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가 곧 자연이 될 것처럼─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동시집 『초작초작 소리도 곱다』는 2010년 첫 동시집 『들국화』 이후 14년 만에 출간하는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 살고 있다. 아이들 속에 우리가 있다. 아이들이 곧 자연이다. 매일 같이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연을 닮아가기를 원한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곧 자연이 될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좀처럼 자연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자세를 낮추고 눈높이를 같이 하려 해도 그것은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웃는다. 그 웃음 속에는 따뜻함이 있다. 내 속을 훤히 보는 것처럼 다가온다.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나는 아이들과 같은 자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 중
시인은 두 번째 동시집의 표제처럼 초작초작 떨어지는 고운 빗소리처럼 아이들의 곁에서 가만가만 아이들에 스며들어 그들의 소리를 마음을 담아내고자 최대한 몸과 마음을 낮게 견지하고 있다. 그 안에서 소란스런 표 하나 없이 꽃이 피듯 자그마한 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_ 아이들이 곧 자연이다
제1부 봄을 여는 시장
꿇어앉았다가 / 징검다리 건너며 / 아파트와 나
초작초작 / 사탕 한 알 / 봄을 여는 시장
비 돋는 소리 / 민들레의 웃음 / 이게 아닌데
병원 가는 길 / 전깃줄 / 벗겨진 패딩
솜꽃 / 수석 / 계단
제2부 고래를 만나면
하늘의 눈 / 나무는 / 고래를 만나면
신호등 / 깨춤 / 태풍
계곡물의 비밀 / 스님 / 하늘에서 보면
빠이빠이 / 패러글라이딩 / 단양 고수동굴
어린 하늘 / 폭
제3부 달리기 선수
자동차 / 옷 / 불빛기둥 / 그림자
토끼풀 / 메아리 / 대추알
해질녘 / 바람아 / 박 / 노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 마트에 가면 / 양푼이 / 비둘기가
제4부 겨울의 숨바꼭질
수족관 물고기 / 겨울의 숨바꼭질 / 눈 덮인 산
이불은 / 별 / 대머리 / 먼지와 우리
여름이 한창 / 버려진 공 / 갯벌에 물이 들면
동이 틀 무렵 / 두부 / 겨울 산
우리 동글이 / 박하사탕
해설_ 아기와 바람의 주름살_공재동
책 속으로
봄
봄
봄
봄을 사 가세요.
바다 냄새
물씬 나는
해초들이 있고
들판에
포릇포릇
새싹이 있고
산에서 자란
향긋한
풀뿌리가 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언니 누나 동생
봄이 시장을 엽니다.
봄
봄
봄
봄을 사 가세요.
--- 「봄을 여는 시장」 중에서
구름이
하늘 가득
엄마!
하늘이 아파요.
하늘에
먼지 가득
엄마!
하늘이 많이 아파요.
엄마!
하늘 데리고
병원 가요.
--- 「병원 가는 길」 중에서
민들레가 만든
솜꽃
보송보송
보기만 해도
따뜻하다.
달을 보고
키운 꿈
해를 보고
키운 꿈
바람에
훨훨 날아
온 세상에
사랑의 말 전한다.
민들레가 만든
솜꽃
--- 「솜꽃」 중에서
하나
둘
셋
계단을 오른다.
조심조심
하나
둘
셋
계단을 내려온다.
조심조심
아가는
바람의 주름살을
밟고 있다.
--- 「계단」 중에서
동해안
고래 떼를
만나러 가자.
푸른 물결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고래를 만나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 보듯
손 내밀어
악수를 하자.
해를 먹고
달을 먹어버린
지난 일들
떠올리며
이제 돌아와
쉬고 있는
고래잡이
우리 아버지의 얼굴을
찾아보자.
--- 「고래를 만나면」 중에서
하늘에서 보면
땅은
구름이겠다.
하늘에서 보면
바다는
파란 하늘이겠다.
하늘에서 보면
산은
초록별이겠다.
하늘에서 보면
집들은
은하수로 보이겠다.
