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원석 지음 『서평 쓰는 법』
이대로는 죽을 것 같다
글이란 읽은 내용에서 시작되며 읽은 만큼 쓸 수 있기에, 글쓰기의 출발은 곧 ‘서평’이라고 말하는 서평가 김원석의 책을 만났다. 부제는 무려 <독서의 완성!>이다.
개인적으로 힘든 삶에 짓눌려 '이대로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들던 때가 있었다. 그때 사소하지만 내 인생을 구원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삼 개월을 매일 한 권 이상 읽어냈다. 먹어치웠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읽기만 하다가, 책을 읽은 후 내용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책에서 좋았던 구절을 발췌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글에 살이 붙고, 내 생각을 곁들여 쓰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한 권 한 권 읽어갈수록 책을 읽고 난 후의 글도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이 내 눈에 띄어 이끌리듯 읽게 된 이유다.
서평과 독후감은 다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생각에 격하게 공감하며 몇 번이나 맞장구를 쳤다. 이제 막 책을 좋아하게 된 초보 독자이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묘한 유대감이 든다. 서로 같은 생각을 한다는 점에 놀랍고, '책'이라는 매개체로 이토록 깊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책이 너무 좋아진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읽어 나가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이제 남은 것은 '글을 잘 쓰는 일'이다.
우선 서평과 독후감은 엄연히 다르다. 독후감이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을 담는 정서적 반응이라면, 서평은 책에 대한 사유를 담는 논리적 반응이다. 독후감이 독자 개인의 고유한 감정 표현에 그친다면, 서평은 해당 책의 해석과 평가를 타인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독후감이 일방향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지향적이다.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은 그저 독후감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독후감을 쓰게 되겠지만, 이 책은 내가 어떤 자세로 책을 읽고 이를 어떻게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서평을 쓰는 이유
우리가 서평을 쓰는 이유는 독서를 통해 개인의 자아를 성찰하고, 나아가 삶 속에서 무언가를 실천하고 변화시키기 위함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일단 무작정 써야 한다는 책 속의 말에 깊이 동감한다. 당연히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도 있는 법이다. 수많은 저자가 수백, 수천 권을 읽은 후에야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하듯, 책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서평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
보통 서평은 '요약'과 '평가'로 이루어진다. 핵심 내용을 요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주관적인 해석과 평가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즉,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자기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2007년 TV 프로그램 <책을 말하다>의 '장정일의 공부' 편에서는 "공부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공부만 하고 자기 입장이 없으면 그것은 그냥 사전 덩어리와 같은 것입니다. 반대로 공부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입장만 가지게 되면 남과 소통할 수 없는 고집불통이나 도그마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공부해서 자기 입장을 만들고, 또 자기 입장을 깨기 위해 또 공부하는 것, 이것이 공부이고 책 읽는 사람의 도리입니다." 이 역시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입장을 세우라는 '평가의 원칙'을 잘 보여준다.
좋은 서평을 쓰는 법: 독서 모임
책의 뒷부분에는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좋은 서평을 쓰는 법이 담겨 있다. 서평을 위한 독서는 기본적으로 '정독'이어야 하며, '메모'는 필수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즉시 적고, 그렇게 적은 글을 반복해서 다듬고 고쳐야 한다. 좋은 서평을 찾아 읽으며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꾸준히 쓰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덧붙이고 싶은 서평 잘 쓰는 방법은 독서 모임에 가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이 읽으면 열 권의 책이 된다. 혼자서 책을 읽으면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자신의 지식, 가치관, 경험이라는 필터를 통해서만 책을 보게 된다. 결국 ‘나만의’ 한 권만 읽는 셈이다. 하지만 독서모임에 나가면 똑같은 텍스트를 읽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나에게는 그저 평범했던 구절이 누군가에게는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적인 문장이 될 수 있고,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인물의 행동이 타인에게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와 전혀 다른 직업, 연령대, 삶의 배경을 가진 이들의 해석을 들으며 "아, 이 문장을 이렇게도 받아들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는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모임이 끝날 때쯤엔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머지 아홉 권의 책을 선물 받는 기적을 경험한다. 열 개의 해석이 모인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의 양이 늘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열 명의 삶의 궤적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유된다는 뜻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경청하는 과정을 통해, 독서모임은 단순한 취미 공유를 넘어 깊이 있는 인간적 연대와 성찰을 이루는 가장 비폭력적이고 지적인 소통의 장이 된다.
읽고, 쓰고, 말하기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당장 서평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이정표를 찾은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43쪽)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독서는 그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책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해석은 계속됩니다. 실은 그의 삶을 통해 책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지속된다고 말해야 정확할 터이지만 (...) 지금 중요한 것은 표현입니다. 해석은 언어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말과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야 독서는 완결됩니다. 읽은 것을 가지고 남에게 말하고, 읽은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매우 합당하고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책익는 마을 김 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