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하나님과 사람
伴(짝 반)
侶(짝 려)
仇(짝 구)
伉(짝 항)
仵(짝 오)
偶(짝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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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린 시절 우리 초등학교에서는 두 명이 함께 쓰는 긴 책상을 사용했는데 가운데 선을 긋고 서로 넘어오지 않도록
신경전을 벌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짝’이 한 책상을 같이 쓰는 상대를 일컫는 말인 것처럼 원래는 ‘두 손’처럼 둘이 있어야 온전한 하나가 되는 관계 그 중 에서도 부부와 같은 관계를 의미합니다.
‘둘이 있어야 온전한 하나가 되는 관계’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다음은 짝의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식 표현들입니다.
伴(짝 반) : 짝은 통나무를 절반으로 나눈 둘의 관계
侶(짝 려) : 짝은 하늘에 짝하는 땅의 관계를 의미(○□△=천지인)
仇(짝 구, 원수 구) : 짝은 두 손과 같은 관계
伉(짝 항) : 짝은 목의 양쪽에 있는 머리와 몸통의 관계
仵(짝 오) : 짝은 소의 상대인 말과의 관계(말은 소의 짝)
偶(짝 우) : 짝은 밭과 벌레의 관계
이상 ‘짝’을 나타내는 한자들을 살펴보았는데 예로든 글자들은 모두 ‘亻’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亻’은 어떻게 해서 ‘짝’을 나타내는데 쓰이게 된 것일까요?
‘亻’자는 ‘人(사람 인)’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 사용되는 변형으로 ‘하늘을 닮은 사람’,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 이라는 의미에서 ‘닮았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그러니까 ‘~을 닮은 것’이란 방법으로 ‘짝’의 의미를 나타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亻’자는 한자의 창조와 관련하여 특별히 주목할 만 한 글자입니다.
보통 잘 알 수 없는 낯선 것을 표현해야할 경우 우리는 그와 가장 비슷한 것을 예로 들면서 ‘ㅇㅇ을 닮았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게 되는데 ‘亻’자는 바로 그런 식의 표현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알고 있는 어떤 것을 이용해서 그와 비슷한 낯선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한자가 ‘亻’자입니다. ‘~를 닮았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어떤 글자에 ‘亻’을 더하기만 하면 ‘~을 닮은 것’이 되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어떤 것 까지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亻’자의 등장은 문자의 수를 곱으로 늘려 쓰는 방법입니다.
仿(헤맬 방) : 방을 닮은 것(방에서 제나지낼 때 방향을 몰라 왔다갔다 하다)
伸(펼 신) : 두 손으로 잡은 것과 같다(펴는 것은 잡아 펴는 것)
信(믿을 신) : 말을 닮은 것이 믿음(말처럼 보이지는 않으나 실체가 분명한 것)
仁(어질 인) : 하늘과 땅을 닮은 것이 어진 것
休(쉴 휴) : 나무를 닮은 것이 휴식(나무처럼 멈추어 에너지를 채우다)
仂(나머지 륵) : 손을 닮은 것이 나머지, ‘하늘→머리→손’으로 내려오다
仅(줄 부) : 손을 닮았다(손으로 준다는 의미)
仔(자세할 자) : ‘어미→새끼’로의 진행을 닮았다(한단계 더 자세하게 나아가다)
仕(벼슬할 사) : 싹을 닮았다(씨의 생명을 이끌어낸 싹을 닮은 지도자)
他(다를 타) : 태를 닮기는 하였지만 다르다
仗(무기 장) : 손에 지팡이를 잡은 것을 닮았다
仙(신선 선) : 산을 닮은 사람, 하늘을 향해 가는 사람
代(대신할 대) : 하늘이 가져가는 것을 닮았다, 대신하다
件(사건 건) : 이치를 닮았다, 사건마다 나름의 이치가 있다
仵(짝 오) : 말을 닮았다, 말은 소의 짝
仸(약할 요) : 어린아이를 닮았다, 어린아이를 닮아 약하다
任(맡길 임) : 하늘과 땅의 연결을 닮았다, 맡다
伐(칠 벌) : 창을 닮았다, 창은 공격하는 것
… 이런 식입니다.
또 ‘짝’과 ‘亻’의 쓰임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1) 疋(짝 필, 발 소) : 두 발처럼 둘이 있어야 하나가 되는 관계
班(나눌 반) : 구슬을 절반으로 나눈 것의 한쪽
匹(짝 필, 필 필) : 두 발
2) 佴(버금 이) : 해와 북두칠성의 관계에서 북두칠성은 두 번째
倍(곱 배) : 서 있는 것을 닮았다, 닮은 것이 또 서있다는 의미
佷(돌아올 한) : 돌아오는 것은 가는(艮) 것의 짝
們(들 문) : (너희 들)처럼 ‘둘 이상’의 의미
3) 爲(할 위) : 해가 하다
僞(거짓 위) : 해가 하는 것을 흉내내는 것은 거짓이다
㚢(종 노) : 중심을 닮기는 하였지만 아니다, 주인 닮은 종
傌(욕할 마) : 야 인마! 처럼 욕하다
佯(거짓 양) : ~인양하다, ~인체 하다
佖(점잖을 필) : 해를 닮아 젊잖다
또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寸’자는 ‘마디 촌’자입니다. 새김은 ‘마디’라고 하지만 원래는 ‘손’의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손의 마디가 있어 잡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寸’에 ‘亻’을 더하면 ‘付’자가 됩니다. ‘付’자는 ‘줄 부’자입니다. 그러니까 ‘손에 잡고 있는 거와 같다’라는 의미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준 것은 누군가의 손에 있다는 의미로 서로 닮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付’에 ‘广’을 더하면 ‘府’가 됩니다. ‘府(곳집 부)’자는 정부나 기관의 조직체계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정부의 기구들은 정부 수반의 손과 같은 사람들이 머물러 일하는 곳입니다. 정부의 일손이 머물러 일하는 곳 또는 기업의 일손들이 머물러 일하는 곳이 ‘곳집(府)’인 것입니다.
‘府’에 또 ‘亻’을 더하면 ‘俯(구푸릴 부)’가 됩니다.
‘府’자가 어떻게 ‘구부리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지는 지금까지의 변화를 그대로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손에서 다른 손으로 또 다시 기관으로 또 기관에서 기관을 닮은 것으로 이리저리 옮겨가는 것처럼 굽었다는 의미를 나타내려 만든 한자가 ‘俯(구푸릴 부)’자입니다.
한자는 이처럼 생각을 기호로 나타낸 것이므로 기호의 상관관계를 추적하면 글자를 만든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 寸(마디 촌)
付(줄 부)
府(곳집 부)
俯(구푸릴 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