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in court: Smart enough to die? "미국 대법원은 2002년 '아무리 중죄를 저지를 사람일지라도, 법의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사형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제 과학은 지적 장애의 측정 방법을 놓고 법원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IQ) 순둥이 프레디 리 홀은 친구들과 노름 하기를 좋아했다. 물론 번번이 돈을 잃기는 하지만, 어쩌다 -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으로 - 돈을 따는 경우, 그는 못말리는 기분파가 되었다. 이 경우 그는 딴 돈에다가 자신의 밑천까지 얹어 친구들에게 되돌려 줬는데, 그의 돈은 플로리다의 시골에서 과일 줍기 아르바이트를 하여 번 '피 같은 돈'이었다. 친구들의 칭찬을 받으면, 그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싱글벙글 웃었다.
홀은 플로리다주 웹스터의 가난한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열여섯 명의 형제와 누이들 사이에 끼어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자랐는데, 형제자매들은 모두 그보다 지능지수가 높았다. 홀이 말끼를 못 알아들을 때마다, 어머니는 그를 사정없이 두드려 팼다. 그래서 그런지, 홀은 말을 더듬고 글을 읽지 못했으며, 어둠을 두려워했다. 그는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었다. "내 동생은 신체적으로는 성숙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린애다. 나는 그를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해 주고 싶었다"라고 그의 누이 다이애나는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외부 세계가 홀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1978년 그는 친구 맥 러핀과 함께 편의점을 털기로 모의했다. 그러려면 먼저 승용차가 필요했으므로, 그들은 스물한 살의 임신부 캐롤 허스트를 위협하여 숲속으로 차를 몰게 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그녀를 강간하고 살해했다. 두 사람 중 한 명(범인이 누군지는 확실치 않다)은 나중에 副보안관(sheriff's deputy)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두 사람은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고, 특수 살인죄가 인정되어 사형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홀을 주범으로 단정하고, 러핀에게는 종신형을, 홀에게는 사형을 언도했다.
그 후 35년 동안, 홀의 변호인은 사형을 종신형으로 낮추기 위해 항소를 거듭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마침내 2014년 5월, 35년간의 끈질긴 항소 끝에, 변호사는 홀을 법정에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분명히 말해 두지만, 홀이 살인범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플로리다주 법원이 IQ 검사 하나만을 이용하여 홀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는 것이 옳은가?"라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IQ 검사는 정확하지 않으므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커트라인(bright line)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홀의 변호인은 이번 재판에서 "미국의 많은 주(州)들이 (오늘날의 과학연구 결과를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낡은 기준을 이용하여 피고인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따질 예정이다. 2002년의 미 대법원 판례를 보면, 지적 장애자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적 장애를 판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은 주들이 IQ를 그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10개 주에서는 IQ가 70 이상인 피고인에게는 무조건 지적 능력을 인정하여 사형 판결이 가능하다고 간주하고 있는데, 플로리다주는 바로 이 10개 주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홀의 IQ는 60~80을 왔다갔다 하는데, 많은 주에서는 이런 경우 사형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참고로, 홀의 재판기록에 첨부된 의사의 소견을 보면, "피고는 과거에 정신지체자였고, 현재도 정신지체자이며,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에도 정신지체자로 살아갈 것으로 사료된다"고 쓰여 있다.
이번 재판에서 고려할 사항들은 엄청나게 많다. 한 논문에 의하면, 미국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사형수 3,100명 중 20%가 얼마간의 지적 장애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R. Coyne and L. Entzeroth Geo. J. Fighting Pov. 3, 40; 1996). 따라서 홀이 이번 재판에서 감형을 받는 데 성공할 경우, 수백 건의 항소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재판에서 대법원이 좀 더 폭넓은 기준을 적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 심리학회(APA)와 미국 지적·발달장애협회(AAIDD)를 비롯한 전문단체들은 작년 말 제출한 탄원서에서 "지능(intelligence)에 관한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하여 피의자의 지적 능력을 판별하는 새로운 법적 기준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에 의하면, 새로운 지능의 개념에는 학습능력, 문제해결능력, 타인과의 관계, 사회적 기능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한다.
