寬 容 (너그러울 관/ 받아들일 용)
- 진실이란 구호 아래 인격권과 寬容의 마음이 무시되서야 -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 보고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의혹과 충격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생명윤리와 진실을 앞세워 조사 과정은 물론 이제까지의 논란에서 개인의 인격권과 사랑, 寬容의 마음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진실은 소중한 것이며,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시켜주는 힘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실이 과연 어떤 성격의 것이어야 하는 데 있다. 오로지 眞僞(진위)만을 분별하는 2진법 방식의 과학적 진실 못지 않게, 인간이 지니고 있는 욕망과 질투, 집단간의 암투와 이권의 향배 등까지 고려해야만 할 인간적 진실 역시 소중하다. 법정에서 정상참작을 하거나 정당방위를 인정해주고, 재판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를 조사와 심판 과정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제척사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학적 진실의 모남으로 인한 빈 공간을 寬容의 마음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는데, 그 寬容의 마음가짐을 잘 나타내는 것이 推己恕人(추기서인)이란 말이다. 이는 자기 자신의 처지와 마음을 미루어 남을 용서하라는 것이니,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의 가르침이나 불교의 慈悲心(자비심)과 통하는 말이다.
宋(송)의 李杞(이기)가 쓴 [用易詳解](용역상해)라는 책에 “성인의 다스림은 寬容과 威嚴(위엄)이 병용되는 때문에, 능히 천하를 교화시켜 덕을 이룬다”는 구절이 있다. 너그럽기만 하면 백성의 마음이 이완되고 엄하기만 하면 민심이 이반되므로, 치우침의 폐단을 막아 천하를 화평하게 하고 민생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곧 성인의 다스림이란 뜻이다.
이렇듯이 너그럽게 감싸주는 것이 寬이다. 寬에는 ‘놓아주다’는 뜻도 있는데, 여기에서 놓아준다는 것은 죄를 묻지 않고 용서한다는 뜻이다. 용서를 뜻하는 寬假(관가)와 寬赦(관사)의 寬이 그러하다. [書經](서경)에 나오는 구절인 ‘代虐以寬’(대학이관; 잔학함을 사랑으로 대신하다)에서처럼, 寬에는 ‘사랑하다’는 뜻도 있다. 이렇게 마음이 너그럽고 태도가 점잖아 사람들의 위에 설만한 사람을 일러 寬厚長者(관후장자)라고 한다.
寬容을 베풀고 威嚴을 세움에 있어서는 공평성과 일관성이 생명이다. 이것은 진실을 규명함에 있어서의 절대적 前提條件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