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모든 건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니 나와
달리기의 만남도 그러했다.
1999년 6월 그때 나는 만 39세였고 1년이 지나면
만 40이 되어 중년의 나이로 접어드는 시기였다.
만 39세까지의 나의 삶은 그냥 되는대로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20대는 대학공부와 공직생활을 했고
30대에는 학원사업을 하면서 나름 취미 생활을 열심히
즐겼던 기억이 있다.
그 취미들이란, 전국에 있는 산들을 열심히 다니는 것,
전국에 있는 섬들을 열심히 다니는 것. 그리고 조기축구회.
테니스, 농구등등의 운동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더불어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유흥에 빠져서 지낸 날들도
적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99년 유월 어느 날, 친구 3명과 함께 가평의 펜션으로
놀러 갔었다. 거기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술잔을
부딪치면서 웃고 떠들며 놀다가, 한 친구가 "우리 네 명이 달리기
시합을 해서 꼴찌를 한 친구가 2차를 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에 모두 동의를 했고 그렇게 1km 정도 되는 거리를
왕복하는 2km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됐다.
나는 그때 몸무게가 90 킬로그램에 육박했으며 키도 182센티미터
인지라 큰 키에 그 몸무게로 달리기를 한다는 게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고,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한 덕에
2등을 할 수 있었다. 되돌아보니 그 친구들의 체력도 형편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앞으로 달리기를 좀 해서 살을 좀 빼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약 3km 정도 되는
거리를 2개월 정도 달리게 되었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도 가볍게 느껴져서
달리기가 나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달렸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일반인들이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마라톤 용어마저도 생소한 시대였다. 그리고 마라톤 대회도
선수들만 나가는 줄 알고 마라톤을 달린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나고 무더운 7월 어느 날 신문에서 작은 광고를
하나 보게 되었다. 하남 미사리 공원에서 개최되는 10km 달리기
대회. 참가자격은 아무나 할 수 있었고, 참가 방법은 전화나 팩스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전화를 걸어 접수를 했다.
대회일은 8월 15일 광복절이었던 것 같다. 일단 접수를 했으니
열심히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에 나름 열심히 달리기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대회에 참가를 하게 되었다.
첫 달리기 대회 참가. 아내와 초등학생인 딸과 함께 대회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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