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구나무 선 한국 경제와 사회
▶ 한국의 미래를 우울하게 하는 저출산 고령화=한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고 2019년에는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한다. 그리고 불과 7년 뒤인 2026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다.
고령화의 속도도 선진국보다 빠르다. 고령인구 비율이 7%에서 20%로 증가하는 데 걸린 기간을 비교해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프랑스 156년, 영국 92년, 미국 86년, 이탈리아와 독일 각 80년, 일본 36년…… 우리나라는 26년에 불과하다.
▶ 경제성장 신화의 붕괴=성장 동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는 경쟁력 있는 제품이나 산업을 어떻게 만들고 육성할 것인가 하는 산출물(output) 중심시각에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생산의 투입요소(input) 시각에서의 성장 동력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 노인들이 대통령을 결정한다=총 선거권자 중 50세 이상의 비율이 97년에 27%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 38%, 2020년 4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자의 투표율이 젊은층에 비해 높은 것을 고려하면 2010년 이후에는 20∼30대가 투표 결과를 좌우하는 게 아니라 노인들이 좌우할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의 파워증대로 세대간 전쟁이 발생하고 국민연금 제도의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 균형을 잃어가는 사회=농촌인구는 총 인구의 9% 수준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고령화율이 14%를 넘어선 지역도 있다. 이는 농업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신부의 부족 현상이 2011년에 최고점에 이르러 남자 10명당 2.2명이 신부를 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로 따져보면 2003년 현재 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주 결혼 연령층 (남 26∼30세, 여 24∼28세)에 도달할 때이다. 출산율 1.17로 인하여 4명의 조부모와 2명의 부모가 한 아이에게 매달리고 떠받드는 '4-2-1 증후군'이 생기고 있다.
▶ 아무도 돌보아 주지 않는 개인의 미래=『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럭낵'이라는 나라의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스트럴드블럭'이 시사하는 바는 오래 살 수 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2. 새로 그려지는 지구의 미래
▶ 변화하는 세계 경제 안보지도=『문명의 충돌』저자 헌팅턴 교수는 2025년경이 되면 세계의 이슬람 인구수가 기독교 인구수를 추월하게 되어 기독교를 상징하는 서구와의 충돌 및 종교 갈등이 심화되고 극심한 지역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슬람인구 증가는 일부다처제와 산아제한을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선진국의 인구감소 및 고령화는 세계질서에 있어서 선진국의 역할과 국경을 넘어선 위기에의 대응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상대적으로 유리한 인구조건의 미국=미국의 경우 고령화율이 7%를 넘어선 1945년 이래 60년 가까이 고령화 사회를 경험했다. 또 이민자 유입 등 상대적으로 젊은 미국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인의 평균연령은 40세로 이탈리아(52세), 독일(47세)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젊은 미국의 파워는 향후 엄청난 국가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0년을 전후로 미국경제의 구조적인 약점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은퇴연령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인구 감소 사회의 새로운 실험장 유럽=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2050년까지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일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지속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상징되어 오던 유럽의 복지제도를 축소지향으로 선회시키고 있다.
▶ 13억 인구는 중국의 희망이자 절망=세계인구의 20%를 웃도는 13억 중국인구는 중국의 희망인 동시에 절망이다. 2030년경에는 거대한 중국이 식량 수입국으로 변할 것이다. 중국의 식량문제가 세계 전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성공적인 산아제한과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머지않아 중국남성의 결혼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또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등 4명의 조부모와 2명의 부모가 한 아이를 떠받드는 4-2-1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1에 해당하는 '소황제'들이 생산연령 인구에 진입했을 즈음에는 거꾸로 4명의 조부모와 2명의 부모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
▶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일본=일본은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는 과거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일본은 2000년 현재 남성의 평균수명이 77.6세, 여성이 84.6세로 세계최고의 장수나라이다. 지난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뿐만 아니라, 향후 어두운 미래의 원인에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늙은 일본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씀씀이를 줄이자 소비침체, 경영악화, 실업증가, 소비축소 등의 연쇄적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3. 지속 가능한 성장 및 사회로의 전환
▶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및 사회를 위한 대안=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및 사회를 위해서는 인구의 양적 확충과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인구의 양적인 확대'를 통한 노동력의 확충 방안으로는 출산장려, 여성 및 고령인력의 활용, 이민의 확대를 들 수 있고 '인구의 질적인 향상'을 통한 생산성 제고 방안으로는 시장원리에 따른 경제운용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꼽을 수 있다.
▶ 출산 장려는 시기상조가 아니다=출산 장려책을 실시하더라도 실제 출산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서둘러야 한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에서 보는 것처럼 인구는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산율 증가는 아이를 편하게 낳고 키울만한 여건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육아는 가정과 동시에 사회의 몫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고령 및 여성인력의 활용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고령근로자에 대한 대안적 고용형태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하고 '점진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가교 고용(bridge-employment)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 가교 고용시스템의 대표적인 예인 '임금 피크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임금 피크제를 어느 시점부터 도입할 것인지, 근로자의 생산성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와 고령근로자 스스로 및 사회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육시설 확충이 관건이다. 특히 중하위층 부부들을 위한 보육시설 확대는 빈부격차를 축소시키면서 인력공급 증가를 가져오는 일석이조의 방안이 될 수 있다.
▶ 모자이크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인력의 수입이 필요하다. 국내 축구감독이 히딩크 감독과 경쟁하고, 일본의 최고 경영자들이 닛산의 곤 사장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상품과 달리 인력의 이동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너무 늦기 전에 이민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아름다운 모자이크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인구의 질적 향상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한다=인력을 생산성 높은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운용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경제주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본 방안은 서비스와 물품의 '고객 지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좋은 책을 값싸게 제공하는 것보다 우선 밥을 줘야 한다. 서비스와 물품의 생산성 향상 지표도 공급자 시각에서 설정된 내부지표가 아니라 고객만족도라는 외부지표를 활용해야 한다. 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요자중심의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순수학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문의 실사구시를 추구해야 한다.
▶ 노인 의료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는 사후 치료와 더불어 사전 예방이 강조되어야 한다. 노인 의료비 부담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은 사회보장기능을 위한 공동 의료부담으로 적립시키고, 나머지 부분은 의료저축계좌에 적립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 연금신화에 대한 기대배반죄를 막아야 한다=지금의 국민연금 제도는 파산이라는 시한폭탄을 지닌 채 너무 많은 승객을 싣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지속가능한 연금구조를 이루면서 효율성과 공평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기본 연금과 민영 연금의 이중 연금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기본 연금을 통해 모든 국민이 노후에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상의 연금지급을 원하는 국민은 민영 연금을 통하는 방안이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영화 비용도 적을 것이다. 이처럼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함으로써 시장실패와 정부실패의 두 가지 병폐를 치유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내미는 진단서와 처방전은 사려 깊고 효과적이다. 이제 우리의 노후와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거기에 대한 작전의 밑그림은 설계됐다. 남은 것은 행동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계는 째깍째깍 가고 있다. 우리 개개인의 옆구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양극단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시한폭탄의 뇌관을 한시 바삐 제거해야 한다.
-이재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