(1) 앳킨스 기준
IQ의 법적 역할에 대한 혼란은 2002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버지니아 출신의 대릴 앳킨스라는 사형수는 감형을 받기 위해 대법원에 항소했다. 그는 1996년 공범과 함께 살인범으로 체포됐는데, 증인은 아무도 없었다. 공범은 검사와 타협하여 '앳킨스가 총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앳킨스는 IQ가 59였기 때문에, 그의 변호사는 감형을 예상하며 의기양양하게 대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나 법적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처형하는 것은 잔인하고 이례적이인 일이다"라고 판시하고, 사건을 버지니아주 법원으로 환송했다. 이에 버지니아주 법원은 앳킨스를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또한 대법원은 "AAIDD와 같은 전문기관이 제정한 기준에 따라 정신지체자로 판정받은 사람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했다. AAIDD가 제정한 정신지체자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IQ가 '평균-2σ(약 70)' 아래에 있을 것, ②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지 못할 것, ③ 정신지체 장애가 18세 이전에 시작되었다는 증거가 있을 것.
(2) 지능지수(IQ)
그러나 대법원은 '앳킨스의 3가지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관한 결정권을 개별 주에 위임함으로써, 향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3가지 기준 중에서, 먼저 IQ를 생각해 보자. 플로리다주의 경우 IQ가 70 이상인 피고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일부 주는 좀 더 엄격하다. 예컨대 오클라호마주의 IQ 기준은 75다. 하지만, 형사행정 법률재단(Criminal Justice Legal Foundation)의 법률 책임자인 켄트 샤이데거는 앳킨스 기준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앳킨스 기준의 문제점은 피고인들을 두 가지 범주(정신지체자, 정상인)로 무 자르듯 나누어, 완전히 다르게 취급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는 '명확한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앳킨스 기준은 본질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각 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임상의들은 획일적인 IQ 기준에 반대하는데, 그 이유는 IQ 검사의 오차범위(margin of error)가 약 10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IQ 검사를 여러 번 받는데, 이 경우 검사의 종류와 버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 마련이다. 예컨대 가장 널리 사용되는 IQ검사 방법 중 하나인 웩슬러 지능검사(WAIS: 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를 살펴보면, 지능지수 분포의 하한선(70) 부근에 있는 사람들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은 소수에 불과하다"라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키스 위더먼 교수(심리학)는 말했다. "더욱이 지능검사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진화해 왔다. 전통적인 지능검사는 지식이나 이해력과 같은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에 치중해 왔지만, 최근 10년 동안 지능검사 설계자들은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을 점점 더 강조해 왔다. 유동성 지능이란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추론하고, 복잡한 문제를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능지수를 측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플린 효과( Flynn effect: 전세계적으로 IQ 평균이 10년마다 약 3포인트씩 증가하는 현상)라는 것이 있어서, IQ 해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플린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학 발달에 따른 산전 건강관리(prenatal care)와 영양상태 개선, 조기교육 증가, IQ검사의 반복효과 등이 지능지수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므로, 심리학자들은 매 10년마다 IQ 점수를 재정규화(renormalization)함으로써 IQ 평균이 100을 유지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예컨대 켈빈 그린이라는 사형수의 경우, 1991년에 측정한 IQ는 71이었다. 그러나 그가 받은 IQ 검사는 1972년에 재정규화된 것이었다. 따라서, 만일 제대로 된 IQ 검사(1991년을 기준으로 재정규화된 IQ 검사)를 받았다면, 그의 IQ는 65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2000년 유죄가 확정되어 사형선고를 받자, 그의 변호인은 "플린 효과를 고려하여 그린의 지능지수를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IQ가 버지니아주의 기준치인 70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번 재판에서 홀의 변호인과 플로리다주 법원은 'IQ 검사와 관련된 측정의 표준오차(standard error of measurement)'을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심리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중요한 건 'IQ가 몇 점이냐'가 아니라 '지능의 개념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다"라고 주장하며, 지능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능을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는 것은 구식 개념이며 과학적 타당성도 없다"라고 법심리학자인 스티븐 그린스펀 박사는 말했다.
