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작은 등대가 되어
강영은
주여!
이제 당신의 손에 배의 키를 맡깁니다.
힘 다해 노저었어도
삶의 파도 거세게 나를 휩쓸어
어둠 속에서 표류하는 시간들은 쌓여가고
이제 키를 쥔 손 힘없이 떨려
배는 자꾸만 항구에서 멀어져 가기에
주여, 친히 배를 저으시는 항해의 주인이 되어주시라고
당신의 능력의 손에 배의 키를 맡깁니다.
잔잔히 구원의 항구로 인도해주실 것을 알기에...
주여!
이제 당신의 손에 방문의 열쇠를 드립니다.
보물인 양 애지중지하던,
방에 가득한 허울좋은 값싼 물건들을
모두 쓸어버릴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오래 미루다가
번쩍이며 우리의 가슴을 우롱한 그것들이
한갓 빛바랜 욕망의 찌꺼기들이었음을 깨닫고
주여, 나의 가슴 깨끗이 쓸고 지나가실 당신의 손에
방문의 열쇠를 놓습니다.
깨끗이 비워지면 아름다운 하늘의 보석들로
가득 채워주실 것을 알기에...
주여!
이제 당신의 손에 피리를 놓습니다.
오랜 세월 현란하게 불어대어도
스스로 내는 허황된 소리는
한가닥 영혼의 현도 울리지 못하고
그 덧없는 유희는 삶을 무거운 땅에 꽂히게 만들었습니다.
주여, 이제 당신이 연주해 주십시오.
생명의 숨결로 불어주시는 당신의 피리 소리는
감미로운 화음이 되어 나의 가슴에 젖어들고
당신의 손에 들리웠기에
더 이상 쇳소리를 내지 않는 나의 작은 피리는
노래의 날개를 타고 하늘로 퍼져
세상에 영원한 생명을 가져오는 새 노래를 연주할 것입니다.
주여!
이제 사랑의 금 줄을 가지고 오시옵소서.
끊을 수 없는 세상의 쇠사슬에서 나를 자유롭게 하소서.
삶에서 빼놓을 수 없이 소중하다는 것들을
공들여 모아 정신없이 사슬을 만들어가다
그 단단한 쇠사슬에 그만 묶이고 말았습니다.
기쁨과 자유를 얻으리라던
희망은 영혼을 깊은 절망으로 가두고
향방없이 허공을 친 싸움은 깊은 상처만 남겨놓았습니다.
주여, 이제 하늘의 줄로 나를 두르소서.
당신의 사랑의 금 줄은
영혼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줄 것을 알기에...
주여!
이제 입을 벌려 내 속의 자아를 꺼내주십시오.
어디를 가든지 피할 수 없이 따라와 큰 소리를 내고
늘 높은 소리로 말대꾸를 하는
육신의 자아를 꺼내가 주십시오.
조그맣지만 크게 행동하고 형편없지만 뽐내기 좋아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교만한 자아를
주여, 이제는 아주 뽑아가 주십시오.
자아가 뿌리 뽑혀진 마음에
해보다 빛나는 빛으로 당신이 가득 차실 것을 알기에...
주여!
이제는 향기를 날리렵니다.
마음 한 구석에 심겨진 당신의 생명의 씨앗은
깊은 어두움 속에서도 싹이 터 작은 꽃봉오리 맺게 하고
지난날 허락하신 고난은 기름진 퇴비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게 했습니다.
아프기만 했던 당신의 수술하시는 칼은
끝내 가슴에 달콤한 인내를 새기고
보석처럼 영롱한 기쁨의 꽃을 피게 했습니다.
주여!
매일 죽는 사람은 죽음이 두렵지 않듯이
매일 잠자리에 영원한 죽음으로 눕고
매일 아침 영원한 거듭남으로 일어나게 하소서.
낡은 노래가 입술에서 사라지면
새로운 음률이 가슴에서 솟아나고
옛 길 아득히 스러져 가면
새로운 길이 마음속에 기적으로 나타나듯이...
주여!
이제는 험한 세상에 작은 등대가 되겠습니다.
당신께서 마음의 등잔에 불 밝히신 진리는
혈관을 돌아 모든 찌꺼기들을 태우고
사랑의 빛으로 나의 생명 속에서 춤추고 있습니다.
나의 눈 속에 귓 속에 사시는 주님이시여,
생명의 고동으로 나의 영혼에 깃드시는 주님이시여,
이제는 당신의 분신이 되어
당신의 마음으로 웃고
당신의 손으로 어루만지고
당신의 말로만 말하겠습니다.
절망과 낙담이 있는 곳에 소망에 찬 웃음을
무정함과 차거움이 내린 곳에 부드러운 동정의 손길을
상처와 소외가 자리한 곳에 따뜻한 말을 흘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어두운 세상이
기쁨의 빛으로 환하게 비치도록...
여러가지 빛깔의 노래로 가득 차도록...
주여!
작은 등대가 되겠습니다.
삶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영혼을 잃은 사람을 위하여
마음속에 사랑을 잃은 사람을 위하여
마음의 등잔에 진리의 빛을 잃은 사람을 위하여
작은 등대가 되겠습니다.
아주 환한 당신의 빛으로 인도하는
작은 등대가...
이 세상을 사랑의 빛으로 가득 채우는 작은 등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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