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한 그릇
3세기경 중국의 <차오> 왕은 그의 아들 <타이>를 <판쿠> 스승에게 보내 배우도록 하였다.
왕자를 왕으로 키우기 위해 스승은 왕자를 혼자 밍리라는 숲으로 보냈고,
그 숲에서 나는 소리를 1년 동안 듣고 들은 소리를 서로 설명하기로 했다.
<타이> 왕자는 숲에서 나는 소리를 1년 동안 열심히 들었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뻐꾸기 울음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소리,
벌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귀꾸라미 울음소리, 풀 위에서 들려오는 빗소리,
벌들이 윙윙 거리는 소리, 그리고 하늘이 고함치는 천둥소리.....
1년 후 왕자는 스승에게 들은 소리를 열심히 설명하였더니
이를 다 들은 스승은 “왕자님 다시 한 번 1년 동안 소리를 더 들어 주세요” 하였다.
더 들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왕자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다시 숲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낮과 밤을 씨름하였지만
스승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뿐 달리 더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들리던 소리와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들리는 분별해 내기 어려운 소리지만 분명히 다른 소리였다.
그 소리는 점점 선명하게 와 닿았다. 새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년 후 다시 만난 <판쿠>스승에게 <타이>왕자는 들은 소리를 공손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꽃이 피는 소리, 태양이 대지를 밝히는 소리, 풀잎이 아침 이슬을 마시는 소리,
땅 속에서 씨앗이 발아하는 소리, 아무리 밟고 또 밟아도 다 수용하는 산의 소리,
뉘게나 희망을 주는 무지개 소리, 새가 새끼를 보살피는 사랑의 본능.......
이를 조용히 들은 스승은 “이제는 제가 더 가르쳐 드릴 것이 없습니다.
백성들로부터 들리는 소리와 들리지 않는 소리를 다 들으시면
훌륭한 통치자가 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새벽 나는 “소자에게 줄 냉수 한 그릇이 나에게 없음을
소리 없는 소리로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를 위한 것은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소자를 위한 냉수는 한 그릇도 없음에 울었다.
그리고는 형편없이 부족한 종이 그런 음성을 듣게 하심이 얼마나 감사, 감사한지....
나는 게으르게 겨우 다가갔는데 주님께서는 “어서 오너라” 하시며
나를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을 주는 사람으로 쓰겠다 하신다.
우리 장모님의 허름한 헝겊 가방에는 없는 것이 없다.
사탕도 들어 있고 판피린, 대일밴드, 멀미약, 낡은 성경.....
뭘 이런 것들을 무겁게 가지고 다니시느냐 물으면
“그래도 갖고 다니마 다 필요한 사람들이 있더라”고 하신다.
어린 아이들에게 줄 사탕, 기침하는 사람에게는 판피린,
상처 난 사람에게 붙여줄 밴드, 멀미약도 본인이 쓰실 것은 아니고
다 함께 있는 소자들에게 줄 냉수 한 그릇들이다.
가난한 목자님에게 드릴 냉수는 따로 지니고 계신다.
이 시간 어머님께 다가가 그 기도소리를 듣고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툭박진 소리는
다가가야 들을 수 있다.
- 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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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의님
은혜로운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다른 사람들 위해 별의별 것 다 챙겨갖고 다니시는 장모님의 허름한 헝겊가방이 그 어느 명품가방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저도 남을 시원케하는 냉수 한그릇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은혜로운 글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