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철도가 흔들리고 있다. 철도공사화 이후
1년 만에 철도공사 영주본부를 3개 지역으로 나눠 분산 배치하는 조직개편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빠르면 다음달 내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철도공사의 조직개편안은 혁신도시유치실패 이후 불거져 나와 지역민들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고 정치권의 뒤늦은 대책마련과 안이한 대응은 분노마저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스스로 모여 주민의 힘을 하나로 결집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영주시지역혁신협의회는 최근
지역내 사회봉사·시민단체와 잇따라 회의를 갖고 대규모 궐기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또 천여명의 노조원으로 구성된 철도공사 영주지역본부 산하 7개 노조지부도 모임을 갖고 조직 개편안에 대한 반대 투쟁을 결의한 뒤 지사화
추진이 중단될 때까지 시민서명운동과 시민홍보 가두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영주시청, 시의회, 영주시 직장공무원협의회 등을 방문, 철도공사가 추진 중인 조직 개편안의 부당성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 한 뒤 지도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절박한 심정인 것이다.
▶영주역사와 함께한 철도
영주철도는 지난 64년 영주철도국으로 출발해 중앙선, 영동선, 경북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자리매김했다. 안동에 있던 철도국을 당시
국회의원이던 고 김창근 국회의원이 영주로 유치해 왔다.
전국 4개 철도청 중 하나인 '영주지방철도청'으로 오랫동안 이름을 유지했으며 태백지역의 석탄 산업의 호황과 함께 한때 강원도 상권을
영주에서 형성할 정도로 우리지역 경제 발전을 선도해 왔다. 우리 영주의 성장발전은 철도의 흥망성쇠와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도로교통망 발달과 운송수단의 다양화로 인해 2000년 철도청 영주지역사무소로 조직이 축소됐다가 2004년 3월 철도청
영주지역본부로 다시 개명됐고 2005년 1월 철도공사 영주지역본부로 출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본부 산하 직원도 한때 7천여명에 이르렀지만
현재 4천50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철도공사 영주지역본부 조직개편안은?
철도공사 영주지역본부 3개지역 분리 조직개편안은 우리지역 도의원인 우성호 의원이 12월 중순 혁신도시 최종후보지 결정을 하루 앞두고
지방일간지에 공개하면서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우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영주지역본부를 해체하고 이 일대 철도를 경북 중·서·북부권, 충북 북부권, 강원 남부 및
동해권으로 나누어 영주, 충북 제천, 강원 동해 등 3개 지사로, 대전지역본부는 김천 관리역을 일반역으로 격하시키고 대전과 천안 등 2개 지사로
묶는 것으로 돼 있다.
이같은 사실에 지역지도층은 물론 지역민들조차도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오랜 동안 전통있는 철도도시의 명성을 누려왔는데 하루아침에 분리가
되겠느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천지역 국회의원은 철도공사 이철 사장을 직접 만나 제천지사 설립을 더욱 구체화했고 지난 3일 영주시가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서 철도공사는 "기업형 조직구조 및 운영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단계별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본부 등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해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나게 됐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철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 의원은 "전남·북을 관리하는 순천본부(산하 순천·광주·익산관리역)는 이번 개편에서 명칭만 바뀔 뿐 기능과 관리지역은 거의 그대로다.
하지만 영주는 지사로 격하돼 철도개편의 최대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2003년 현재 철도공사 영주지역본부와 관련한 영주소재 직접 인력은 1천430명이고, 연간 집행예산은 총 3천320억원이다. 이 중
인건비가 1천914억원, 기타경상예산이 745억원, 사업예산이 661억원이다.
비록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개통 등 교통망의 발달로 철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만 영주시청 산하 전체 공무원수가
924명이고, 영주시의 2003년 총예산규모가 2천614억원임을 감안한다면 철도가 우리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지역의 한 언론 분석에 의하면 영주가 본부에서 지사로 격하되면 경북 북부권은 당장 2천여 명 이상의 철도 종사원들이 타 도로 전출, 가족
포함 6천~1만 명의 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지역 인구가 지난 연말 현재 2천240명이 줄어 12만명 선이 무너진 11만 9천668명(외국인 570명 포함)이고 보면 철도
조직개편에 따른 전출로 인해 인구 10만명 선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인구가 줄면 세수는 물론 국고 보조금도 줄어든다.
또 3천300억 원이 넘는 연간 예산도 지사별로 쪼개지는 데다 우리지역에 풀어오던 철도 직원들의 급여, 세금 등 매월 100억 원 가량이
지금의 30% 이하로 줄어들게 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금융권의 위축은 말할 것도 없다.
