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분이 내 안에 오시어…
본당에서 아이들이 일정 기간 동안 첫영성체 교리를 마치고
첫 번째로 영성체할 때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참신하고 예쁜지 천사처럼 보입니다.
미사 중에 어르신들이 주름진 손으로 정성껏 성체를 모시는 모습을 보면
‘주님께 향한 믿음이 이토록 크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봉성체 때에 한복을 단정하게 입으신 채 미사보를 쓰고 기다리시고,
성체를 영하시고 만족 하신 듯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중에 가장 거룩한 것이 천상 양식인 성체, 바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라고 하셨습니다.
성녀 마더 데레사께서도 ‘성체는 바로 나를 지탱해 주는 음식이기에
성체 없이 나의 봉헌 생활은 하루 한 시간도 지탱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성체를 내 안에 모시면서 주님의 사랑과 위로를 받게 됩니다.
우리 모두 첫영성체 때에 얼마나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기다리고 설렜는지,
영성체 후에는 얼마나 기쁘고 감사드렸는지,
그때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언제나 첫영성체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정성껏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되새겨 보는 것이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마르 14,22)라고 하십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말씀이 당신 자신을 한없이 낮추시어 여리고 가장 작은 모습으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어 우리와 하나가 되고자 하십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인간 안으로 들어오시는 순간이며, 기적을 넘어서는 신비, 곧 신앙의 신비라 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순간은 없을 것입니다.
그분의 거룩함으로 우리 자신도 거룩해지는 순간 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2코린 6,16)이 됩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인 우리는 하나의 빵을 나누어 모심으로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성체성사의 전제이자 열매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개인의 영혼 구원만을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서로가 서로에게 형제자매가 되어 주고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이루기를 바라십니다.
누가 우리의 형제요 자매입니까?
삶이 힘들고 지쳐있는 이들,
희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절망의 늪에 빠져있는 이들,
질병에 시달리며 아픔과 적막함 속에 있는 이들,
대화할 상대가 없어 고독과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이들,
생명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어두움 속에 헤매고 있는 이들,
끼니를 걱정하며 굶주리고 있는 이들입니다.
이들을 형제 자매로 받아들이고, 사랑을 나누며 누구나 인간다운 품위를 누리도록 함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인 우리의 소명입니다.
최상진 야고보 신부 부평3동 본당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