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킨테스 키즈월드를 다녀와서
이미나
오늘은 다른 날 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행선지가 일산인만큼 오고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하여 아침 이른 시간 기차표를 끊었기 때문이다. 유아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놀이기구 시설이 잘되어 있어 두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의 망설임 없이 일산 상상체험 키즈월드 입장권을 예매한 것이다.
하지만 낚시가 취미인 남편은 아빠의 역할을 어머니께 미루는 것은 이미 예사가 되어 버려 허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행복은 조그마한 것에 감사함으로써 다가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동행해 주시는 어머니의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다.
더군다나 홍성에서 기차로 영등포역에 도착하여 일산까지 차로 30여 분 들어가야 하는데, 서울에 사시는 큰 시아주버니께서 역에서부터 차로 태워다주시고 다시 일산에서 일정이 끝나는 대로 영등포역까지 태워다주시기까지 하신다고 하셔서 편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일단 서둘러 아이들 아침 식사를 하고 준비를 한 뒤 급하게 남편차로 어머니 댁에 들러 어머니와 홍성역에 도착하였다. 상행선 열차 플랫폼에 서서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안전을 위해 기차가 들어오는 플랫폼 노란 선 안으로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과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것이니 엄마와 할머니 손을 잡고 이동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이윽고 기차가 들어오고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예원이와 규원이가 여행을 가는 들뜬 마음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떠드는지라 겨우 20여 분 지나자마자 밖에 통로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에 일어서거나 벽에 기대어 앉아야 하는 불편함에도 아랑곳없이 규원이는 여전히 신이 나서 재잘 거린다. 그러면 누나인 예원이도 옆에서 덩달아 장단을 맞추어 떠들어 댄다. 정말 못 말리는 남매다.
그렇게 2시간 남짓 기차를 타고 드디어 영등포역에 도착하여 내리자 역 출구까지 마중 나온 시아주버니는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건네신다. 누가 봐도 자상한 큰아버지임이 틀림없다. 영등포역에서 이것저것 먹거리가 즐비해 있자 모처럼 만에 나들이니 기분 전환도 시켜 줄 겸 시아주버니는 꼬치 어묵을 사서 손에 안겨준다. 어머니도 시장기가 있으셨는지 맛있게 드셨다. 입에 어묵을 가뜩 베어 물며 아이들은 큰아빠의 승용차에 타고 높이 솟아오른 빌딩들과 건물들을 보며 도시의 정취를 느껴본다. 아이들도 단출한 시골에만 있다가 도시의 번화가를 보니 생동감을 느끼며 한껏 신이 났다.
그렇게 약 35분가량을 타고 가니 이윽고 목적지인 일산 킨테스 키즈월드에 도착했다. 우리는 표를 발권한 뒤 키즈월드로 들어섰고 시아주버니는 놀이를 다 마치고 연락하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나셨다. 어머니께서도 큰 규모와 시설에 놀라셨겠지만, 예원이, 규원이도 놀이동산 못지 않은 크기에 입이 딱 벌어졌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 지라 돗자리 깔 자리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짐을 풀고 우선 이른 점심을 먹었다. 매장에 가서 메뉴를 보니 떡볶이, 꼬치 어묵,김밥, 컵라면, 소시지, 핫도그 등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었다. 그 많은 메뉴 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와 회오리 모양의 감자튀김, 또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제육 볶음밥 등을 주문하여 가져왔다. 식사하면서도 아이들은 잠시 후에 타며 즐길 놀이기구들을 두리번거리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맛난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원이는 겁이 많아 천천히 움직이거나 낮게 날아다니는 놀이기구를 탔고 규원이는 좀 더 빠르고 높이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선호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예원이를 어머니가 규원이를 따로 데리고 다녔다. 그래도 킨텍스 키즈월드에 에어바운스 놀이기구는 둘 다 좋아하였다. 에어바운스를 타는 입구에서 입장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일정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5분 정도 놀고 나면 퇴장시키고 또 다음 아이들을 들여보내는 식으로 운영이 되었다. 예원이, 규원이 순서가 되자, 긴 에어바운스를 여러 차례 올라타 왕복하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낚시 존이라는 곳에도 들렸는데 물속에 수많은 플라스틱 물고기가 있어서 낚싯대 끝에 자석에 붙어 낚아올리는 묘미도 쏠쏠하였다. 또한 수중 다람쥐 통이라는 놀이기구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구였다. 그래서 대기 줄이 길고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순서가 되자 예원이와 규원이가 물 위에 거대한 투명 튜브에 들어가서 손으로 굴리고 보조요원들이 순서대로 다람쥐 통을 돌려주며 놀이가 진행되었다. 튜브가 움직이며 굴러갈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도 수 중에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보트를 타고 손으로 직접 페달을 굴려 움직이는 수동 보트 두 종류를 타며 즐거움을 더 하였다.
그곳에서 조금 더 지나다 보면 그 역시 인기가 많아서 줄이 길었던 안전 체험 코너가 있었다.
거기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예원이와 규원이에게 체험 해 보기를 권유하였다. 아이들은 우선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외나무다리, 흔들다리 등 여러 가지 모험을 하는 놀이를 하였다.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을 보니 꽤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놀이기구옆 자이언트 드롭 앞에서 멈칫하는 예원이에게 일년에 한 두 번 밖에 못 오는 곳이니 후회 없이 즐겨 보자며 어머니가 설득을 시작하셨다. 그러자 예원이가 조금씩 수긍하였고 더욱 용기를 북 뒀어주자 미니 바이킹, 회전 그네와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회전하는 놀이기구까지 규원이와 함께 타기 시작했다. 나는 기구가 내려오면서 내 앞에서 스쳐 지나갈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장면을 포착하여 휴대전화로 촬영하였다.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조금은 무서워했지만, 그만큼의 스릴도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 싶어서 연신 괜찮다며 격려도 해 주고 더욱 신나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또한 스윙처럼 회전하며 올라가는 놀이기구는 나와 어머니까지 넷이 탑승하여 보기도 하였고 연이어 미니관람차도 타 보고 돌아가는 햄버거 모양의 놀이기구도 타 보았다. 그 밖에도 스크린 안에 새를 맞추면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과 경주용 차를 운전해 보기도 하고 튜브 모양의 썰매를 타고 경사진 곳에서 내려오기도 하였다. 그렇게 여러 놀이기구를 타고 나니 아이들이 지친 모양인지 다시 돗자리 있는 곳으로 와서 쉬길 원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예정된 시간도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는 매점에서 조그만 구슬모양으로 이루어진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서 먹으며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서둘러 지하 주차장에 나왔고 시아주버니의 차를 탔다. 아직도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내년에도 일산 킨텍스에 와 오늘처럼 많은 놀이기구를 타자며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하였다. 영등포역까지 와서 기차로 홍성역까지 오면서도 아이들은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와 볼거리를 누렸다는 뿌듯함인지 신나게 떠들었다. 아이들에게 다시금 다가올 내년의 이 시간을 기약해 보고 오늘 추억만들기 대작전 성공! 하고 엄지손가락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리고 피곤해 쉬시는 어머니에게 감사인사를 운전해 주신 시아주버니에게도 감사의 문자를 드렸다. 얼마 있으면 홍성역에 당도해 있을 남편에게 재잘거릴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자, 열차는 더욱 속도를 내어 내달음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