할을 배정받았다. 2주를 예상한 실험은 6일 만에 외부 관찰자의 조언에 의해 중단되었다.
교도관들이 죄수를 폭행하고 심각하게 권위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죄수들이 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이상증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이며 어떠한 기질적 차이도 보이지 않았던 죄수와 교도관 집단은 상황에 의해 완전히 극단적인 행동 차이를 보였다.
이 실험을 통해 짐바르도는 ‘썩은 사과가 문제가 아니라 썩은 상자가 문제’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학교라는 상자, 즉 폭력적인 학교문화는 정신 차리고 살기 어려운 상황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학교를 감옥에 비유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폭력적인 학교문화에서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분노와 우울감에 빠져있다. 심지어 교사들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시달린다.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책을 썩은 사과를 꺼내 버리는 것으로 축소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서술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로 바꾸려는 혁신학교 운동의 실험 사례를 얘기하고 있다.
적어도 교육이 인간다운 인간을 기르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권의 존중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내놓는 대책은 가해자에게 벌점을 주고 경찰이 학교에 들어가 생활 지도를 하는 더욱 폭력적인 방식으로 ‘썩은 사과’를 드러내는 대책을 내세우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학교 폭력 학생들에게 주로 ‘강제 전학’을 시키고 있는데 학교에서 기한을 정해 기한 내에 전학을 하지 않으면 퇴학을 시키겠다고 학부모를 반협박하여 학부모가 위장 전입을 해서라도 아이를 전학 시키는 상황이다.
이사는 물론이고 위장전입마저 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탈학교의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공공연하게 불법을 조장하고 ‘책임교육’을 얘기하면서 아이들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성북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의견수렴 간담회 에 초대되어 참여했다. 몇몇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학교에서 총학생회장을 하고 있는 학생참여위원들과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맡고 계신 교사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
주로 학생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 자리였는데 학생들이 학교 폭력의 원인을 정확히 짚으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반갑고 고마웠다.
학생인권동아리에서 발표하는 모습
학생들이 한 얘기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학교 폭력의 원인을 ‘외로움’으로 얘기한 것이다. ‘맞벌이와 이혼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로 가정이 해체된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은 외롭다. 이 외로움 속에 개인을 매몰시키는 게임과 다른 몰두할 것을 찾게 된다. 그래서 곁에 친구를 친구로 보지 않고 그냥 ‘대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폭력의 대안으로 ‘아이들의 친화력을 높일 수 있는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 아이가 얘기했던 ‘외로움’이라는 말이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얘기는 경쟁교육이 강화되면서 학교 안에 성적과 힘에 의한 위계가 발생하여 탈출구가 없는 아이들에게 학교 폭력은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그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당사자인 학생들한테 이런 얘기를 들으니 신선했다. 반면에 현장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지도 교사들의 이야기는 책임에 대한 무게감 때문인지 소개하기도 무색하게 참으로 각박했다.
‘외로움’이 깊은 이 시대에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