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
강헌모
오늘 지중해 마을과 외암 민속마을과 천년의 숲과 봉곡사를 다녀왔다. 눈덮인 마을과 산야를 구경 잘하고 왔다. 올 겨울에도 작년과 같이 눈이 많이 온 편이 아닌데, 겨울의 끝자락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린데다가 눈이 내렸고, 추운 날씨여서 빙판길이 되었다. 그러나 추위에 아랑곳없이 여행객들은 눈덮힌 멋진 민속마을 풍경과 천년의 숲의 울창한 나무와 흰 눈 쌓인 산의 오묘한 경치를 보고 감탄했다. 여기저기서 폰에 아름다운 설경을 담느라 분주했다.
오늘 여행에서 만난 사람 중에 나와 같이 혼자 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감리교회에 다니는 그리스도인이었다. 혼자서 용기를 내어 왔다고 한다. 지중해 마을에서는 그와 같이 다니지 못해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오전 10시도 안되었고, 날씨도 추워서 지중해 마을 전체를 둘러보지 못했다. 가게는 거의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설 연휴가 끝나지 않아서인지 편의점이나 김밥집등 몇 군데만이 겨우 문을 열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는 커피숍에 등이 켜져 있었다. 그때 그곳을 내가 본 시간은 9시 30분쯤 되었다. 문 여는 시간은 되지 않았지만 등이 켜져 있어서 들어가고 싶기는 했다. 그래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와서 버스에 승차했는데, 후회가 된다. 다른 나라의 상가를 충남 아산에 집을 지은 지중해 마을인데, 바둑판 모양으로 일정하게 만들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없었다. 실제로 외국에 가면 지중해 마을에 있는 집들 모양이 같을지는 몰라도 좁은 곳과 넓은 곳과 도시에 따라 상가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중해 마을 방문 기념으로 커피숍에서 운치 있게 차를 마시며 생각 좀 할 걸 그랬다. 하지만 나는 고봉민 김밥집에 들러서 김밥 두 개를 포장해서 배낭에 챙겼다. 여행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지중해 마을에서 식사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그때 점심을 먹기에 이른 시간이지만 말이다. 다른 곳에서 먹을 적당한 장소가 없었나 보다. 하여 점심을 먹지 못하고 30분이상 버스에 타서 기다렸다가 10시 30분에 온양 전통시장 부근으로 갔다. 그곳은 여행 일정에 없었던 것인데, 점심을 못 먹었으니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간 곳 이었다.
나는 내 옆에 탔던 개신교 신자와 같이 시장을 둘러보고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3천원밖에 되질 않았다. 그것도 손 칼국수였다. 저번에 수원 민속촌에 가서 먹었던 손칼국수는 7천원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커피숍에 들러서 개신교 신자는 커피를 먹고 나는 핫 초코를 먹었다. 먹으면서 우리는 신앙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는 말에 차분함을 보였고, 겸손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대화할 때 내말을 충분히 들어 주었고, 이해할건 이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음에는 외암 민속마을로 향한다고 가이드님이 말씀하셨다. 그러자 여행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일정에 없던 장소를 간다니 사람들은 좋아했다. 나는 예전에 어느 가을날 외암 민속마을을 다녀간 때가 있었다. 그 때 그곳의 이미지가 좋았다. 초가하며 농촌의 들녘하며 전통혼례식장에서 혼인하는 장면하며 음악연주하며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등이 각인 되었다. 그런 터라 외암 민속마을 간다는 소리에 싫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눈 덮인 초가지붕과 기와집을 보게 되었다. 또 장독대 위에 수북이 쌓인 눈도 보았고, 투호놀이 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개신교 형제님과 같이 외암민속마을을 둘러 보면서 사진도 찍곤 했다. 배경사진과 인물사진인데, 눈에 덮힌 설화산이 멋지게 보였다. 한폭의 수묵화 같았다. 설화산을 담고 나서 개신교 신도가 내게 사진을 찍어 주었고, 나도 그를 위해 사진을 찍어 주었다. 외암마을 풍경 구경을 마치고 천년의 숲에 도착하여 소나무가 많은 숲길을 걸었다. 나무와 산에 쌓인 눈을 바라보니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장면을 어디서 보랴. 보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요즈음에는 눈도 덜 내리는 세상이니 말이다. 사람들은 폰으로 멋진 장면들을 폰으로 찍으며 감탄해했다.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 가기가 꺼려졌지만 설경을 감상하니 찌꺼기 같은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고, 가기를 잘했다는 표정들이다.
소나무들이 굵고 길쭉하고 커서 오래된 것 같은데, 높이 솟은 솔가지는 적었다. 솔가지가 무성하면 여름에 가도 삼림욕하기에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곳은 사시사철 어느때 가도 좋은 장소 같다. 소나무 한 그루 값만해도 대단할테다.
늘 푸르른 소나무들이 많아서 그것들을 바라만 보아도 심신건강에 유익하리라. 아마 오늘 산에 눈이 없고, 미끄럽지 않은 길이었다면 장거리 산행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눈이 내렸기에 봉덕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에 그쳤다.
봉곡사 천년의 숲은 봉곡사 주차장에서부터 봉곡사까지 약 700m에 걸쳐있는 소나무 숲을 흔히 ‘천년의 숲’이라고 부르며 수년전 산림청 주최 아름다운 거리 숲 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을 한 바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숲이다. 여기에 있는 소나무는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름드리 소나무 밑둥에는 한결같이 V자 모양의 흉터가 있는데 이는 일제가 패망직전에 연료로 쓰고자 송진을 채취하려고 주민들을 동원해 낸 상처이다. 언뜻 보면 소나무가 웃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보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 저리다. 인간들은 나무에게 해를 끼치기만 하는데 나무는 인간에게 한없이 베풀기만 한다는 것을 여기 와서 깨닫기 때문이다.
오늘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버스 한 대에 거의 만원인 사람들이 자리를 하고 충남 아산 지중해 마을과, 외암 민속마을과 봉곡사 천년의 숲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어서 즐거웠다. 아쉬운 점은 지중해 마을 곳곳을 살펴보고 느끼고 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상가들이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대다수여서 그렇다. 해서 이국문화를 체험하는데 미흡했다. 또 커피숍에 들어가서 핫 초코 한잔 하면서 다른 나라를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해 주었던 감리교 신도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그리스도인끼리 함께 대화하고 일치의 시간이 되어서 행복했다.
2017. 2. 11.