(3) 적응적 기능(adaptive functioning)
"미국의 모든 병원과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 및 통계편람(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개정판』, 즉 DSM-5는 IQ 점수를 지적 장애의 진단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을 지양(止揚)하고 있다. IQ 검사는 피고가 정상적인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라고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DSM-5의 저자 중 한 명인 제임스 해리스는 말했다. "만일 누군가가 당신에게 접근하여, '나와 은행을 털면 네게도 돈을 나눠 줄게. 어때,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더구나 난 네게 근사한 총도 한 자루 쥐어 줄 수 있다구'라고 속삭인다고 하자. 이런 일은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IQ 검사 점수만 갖고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측할 수 없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해리스 교수가 제기한 문제는 앳킨스 기준의 두 번째 항목인 적응적 기능(adaptive functioning)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다시 한번 DSM-5의 내용을 살펴보면, DSM-5는 IQ와 적응적 기능에 똑같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적응적 기능에 포함되는 요인으로는 공감(empathy), 충동을 억제하는 사회적 기술, 판단력 등이 있는데, 이들 요인 중 어떤 것도 IQ 점수와는 별로 관련성이 없다. 특히 뇌가 손상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마이클 잭이라는 사형수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그는 술집에서 만난 여성을 살해한 죄로 사형 언도를 받고 1997년 이후 플로리다주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 그런데 그의 변호사와 한 심리학자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그의 뇌가 손상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는 지능지수를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중뇌(midbrain)를 심각하게 손상시킴으로써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는 능력'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잭이 IQ 검사에서 79점을 받았지만, 정신과적 진단 결과 정서적 성숙도가 '열 살 소년 수준'으로 밝혀진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심리학자들은 실생활의 기능(real-life function), 예컨대 '신발끈을 묶는 방법'이나 '가계수표를 작성하는 방법' 등을 묻는 질문지를 이용하여 적응적 기능을 측정한다. 이러한 질문지는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 또는 교도소의 간수들에게 배포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이유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적 상황에서는 이 같은 질문지가 오용(誤用)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즉, 교도소의 간수들은 '피고인은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 끼 밥이 꼬박꼬박 공급되고 철통같은 감시를 받으며 모든 스케줄이 분(分) 단위로 짜여진 상황에서 측정된 적응적 기능은 현실성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적응적 기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피고인이 교도소에 수감된 후는 물론 그 전부터 피고인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어떤 주들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법을 이용하여 피고인들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형수들을 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진 텍사스주의 경우, 브리세뇨 인자(Briseño factors)라는 것을 사용한다. 브리세뇨 인자는 2004년 텍사스 형사항소법원이 제정한 것인데, 7개의 행동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체적으로 ① 가족과 지인들이 피고인의 정신적 불구상태(mentally disabled)를 인지하고 있는지, ② 피고인이 직접적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지, ③ 피고인이 거짓말을 자주 하는지, ④ 피고인이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그러나 브리세툐 인자는 비판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브리세뇨 인자는 판사들의 즉흥적 기분에서 나온 것으로, 아무런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라고 캘리포니아주의 국선변호인인 해리 사이먼은 말했다.
"과학에 문외한인 판사들의 판단은 중요한 현실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 정신적 불구 상태에 있는 피고인들은 유식함을 가장하기 위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난해한 책들을 수집하는 등 능력의 망토(cloak of competence) 뒤에 숨는 경향이 있다"고 사이먼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정신지체자를 가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정신지체자들을 정상인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마크 타세 교수(심리학)는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 말 AAIDD는 적응적 행동 진단척도(DABS: Diagnostic Adaptive Behavior Scale)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것은 청년들의 경미한 지적 장애(mild intellectual disability)를 진단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최초의 적응적 행위 진단검사(adaptive-behaviour test)가 될 것이다. "우리는 정신지체자들의 사형집행을 둘러싼 논쟁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커트라인 주변의 지능'을 보유한 피고인들의 지적 능력을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었다"라고 DABS의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타세 교수는 말했다.
DABS의 내용 중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남을 잘 믿는 경향(gullibility)'이라는 개념이다. 귀가 얇아 남을 잘 믿고 잘 속아 넘어가는 것은 지적 장애의 전형적 특징이다. 지적 장애가 있는 범죄자들의 배후에는 공범자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범자들은 귀가 얇은 지적 장애자들을 꾀어 범죄에 가담하게 하는 원흉으로, 죄질이 매우 나쁜 자들이다.
