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세우기 트레이닝 과정에서
다세대에 걸쳐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지에 대한 작업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무엇을 받았는지를 그림으로 그리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무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집중하고 있다가 빨간 색으로 번개치는 모습과 비슷한 선을 세개 그렸다
왜 그런 것을 그렸는지는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할머니께서 며느리가 손녀 딸을 낳았는데 죽였다는 말을 몇 년 전에 들은 기억이 올라왔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손녀 딸을 죽일 수가 있는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말을 해 주는 엄마도 그런 할머니를 비인간적이라고 아버지의 집안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던거 같다.
그런데 그 번개 그림에서 생명력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척박한 환경에서 가족 전체를 살리기 위하여 손녀 딸을 죽여야만 하는 선택을 해야만 했을 것이고
며느리가 아이를 죽이게 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책임을 지고 손녀 딸을 죽이는 악역을 맡으셨을 것이다.
가족 전체를 지켜내기 위하여 그런 어려운 결정을 하시고 실행하신 할머니의 놀라운 결단력과 실행력,
가족을 지켜낸 생명력에 대한 경외심이 올라왔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런 감정들이 올라오며 가슴이 벅차 오르고 눈물이 났다.
만약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먹을 것이 귀한 그 시절에 가족 모두가 더 힘든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가족체를 지켜 내신 할머니의 위대한 삶이 느껴졌다.
감사의 눈물이 흘렀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때 죽임을 당한 손녀딸도 그 분께도 감사함이 올라왔다.
억지로 죽은 것이 아니라 가족전체를 위해서 할머니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인하고 인간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일이 이렇게 관점이 바뀌고
감사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그토록 힘든 삶의 과정들 속에서도 죽지않고 살아낸 것이 할머니로부터 받은 생명력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를 통해서 흐르는 강한 생명력에 그저 감사의 눈물만이 흐른다.
그리고 나도 그 할머니의 후손으로서 좀 더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 갈 수 있을 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