철도노조 김주만 영주차량 지부장은 "공공성 측면보다 수익적 구조로 개편되는 이번 조직개편은 화물 물동량이 많은 제천과 동해지역으로 귀속돼
영주지역은 수익이 거의 없게 돼 조직축소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내에 위치한 철도전문학원에 가면 철도공무원을 꿈꾸는 학원생들이 많다. 힘들고 고되지만 안정된 직장이라는 이유 때문에 전국에서 젊은 외지
학생들이 우리지역으로 몰려오고 있다.
우리지역의 두 대학에도 이미 철도 관련학과를 개설해 신입생들의 커다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 학생들은 직접 기관차 사무소를 방문해
현장실습도 받고 있다. 이처럼 철도는 우리지역의 경제는 물론 문화, 교육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상황이어서 철도조직개편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도조직개편 대응은 왜 늦었나?
사실 철도공사의 조직개편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철도청이 2005년 1월 공사화되면서 수익적 측면을 강조해왔고 조속히 추진돼야할 철도
복선화사업은 장기사업으로 분류돼(2015년까지 영주구간 계획은 없음) 고속철도나 도로와의 경쟁력에 점차 밀려나 현재의 조직 체제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철도시설건설부문을 맡은「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4년 1월 7일 공식 출범하면서 수도권본부, 충청본부, 호남본부, 영남본부, 강원본부
등 전국에 5개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데, 영남지역본부는 부산에, 강원지역본부는 원주에 소재하고 있다. 이때 영주 등 북부권의 철도시설
건설업무는 이미 원주로 옮겨간 것이다.
우성호 의원은 2004년 1월 '영주철도는 죽었는가'란 본지 기고를 통해 철도운영부문을 맡은 한국철도공사가 영주역의 화물물동량이 제천역의
5분의1 미만이기 때문에 지역본부를 영주에서 제천으로 옮기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주관리역의 여객화물 물동량을 보면 2003년을 기준으로 화물은 영주 366만톤, 제천 1천858만톤이고, 여객은 영주 155만명, 제천
128만명으로 영주가 화물부문에서 제천의 5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 의원은 "제천지역 유력인사들은 암암리 '영주지역본부'를 영주에서 제천으로 옮기려는 범시민운동차원의 추진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해 실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며 지역사회지도층의 관심을 촉구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2년 전 이맘때의 우려가 바로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대안은 없나?...조직 축소보다 철도복선화 등 투자부터
하라
시설투자가 따르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주-서울 간 소통시간이 버스로 2시간 30분 이내인데 기차로는 3시간 30분
걸린다. 당연히 철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철도가 위축되면 철도도시인 영주의 위상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중앙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인근 예천 공항이 폐쇄됐고, 머지않아 개항할 울진공항도 36번국도의 4차선 확장사업이 완료되면 역시 존폐의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교통혁명 속에서 철도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에 상응한 시설투자가 따라야 한다. 관광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연탄사용의 증가로
화물수송량도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철도의 시설투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기존철도 선형개선, 전철화, 중앙선 복선화 등의 시설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철도교통의 고속화. 안전화와 함께 경쟁력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영주 등 북부지역을 찾는 관광객 300만시대에 영주-서울 간 철도교통 시간이 2시간 30분 이내로 단축된다면 영주 철도의 활성화, 그를 통한
영주의 활성화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권영창 시장은 "중부내륙인 강원지역 관광지와 경북북부 유불문화권 관광객의 급증하고 있는데다 영동선의 태백권과 경북선의 문경권역 석탄물류
수송량 증가하고 있다"며 철도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시장은 "중부내륙권 광역개발계획 확정돼 영주를 중심으로 한 경북북부지역의 발전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당장의 경제논리 보다는 미래의
국가발전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철도조직을 그대로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주시 지역혁신협의회 김재흥 의장(시의원)은 "수익적 측면만 따져서 균형발전을 논하는 것은 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에도 배치되는 것이고 지방
죽이기와 다름없다"며 "장기적인 계획하에 철도부문의 투자가 확대돼 조직축소가 아닌 활성화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철도노동조합 김주만 영주차량지부장은 "반세기 동안 중앙선에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제 와서 추진 중인 조직개편은 공공성을
외면한 일방적인 수익적 구조개편"이라고 단정한 뒤 "오는 2월 정기임단협 때 본사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원만히 타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강한 반대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