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 전망이 내년 1분기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노바백스(Novavax)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인도에서 생산되는 '코보박스'(Covovax) 백신이 17일 WHO의 긴급 사용 목록에 올랐다. WHO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9번째 백신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WHO는 17일 "인도 세럼(혈청)연구소(Serum Institute of India)에서 제조한 '코보박스'가 저소득 국가에서 사용될 수 있는 유용한 백신의 하나"라며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WHO, 코보박스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 승인/얀덱스캡처
마리안젤라 시마오 WHO 사무차장은 이날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백신은 심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서 인체를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라며 "'코보박스'는 저소득 국가에서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시마오 차장은 "41개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아직 전제 인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98개국이 백신 접종률 40%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며 "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 백신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방 백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이 겨냥해온 저개발국가의 백신 시장을 '코보박스'에게 선수를 빼앗긴 형국이다. 러시아로서는 아쉽게 됐다.
WHO의 승인을 받은 백신은 지금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박, 인도의 코박신과 코비실드 등 모두 8개였다. '코보박스'의 승인으로 인도에서만 3개의 백신이 WHO 검증을 통과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중화항체의 활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생물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중(성)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가리킨다. 중화항체 활성도는 백신의 효능을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로 쓰인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라이드 백신/현지 TV채널 NTV 영상 캡처
그러나 러시아 측은 이 연구 결과에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분석에 사용된 (접종자) 표준혈청의 사용 여부를 문제삼고, 자신들의 연구 결과로 반박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항체 치료제 회사인 '휴맙스바이오메드' 연구팀과 미국의 워싱턴대학이 진행한 6가지 백신의 '오미크론' 변이 반응에 관한 연구 결과가 17일 알려졌다. 이 연구는 기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들의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으로,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연구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을 2회 접종한 시험 대상자 11명 모두에게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항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중국 시노팜은 13명 중 3명, 미국의 얀센은 12명 중 1명에게서 중화항체가 활성화됐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오미크론'에 대한 중화항체 활성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할 때 중화항체 반응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RDIF:스푸트니크V,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높은 바이러스 중화활성화 반응 나타내/얀덱스 캡처
이 소식이 전해지자,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및 유통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17일 '가말레야 센터'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추가접종(부스터샷)으로 '오미크론' 중화항체가 100%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RDIF 측은 또 "스푸트니크 라이트를 재접종할 경우, '오미크론'에 대한 효능이 80%이상"이라며 "면역 수준은 부스터샷 접종 후 2~3개월 동안 높게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백신 접종자들의 혈액에서 샘플을 채취해, '오미크론' 감염시 중화항체의 수준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같이 상반된 연구 결과들은 아직 단편적인 것들로, 곧바로 보편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솔직히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제조사들의 신경전 정도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골리코바 부총리: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러시아 백신들의 효능은 연말까지 평가된다/얀덱스 캡처
실제로 러시아 정부의 코로나 방역 담당 타티아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17일 '스푸트니크V' 등 러시아 백신들은 '오미크론' 변이를 대상으로 효능을 시험하고 있으며, 이 연구는 앞으로 최대 2~3주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야 연말께나 연구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가장 먼저 결과를 발표하는 곳은 역시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로 예상됐다.
스푸트니크V의 '오미크론' 방어 효능과는 별도로,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그리스 등으로 나가는 러시아의 '백신 관광객'은 새해 들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에서 '백신 패스'를 받을 수 있는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다. 크로아티아에서는 거의 모든 서방 백신을 예약없이 접종 가능하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백신 접종 대기 행렬/현지 TV채널 NTV 영상 캡처
러시아여행산업협회측은 한달 평균 3천~5천명의 백신 여행객이 내년에는 1만명으로 들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러시아와 유럽간의 '백신 패스' 상호 인정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러시아가 해외서 접종한 백신에 대해서도 '백신 패스'를 인정해 주기로 정책을 바꿨으며 △그리스 등 관광대국들이 스푸트니크V 접종자들에게 현지서 부스터샷 접종과 동시에 유럽 '백신 패스'를 발급해 주기로 한 정책 등이 꼽힌다.
이 협회의 드미트리 고린 부회장은 “스푸트니크V 접종자들은 12월부터 그리스에서 화이자 부스터샷 접종만으로 유럽의 '백신 패스'를 받을 수 있다"며 "가족과의 만남이나 사업차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백신 관광'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겨울 스키 시즌도 '백신 관광'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스키 관광객을 받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백신 패스'가 있을 경우, 입국시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러시아인들은 일단 스푸트니크V 접종으로 '백신 패스'를 받은 뒤 유럽에서 '부스터샷'으로 유럽 '백신 패스'를 얻는 기회를 '백신 관광'에서 찾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