아이들은
천사로 보일 거야,
하늘에서 내려다봐도
--- 「하늘에서 보면」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므로 사람은 한시도 생각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 했으며 ‘생각하는 갈대’라는 너무도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날리는 갈대처럼 사람은 연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여서 야생에서 경쟁하며 살아남기 어렵지만 ‘생각’이라는 무기가 있어 자연을 정복하고 지구 위에 찬란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은 나이를 먹는다. 어린 시절은 생각도 말랑말랑해서 새들이 노래하고 나무는 춤을 춘다. 이것이 바로 동심이다. 나이가 들고 지식과 도리가 쌓이면서 어느덧 생각은 딱딱해지고 동심은 사라진다. 생각의 틀이 굳어지면서 더 이상 새들은 노래하지 않고 나무는 춤추지 않는다. 생각의 틀을 통해 바라보면 새들은 그저 지저귈 뿐이고, 나무는 그냥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생각의 틀을 어려운 말로는 ‘사고방식’ 또는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생각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어도 새로운 감흥이 솟아나지 않는다. 생각의 틀을 깨는 일은 동심을 되찾는 일이다.
아동문학은 동심으로 바라본 세상의 감흥을 노래한 문학이다. 생각의 틀을 깬 어른이 작가이고 독자는 어린이거나 생각의 틀을 깬 어른이다.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 예수님의 말씀처럼 동시도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다운 동심의 세상이다. 동시인 최복자는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오랜 세월 부산에서 글누리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어린이 독서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고마운 선생님이다. 동시집 『초작초작 소리도 곱다』는 2010년 첫 동시집 『들국화』 이후 14년 만에 출간하는 두 번째 동시집이다.
우리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고 있다. 일 년 내내 여름이고 일 년 내내 겨울인 나라를 생각하면 여간 축복받은 것이 아니다. 이 동시집에는 59편의 작품을 사계절로 나누어 고루 나누어 놓았다. 얼른 보면 작품을 굳이 사계절로 나누어야 할 이유는 찾을 수 없지만 동시를 읽다보면 지은이의 의도가 매우 섬세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계절에는 이런 생각이 참 잘 어울리지요’ 지은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공재동 동시인, 시조시인 〈아기와 바람의 주름살〉 해설 중
아이들이 곧 자연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 살고 있다. 아이들 속에 우리가 있다. 아이들이 곧 자연이다. 매일 같이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연을 닮아가기를 원한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곧 자연이 될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좀처럼 자연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자세를 낮추고 눈높이를 같이 하려 해도 그것은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웃는다. 그 웃음 속에는 따뜻함이 있다. 내 속을 훤히 보는 것처럼 다가온다.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나는 아이들과 같은 자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현실 속에서 자연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연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곧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가만히 두면 그렇게 된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자기의 눈높이에 맞추려 해도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원하는 모든 것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어른들도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찾아 나선다. 자연이고 싶고 자연이기를 원한다. 그런 것을 보면 현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은 자연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나를 본다. 나는 아이들을 본다. 아이들이 나를 보듯 나도 아이들을 보려고 애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니 짐작하고 다가간다. 아이들도 나의 입에서 무슨 말이 터져 나올지를 상상하며 눈치를 살핀다. 조금 지나면 그 모든 것이 필요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속내를 드러내고 한바탕 웃는다.
아직 덜 익은 과일이 무슨 맛이 있겠냐고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몸이 어른이라고 다 익었다 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항상 익어가고 있는 모자라는 인간이다. 자연에서 왔고 자연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우리는 익어가는 시간에 있다.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때 아이들은 자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 역시 투명하고 하얗게 다가갈 때 내 속에 자연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관계가 이루어지면 아이들과 나는 한 자연 속에 살게 된다.
그런 가운데 내 눈 속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자연이었다. 들도 산도 바다도 강도 하늘도 모두 그 아이들이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그렇게 아이들이 내뱉는 말들이 글이 되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받아 적었다. 아이들이 하는 말들이 곧 자연의 말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이 되고 싶은 내 생각을 받아 적었다. 그것이 자연의 말일 수도 있다. 자연은 완벽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완벽하면 재미없기 때문이다. 그 말들을 한 곳에 모아보았다. 두 번째 동시집이다. 나로서는 굉장한 작업이다. 모든 사람들이 읽어보고 자기 속에 자라고 있는 자연을 만나기 바란다. 그래서 모두모두 환하게 웃기 바란다. 자연은 항상 우리를 보고 웃는다. 모자라는 작품들을 읽어주시고 해설을 써 주신 공재동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작품집이 나오기까지 애써 주신 모든 분께도 감사드린다.
2024년 여름
최복자
출처 : 초작초작 소리도 곱다 - 예스24 (yes24.com)
첫댓글 동시집 발간을 축하합니다 ☆
동시집 발간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