(4) 지적 장애자가 된 시기
앳킨스의 3가지 기준 중에서 종종 변호사들을 가장 애먹이는 것은 세 번째 기준, 즉 '피고인이 지적 불구가 된 것이 18세 이전이냐, 이후냐?'의 문제다. 물론 피고인의 초기 성장환경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지적 불구가 된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예컨대 어린 시절에 무관심이나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IQ가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홀과 같은 사람들의 재판 기록을 읽어 보면, 부모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때로는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아 두부손상을 입은 사례로 넘쳐난다. 그러나 기록은 종종 단편적인 데다가 핵심사항이 누락된 경우가 많아, 변호사들은 부득불 가족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주관적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플로리다주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윌리엄 헤니스는, 언젠가 딘 킬고어라는 의뢰인의 어린 시절 기록을 찾아보려 한 적이 있었다. 킬고어는 1950년대에 미시시피주에서 가난한 흑인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헤니스는 50년 된 소년재판 기록을 샅샅이 뒤진 결과, 킬고어가 소년형무소에서 복역 중에 다른 재소자에게 머리를 맞아 뇌손상을 입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심리학자들은 이번에 벌어지는 홀의 항소심 공판을 계기로 하여, 법원과 재판에도 엄밀한 과학적 원리가 도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어쩌면 미 대법원은 "각 주의 법원들은 DSM-5의 진단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 물론 그린스펀 박사에 의하면 그런 광범위한 판결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말이다. 아마 좀 더 현실적인 판결은 'IQ의 표준오차를 감안하라'거나 '임상심리학자들의 진단서를 첨부라하'는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주 법원은 자신들의 지적 장애 평가방법이 앳킨스 기준에 부합된다고 주장하며, 홀에게 은전(恩典)을 베풀 경우 수많은 '묻지마식 항소'가 꼬리를 물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법무장관은 대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향후 캘리포니아주 법원을 비롯한 많은 법원들이 줄소송에 휘말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형수들의 변론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번 판결은 홀에게 유리해 보인다"라고 메릴랜드 대학의 법학교수로서 마빈 윌슨이라는 사형수의 변론을 맡았던 리 코바르스키는 말했다. 윌슨은 IQ 61의 사형수로서, 2012년 텍사스주에서 처형되었다. "최근 대법원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중에는 경청할 만한 것들이 많다. 예컨대 AAIDD와 APA의 조언들이 그렇다. 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전직 판사와 경찰들이 홀의 입장을 변호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며, IQ 측정의 표준오차를 감안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딜레마에 대해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우리는 숫자 하나만으로 인간의 인생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해리스 교수는 말했다. 해리스 교수도 홀의 감형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한 전문가 중의 한 명이다.
(5) 대법원의 최종 판결
지난 5월 27일, 마침내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미 대법원은 많은 정신보건 전문가들의 탄원을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플로리다주는 IQ 점수 하나만을 근거로 하여 프레디 리 홀의 사형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 플로리다주 관계자들은 홀의 사형을 결정하기 전에, 홀과 변호인에게 홀의 지적 장애에 관한 추가정보를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한다."
올해 68세인 홀은 1978년 21세의 임신부를 강간 및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는데, 최근 실시된 IQ 검사에서 71점을 받았고, 그 이전에 실시된 IQ 검사에서는 60~80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대법원은 5:4의 스코어로 "플로리다주는 '지적 장애의 진단방법에 관한 과학적 합의'를 무시했고, '홀의 헌법적 권리(자신의 지적 상태를 입증할 추가 증거를 제시할 권리)'를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앤터니 케네디 연방대법원 판사는 다수의견을 통해 "프레디 리 홀은 지적 장애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법(法)은 그에게 자신의 지적 장애를 입증할 증거자료를 제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증거자료에는 적응적 권리(adaptive functioning)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APA의 나탈리 길포일 법률자문위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의 의의는 IQ 점수의 해석방법에 관한 근본적 오해를 바로잡았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는 '지적 장애는 개인의 추론능력, 적응능력, 실제생활에서의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비로소 정확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의 의의는 'IQ 검사에 내재된 ±5포인트의 SEM'을 인정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새뮤얼 알리토 연방대법원 판사는 소수의견을 통해 "의학 및 과학에 관련된 전문기관들은 지적 장애의 요건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 이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극소수 전문적 엘리트의 의견이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기준, 다시 말해서 건전한 미국 시민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 첨부그림 설명:
현대의 IQ 검사들 중 거의 대부분은, 전체 집단의 평균 IQ 가 100포인트, 표준편차가 15포인트가 되도록 정규화(normalization)되어 있다. 미국의 법원들이 전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지적 장애의 상한선은 70포인트, 즉 '평균 - 2 x 표준편차(m - 2σ)'다. 어떤 주(州)들은 이 기준(IQ 70)을 법제화하여, 사형판결을 내릴 수 있는 커트라인(bright line threshold)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것은 IQ 측정의 표준오차(SEM: standard error of measure)를 감안하지 않은 기준이라고 한다. IQ 검사의 SEM은 ±5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 출처: 이번 기사의 출처는 두 곳이다. (1)~(4)은 지난 2월 19일 Nature에 실린 특집기사를, (5)는 5월 27일 Science 뉴스 사이트에 업로드된 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1. Nature 506, 284–286 (20 February 2014) http://www.nature.com/news/science-in-court-smart-enough-to-die-1.14742 2. http://news.sciencemag.org/brain-behavior/2014/05/supreme-court-rejects-floridas-strict-iq-rule-death-penal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