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이란(食人二卵)
[요약] (食: 먹을 식. 人: 사람 인. 二: 두 이. 卵: 알 란)
계란 두 개를 받아먹은 사람이라는 말로, 사소한 잘못으로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한다는 의미.
[출전] 《자치통감(資治通鑑) 卷001》
[참고] 조아지사(爪牙之士). 취기소장(取其所長).
[내용] 이하 박상도 자유칼럼그룹 ‘계란 두 개 만큼의 잘못’의 글에 첨삭하였음.
SBS 선임 아나운서. 보성고ㆍ 연세대 사회학과 졸. 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 졸. 현재 SBS 12뉴스 진행 2017.06.02
계란 두 개가 문제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국 위(衛)나라에 구변(苟變)이라는 사람이 관리로 있을 때, 백성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계란 두 개를 받아먹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위나라 군주는 그를 멀리하였습니다. 그런데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위나라 군주에게 구변을 천거하면서
“그의 재능이 능히 전차 500승(乘)을 거느릴 만합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러자 위나라 군주는
“나도 그가 그렇게 거느릴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오. 그러나 구변이 일찍이 관리가 되어 백성에게 세금을 부과하였는데 남의 계란 두개를 먹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때, 자사가
“성인이 사람을 골라 쓰는 것은 마치 목수가 나무를 쓰는 것과 같아서 좋은 부분은 취하고 나쁜 부분은 버리기 때문에 구기자나무나 가래나무같이 두 아름이 되는 좋은 나무는 몇 자 썩은 부분이 있어도 훌륭한 목수는 나무를 버리지 않습니다. 이제 임금께서는 전국(戰國=싸우는 세상)의 세상에 처하여 손톱과 어금니 같은 선비를 고르면서 달걀 두 개를 가지고 간성(干城= 나라의 방패가 되고 성벽)같은 장수를 버리시니, 이는 이웃나라에 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위나라 군주가 구변을 등용했다고 합니다.
子思言苟變於衛侯曰:「其材可將五百乘。」公曰:「吾知其可將。然變也嘗為吏,賦於民而食人二雞子,故弗用也。」子思曰:「夫聖人之官人,猶匠之用木也,取其所長,棄其所短。故杞梓連抱而有數尺之朽,良工不棄。今君處戰國之世,選爪牙之士,而以二卵棄干城之將,此不可使聞於鄰國也。」公再拜曰:「謹受教矣。」
資治通鑑/卷001安王二十五年(甲辰,西元前三七七年)
통감절요(通鑑節要)에 나오는 취기소장 기기소단(取其所長 棄其所短)은 2,000년이 넘은 이야기이지만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위나라는 춘추시대에 강대국 사이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약소국이었습니다. 이러한 나라가 장수를 등용하면서 작은 흠결을 이유로, 능력은 있으나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하면서 미적거린다면 틀림없이 주변 강대국이 그 틈을 타서 위나라를 노렸을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여 꽤나 곤궁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조국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백 년을 향해 가고 있고,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자 중국이 정작 당사국인 미국보다 우리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 판국에 위안부 소녀상을 트집 잡으면서 한일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어깃장을 놓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연거푸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벼랑 끝 전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능력 없는 지도자가 몇 해를 두고 방기한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계란 두 개가 발목을 잡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계란 두 개는 10년 전에도 15년 전에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잡고 잡히는 편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로 ‘내로네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인 것입니다. 잡히는 쪽은 “일 좀 하자.”라고 얘기를 하고, 잡는 쪽은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라며 맞섰습니다. 필자의 기억에는 어느 한쪽도 통 크게 양보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싸움은 보는 사람을 항상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싸움의 결과, 국민들 기억에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범법자라는 인식이 새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